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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소녀시대 수영

'최수영'이라는 넓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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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그동안 최수영이라는 이름 안에 다른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비교해도 넘칠 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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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대로 말하라>의 이미지 컷. OCN 제공

 

 

“장르물에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의 제작발표회에서 최수영이 한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최수영이 맡은 차수영이라는 인물은 강력계 형사를 꿈꾸는 시골 순경이다. 그리고 수영과 수영, 같은 이름으로 출연하며 최수영은 차수영의 입을 빌려 늘 이야기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형사로 일하게 된 차수영은 처음 도전하는 장르물에 대한 최수영의 각오를 대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소녀시대의 멤버인 수영은 최근 수영이라는 이름보다 성(姓)인 최가 붙은 최수영이라는 본명으로 더 많이 불린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성을 붙여 본명을 쓰는 아이돌들은 여럿이다. 그러나 수영은 그동안 최수영이라는 이름 안에 다른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비교해도 넘칠 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2013년에 방영된 드라마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그가 맡았던 공민영이 소녀시대 수영의 발랄함과 경쾌한 면모를 연상시키는 역할이었다면,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장기 이식을 통해 새 심장을 얻은 여자 이봄이를 연기한 <내 생애 봄날>에서 그는 부잣집 딸이지만 늘 열심히 일하고 성실함이라는 키워드에 매달리는 넉넉한 마음씨의 여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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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대로 말하라>의 장면. OCN 제공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걸그룹의 멤버이자, 밝고 호탕한 성격으로 팬들에게 사랑받은 그는 요즘도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한다. 아주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는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사람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한참 페미니즘 이슈로 영화 <걸캅스>가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릴 때,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모든 제작진들이 움츠러든 가운데 유일하게 “젠더”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했던 사람. 무대 위에서 여유롭게 춤을 추고 예능에 출연해 웃음을 안기던 그가 발휘한 작은 용기는 사실상 수영이 새로운 역할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영화 <걸캅스>에서 다소 우스꽝스럽고 뻔뻔스러운 캐릭터로 변신했을 때 많은 이들이 웃으며 그에게 보낸 박수나, 현재 출연 중인 <본 대로 말하라>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용감한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받는 칭찬은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그 자리에 머물러도 충분할 정도로 역량과 연륜을 갖춘 걸그룹 멤버가 자꾸만 한 발짝씩 더 걸어 나간다. 그러니까, 그는 앞으로 더 많은 걸 보고, 더 많은 일을 겪으며 수영과 최수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도전하는 그의 삶 안에서 최수영과 소녀시대라는 이름은 함께 새로워진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모두 끌어안고 미래로 갈 수 있다니, 이보다 멋진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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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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