루이스가 받은 프로이트의 초대 - 연극 <라스트 세션>
신의 존재 유무와 인간의 죽음, 전쟁과 고통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두 지식인의 대화
무신론자인 프로이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유신론을 펼치는 C.S. 루이스를 자신의 서재로 초대한다.
어둠 속에서 지직거리는 라디오 소리와 함께 연극이 시작된다. 서서히 조명이 켜지고 중앙에 놓인 책상 한편에 팔을 괴고 기대어 앉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책상 주변에는 그가 모은 고대 골동품이 줄지어 놓여있고, 무대 왼편에는 프로이트의 환자가 정신분석을 받을 때 누웠던 소파가 놓였다.
폴란드와 독일의 긴박한 상황을 전하는 라디오 소리가 이어지는 도중 문밖에서 그의 반려견 소피가 짖는다. 곧 라디오를 끈 프로이트는 문밖을 찾은 C.S. 루이스 박사를 맞이한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프로이트가 83세이던 1939년 9월 3일, 영문학자이자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잘 알려진 루이스 박사가 만난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약간 굽은 허리, 꼬장꼬장하고 여전히 자기주장이 강한 노인, 구강암으로 입안 가득 통증을 물고 있는 듯한 말투로 여든셋의 프로이트 박사가 그려진다.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시간을 사는 그는 루이스 교수를 만나자마자 시간약속을 어긴 것을 타박하고, 멀리서 온 손님에게 주치의가 오기 전까지밖에 시간을 내어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너그러운 태도를 유지하는 루이스는 첫 만남에서부터 단도직입적이고 무례한 질문을 던져대는 프로이트에게 지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친다.
“자네같이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가 어떻게 신을 받아들였는가?”
프로이트가 질문하면 루이스는 예수가 미친 사람이거나 신의 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된 경위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루이스의 개인사로부터 진위를 캐내려고 하는 프로이트의 속셈을 알아차린 루이스는 그의 질문을 자연스럽게 받아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일면 아슬아슬하다가도 서로에 대한 연대감이 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둘의 만남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흘러가는 도중에 라디오에선 영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발표한다. 이 소식에 루이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한 경험을 말하고, 프로이트는 나치의 탄압으로 오스트리아를 떠나 런던으로 망명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이 있다면 전쟁은 왜 벌어지는가. 사람들을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게 하는가.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논쟁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신이라는 존재에 관한 물음
연극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인 아맨드 M.니콜라이 교수의 저서인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루이스 vs. 프로이트』는 니콜라이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를 정리한 책으로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세계관으로 바라본 인간의 삶을 비교하며 삶과 죽음의 궁극적 의미를 고찰한다. 작가는 이 책에 영감을 받아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을 성사시켰다.
연극은 두 사람의 주장과 반론을 적절히 담아내며 관객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지 않는다.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대화를 나누는 것만이 줄거리인 극에서 두 사람의 유머와 라디오와 전화라는 장치가 요긴하게 쓰인다.
영국이 참전 선포를 하는 날의 만남이라는 극적인 설정은 둘의 만남을 더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프로이트가 딸이나 주치의와 통화하는 모습은 꼬장꼬장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울 것 같은 한 노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도저히 하루 만에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과 주장을 오가면서도 두 사람은 지칠 줄 모른다. 답 없는 논쟁이 의미 없다고 여길 사람들에게 프로이트는 “생각하길 멈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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