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고 싶어요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책이 계속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주 먼 어느 날 나무가 부족해 종이책이 수명을 다하는 날이 와도 전자책으로나마 그 수명이 연장되기를 바랍니다. (2019. 07. 30)
유튜브 속을 탐험하며 저는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가장 원하는 정서가 ‘공감’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공감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하고 영상을 보고 댓글을 씁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영상을 보는 사람들도 같은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담은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반대하는 댓글에 ‘싫어요’를 누르거나 댓글의 댓글을 답니다. 유튜브에 있는 댓글 창은 그래서 상징적입니다.
그렇다면 북튜브는 이 공감의 바다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우리는 어떤 공감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활자 읽는 즐거운 경험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북튜브의 댓글 창에서 의견을 나누고 함께 박수 치는 사람이 늘어날까요, 아니면 줄어들까요? 책의 인기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지, 반대로 책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지 저로서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가끔 제 직업의 안정성에 관해 고민합니다. 북튜버겸 작가가 이 디지털 세상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두 직업 모두 도서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으니 사람들이 책에 관심이 없어질수록 제 직업도 가망이 없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향만 봐서는 전망이 꽤 어둡군요. 지금이라도 빨리 다른 장르의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서 인구는 꾸준히 줄었고 도서 시장은 그만큼 축소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발행 권수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고 작은 규모의 서점도 다시 생겨나는 추세이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엔 일러 보입니다. 책 말고도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영화도,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사람들의 손에 책이 아닌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쥐여 줍니다. 저만해도 유튜브 시청자이면서 충실한 넷플릭스 구독자인걸요. 게다가 평생 일을 해도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세대에게 책은 부담입니다. 책을 둘 자리는 그대로 부동산 비용이니까요. 집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데다 무겁기까지 한 책은 짐입니다. 전자책이나 도서관, 중고서점 등의 대안은 책을 원래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인기일 뿐입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해 두어야 하겠습니다. 문제는 저는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 글을 읽고 쓰는 게 좋고 가능하다면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취업을 피해 다니던 시절, 언젠가 취직을 원하게 되면 후보로 두리라 생각했던 직장도 모두 글을 다루는 곳이었습니다. 글과 음악 속에서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다는 생각이었지요. 그 산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것은 그런 고집에서 나온 희망 섞인 바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다른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함께 이어 가고 싶습니다. 제가 만드는 유튜브 영상이 사람들에게 책 읽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책에 호기심을 갖기 바라고 그래서 책이 계속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주 먼 어느 날 나무가 부족해 종이책이 수명을 다하는 날이 와도 전자책으로나마 그 수명이 연장되기를 바랍니다.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읽고 쓰는 기쁨을 계속해서 누리기를 바랍니다. 희망적인 전망일지 몰라도 도서 시장이 지금보다 작아질 수는 있겠지만 사라질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콧김을 뿜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기도 하고,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워낙 오래되고 끈질긴 물건이기도 하니까요. 계속해서 다른 형태로 그 생명을 이어 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안하더라도 계속 나아가 보고 싶습니다.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또 유튜브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글 속을 계속 탐험하며 살고 싶습니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김겨울 저 | 유유
앞으로 북튜버는 지금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등 쉽게 물을 수 없어 명확히 알지 못했던 북튜브 일의 이면에 관한 이야기까지 샅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관련태그: 유튜브로 책권하는 법, 김겨울 작가, 북튜브, 읽는사람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만든다. 라디오 DJ 경험을 살려 시작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이 인기를 끌어 ‘북튜버book-tuber’라는 이름을 얻었다. 음악을 만들어 몇 번 발표하고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을 추가했다. 《독서의 기쁨》이라는 책을 써서 작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 모든 이름 속에서 보이지 않아도 만들고, 찾아지지 않아도 연주하고, 청탁 받지 않아도 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이 이름들은 성실히 호명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철학과를 졸업했다.
<김겨울> 저9,000원(10% + 5%)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북튜버’ 김겨울. 책 읽는 사람보다 영상 보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좋은 책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고 읽는 일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 그는 영상 속으로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 방법을 시도했다. 방에서 편안히 책 읽는 모습, 친구와 책으로 수다떠는 모습, 좋아하는 작가의 북콘서트에..
<김겨울> 저7,500원(0% + 5%)
‘보는’ 매체 유튜브에서 ‘읽는’ 매체인 책을 이야기하다 궁금한 것도 필요한 지식도 모두 유튜브에 검색해 영상으로 보고 배우는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집중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편하게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는 플랫폼을 두고 책을 읽는 것은 어찌 보면 이상하고 힘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