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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다, 클래식과 국악이 만든 프로그레시브 록
토다(Toda) <그런 세상>
비주류 장르를 추구하긴 해도 색다른 융합은 국악 퓨전-록 분야에서도 충분히 돋보일 만하다. (2018. 11. 21)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을 근거지로 두는 밴드 토다(TODA)는 세 번째 정규 앨범 <그런 세상>에서도 클래식과 국악을 접목한 프로그레시브 록을 주되게 펼친다. 2011년 선보인 1집 <TODA (T.O. To Dream Age)>, 2015년에 발표한 2집 <The Moment>의 면면과 거의 동일하다. 다른 밴드에게서 찾기 어려운 이들만의 특별한 정체성은 이로써 또 한 번 강도를 높인다.
세 파트로 이뤄진 「영원의 문 (Eternal gate-Passacaglia)」이 서양 고전음악을 핵심 인자와 마감재로 택하고 있다. 토다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로서 전체 수록곡을 작사, 작곡한 동의대학교 실용음악과 이기녕 교수는 17, 18세기 바로크 시절에 나타난 음악 형식인 파사칼리아(passacaglia)에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한다. 파사칼리아는 템포는 느리지만 무곡이기에 추진력이 강한 편이다. 「영원의 문」은 거듭 테마를 바꾸는 현악기가 화려함을 담당하는 가운데 전기기타와 드럼이 원기를 보태 장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반부에 위치한 「수제천」은 우리 전통음악과의 융합을 보여 주는 무대다. 백제 시대의 노래 「정읍(井邑)」에 기원하는 「수제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악합주곡으로 여겨진다. 원래는 피리, 대금, 아쟁, 해금 등이 합주하다가 피리가 퇴장과 입장을 반복하는 방식이지만 토다가 가공한 버전은 (특히 두 번째 파트에서) 피리와 함께 일렉트릭 기타나 피아노가 곡을 리드해 현대성을 갖췄다. 또한 두 번째 파트는 첫 번째 파트와 판이한 구성을 취함으로써 프로그레시브 록의 느낌을 강하게 내보인다. 세 번째 파트는 첫 번째와 테마는 같으나 길이를 늘려 웅장미를 완성했다.
토다는 2집부터 보컬이 들어간 노래(「하모니움 (Harmonium)」, 「그대를 본 순간 (The moment)」)도 장만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흰달 (La lune blanche)」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Dazzling beauty, sweet heart)」이 그 계보를 잇는다.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Paul Verlaine)의 동명의 시에 멜로디를 입힌 「흰달」은 발라드, 소프트 록, 재즈의 성분을 두루 합쳐 온화하고 그윽하게 들린다. 사랑했던 이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은 결국 처연함을 간직하고, 6분 20여 초로 길이 또한 김에도 담백하게 그리움을 표현하는 가사와 고운 선율 덕에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 노래는 전작에 이어 청취자들을 편하게 모시는 라운지가 된다.
한쪽에서는 그와 퍽 다른 풍경도 나타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가 바탕이 된 「그런 세상 (Such a world)」으로는 분쟁과 갈등 없는 화목한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며, 「아무런 불만 없다 (I have no complaints)」를 통해서는 자본주의, 획일화된 문화를 제공하는 미디어, 가식을 부추기는 SNS 등을 꼬집는다. 이렇게 토다는 3집에서 민중가요도 소화한다. 「흰달」 「눈부시게 아름다운」과 비교하면 번듯한 빌딩 건너편에서 노동자 집회가 열리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든다.
3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을 통해 토다는 그룹의 지향을 거듭 공고히 하는 동시에 소량이지만 새로운 방향성도 구체화했다. 비주류 장르를 추구하긴 해도 색다른 융합은 국악 퓨전-록 분야에서도 충분히 돋보일 만하다. 이 퓨전이 앞으로 더 많은 이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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