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일은 있으니까요”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생강 저자 인터뷰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는데 필요한 체력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맞설 정신력이 없었기에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기에도 바빴습니다. 만약 그때의 저와 비슷한 분이시라면 먼저 몸과 마음의 근육을 기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2020.08.25)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는 입시-취업-승진-결혼…이라는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인생 경로를 따라가던 생강 작가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영혼 없는 출퇴근만 반복하던 저자가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발리로 떠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몰라서였다.
발리에서 만난 전통 치료사는 그런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자신을 돌보는 것도 일을 하듯이 시간을 쏟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통 치료사의 조언을 따라 명상도 하고, 좋아하는 일도 찾아보고, 일기도 쓰며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서서히 깨달아 간다. 평범한 집순이이자 회사가 마냥 싫었던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돌보고픈 마음이 들 것이다.
누구에게나 직장 생활은 힘들고 어렵지요. 작가님께서는 특히 어떤 부분이 힘들고 안 맞으셨나요?
회사 생활을 권투로 비유했을 때, 제가 링 위에 올라서서 상대해야 할 것은 성과에 대한 압박, 동료 및 상사와의 인간관계, 심지어 출퇴근길의 교통 체증까지 아주 다양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상대가 하나씩 천천히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너 없이 떼거지로 우르르 몰려온다는 거였죠. 그렇게 정신없이 맞다 보면 퇴근할 때 즈음엔 이미 녹다운 되어 있어서 누가 제일 아프게 때렸는지 분석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런 이유로 직장 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일련의 여정을 걷고 나서야 비로소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이나 복지, 조직 문화 등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듯이 저는 ‘나의 적성과 흥미에 얼마나 부합하는가’가 가장 큰 기준이었어요.
책을 보면 위트 있고 재미있는 분 같은데 본인을 내향적이라고 하셨어요. 정말 내향적인 성격 맞으신가요?
외향적인 사람은 ‘타인과의 교류’ 같은 외부 활동에서 정서적 에너지를 채우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통해 채운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100% 내향적인 사람이 맞아요. 밖에 나가서 새로운 것을 보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것보단 집이나 조용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즐겁거든요. 하지만 그런 성격과는 별개로 무언가 재밌는 것, 웃음을 주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B급 감성이 충만한 병맛 영화, 빵 터지진 않더라도 잔잔한 미소를 주는 만화책, 곱씹을수록 웃긴 스탠딩 코미디 같은 것들이요. 책에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요소들은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소에 말수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지만 책을 통해서라면 얼마든지 내적인 흥을 표출할 수 있기도 했고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훌쩍 발리로 떠나셨어요. 원래도 뭔가 꽂히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편인가요? 아니면 발리 여행만 특별했던 건지?
전혀요! 평소엔 모든 일에 지나치게 신중한 편이예요. 결정 장애라기보다는 철저히 계획을 짜는 것을 선호해요. 변수가 생기는 상황을 두려워하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마치 제 안의 무엇인가가 지금 당장, 그곳으로 떠나야 된다고 강하게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속에서요.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한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오히려 더욱 그런 직감을 따라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발리의 전통 치료사라는 존재가 정말 신비하더라고요. 혹시 책에는 담기지 않은 에피소드가 더 있나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통해 발리 전통 치료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현대인의 상처를 살피고 보듬어주는 전통 치료사의 존재는 듣기만 해도 신비스럽고 매력적이죠.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닌지 실제로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치료사를 만나러 발리로 향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요. 저는 미신이라면 딱 질색인 사람이라 제 발로 찾아가 놓고도 이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해 미심쩍게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전통 치료사는 뭔가를 물리적으로 치료한다기보다 오래 쌓여서 굳어버린 내면의 고민들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멘토의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저와 동행해주었던 전통 치료 연구가 ‘바유’ 역시 저의 차례가 끝나고 나서 치료사에게 간단히 진찰을 받았고요. 치료사는 그에게 차 조심하라, 운동하라 등등 평범하지만 애정이 듬뿍 담긴 잔소리를 늘어놓았죠. 인생의 스승. 발리 사람들에게 치료사란 그런 존재인 듯 었습니다.
만약 아직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으세요?
여전히 매일을 간신히 버텨내는 회사원이지 않았을까요? 그때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영원히 떠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스스로를 무채색이라고 많이 표현하셨는데, 지금 본인을 한 가지 색으로 나타낸다면?
매일 달라요. 운이 좋은 어느 날엔 밝고 쨍한 색으로 가득 차 있는가 하면, 마음이 무너지고 감정이 격해지는 우중충한 날엔 저를 나타내는 색도 그런 색이죠. 그래서 하루를 끝내며 일기를 쓸 때 그림판이나 팬톤 컬러칩을 보면서 나의 하루와 가장 닮은 색깔을 하나 골라서 기록해요. 예를 들어 어제의 저는 R:184 G:56 B:31(짙은 빨강)이었고 오늘의 저는 R:175 G:191 B:149(연한 초록)인 거죠.
특별할 게 하나 없는 일상의 연속이라 일주일 내내 회색을 골랐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회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색의 범주는 엄청나게 넓어요. 별 볼 일 없는 하루라고 할지라도 그 안의 그 미묘한 색채를 스스로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더 특별해지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은 분들, 회사는 가기 싫은데 그만둘 수는 또 없는 많은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제가 회사를 다니며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던 일차적인 이유는 일상을 유지할 최소한의 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는데 필요한 체력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맞설 정신력이 없었기에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기에도 바빴습니다. 만약 그때의 저와 비슷한 분이시라면 먼저 몸과 마음의 근육을 기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식사를 제때 하시고, 충분한 수면을 하시고, 가벼운 운동을 하시고,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일기나 명상, 산책 등을 통해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꼭 가지세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그다음 문제입니다. 물속에서 허덕이지 않고 힘을 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몸이 떠오르고, 그때서야 비로소 여러 가지 다양한 영법을 시도할 수 있는 것처럼요.
준비되었다면 퇴근 후나 휴일, 휴가 등의 시간을 이용해 가능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세요. 특히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시길 추천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 일이 있다면 조금만 더 깊고 넓게 파고들어 가보세요. 음악을 좋아한다면 악기를 배우거나 작곡에 도전하거나 노래를 불러 보는 거죠. 당장은 ‘이걸 가지고 뭘 해?’라는 생각이 들어도, 좋아하는 것의 범주를 꾸준히 확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생기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 생강 잘하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는 무채색 인간의 대표 주자이자, 극도의 내향성을 숨기고 사교적인 척하던 생계유지형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살 수 없어서 회사 생활에 안녕을 고하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발리로 떠난다. 대책 없이 떠난 그곳에서 다양한 색을 가진 ‘진짜 나’를 발견했고, 자신이 조직 생활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림 그리며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발리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던 경험을 브런치에 연재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과 공감을 얻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다. |
추천기사
관련태그: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생강, 좋아하는 일, 퇴사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생강> 저13,320원(10% + 5%)
“퇴근 후 밀려오는 공허함을 견디고 견디다가 결심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번 찾아나 보자고!”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무채색 인간 생강의 좋아하는 일 찾아 삼만리! 여기 눈에 띄는 모난 곳도, 시선을 끄는 잘난 곳도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한 학생이 있습니다. 여느 모범생이 그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