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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노련한 화합의 앨범
이문세 『Between Us』
35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생생한 가창이 음반의 가치를 높였다.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귀환이다. (2018. 11. 07)
이문세는 열여섯 번째 새 앨범 <Between Us>에서 조화를 지향한다. 그는 후배 뮤지션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음악과의 어울림, 신세대로의 접속을 의도했다. 물론 비슷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김현철, 장기호 등과 동행한 1993년 8집 <오래된 사진처럼>은 그가 ‘탈(脫) 이영훈’ 시대를 예고했던 첫 음반이다. 이후 꾸준히 신진 아티스트와 협업한 그는 3년 전 15집 <New Direction>에서도 규현, 나얼 등과 호흡을 맞추며 젊은 감각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Between Us>가 특별한 건 신구의 하모니가 여느 때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알앤비 트렌드에 맞춰 잠시 목소리를 임대한 듯한 노래(「희미해서」)와 익히 들어온 이문세표 발라드(「멀리 걸어가」)가 앨범에 공존하는 식이다. 래퍼에게 과감히 곡의 주도권을 넘기는가 하면(「Free my mind」), 구슬픈 음색을 십분 살린 발라드(「오래된 이야기」)로 오랜 팬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장르와 세대 아우르는 구성이다.
자칫 뒤죽박죽될 수 있는 위험은 변함없는 표현력으로 돌파했다. 작사, 작곡을 맡은 「Free my mind」에선 60세 이문세와 30대 개코가 그들의 세대를 대변하듯 각자의 언어를 주고받고, 보사노바 리듬과 기타 연주로 멋을 낸 「안달루시아」에선 스페인에서의 한 장면을 영화처럼 그려낸다. 재즈의 접근을 따른 「나의 하루」, 이문세 발라드의 계보를 잇는 「멀리 걸어가」와 「오래된 이야기」에서는 내공의 호소력을 발휘한다. 따라부르기 쉬운 후렴이 매력적인 「Remember me」는 긴 시간을 가수로 살아온 지금이기에 더욱 진솔하게 들린다.
그렇다고 합작이 반드시 상승효과만 부른 것은 아니다. 각각 헤이즈와 선우정아가 선물한 두 타이틀곡 「희미해서」와 「우리 사이」는 원곡자와 이문세의 개성이 충분히 섞이지 않아 어색하고, 밴드 잔나비가 쓴 「길을 걷다 보면」은 김윤희의 막판 등장이 곡의 좋은 흐름을 해친다. 아쉬움을 씻어내는 건 밴드 아이엠낫의 임헌일과 함께한 「빗소리」다. 노래는 중후한 저음부터 저릿한 진성 고음까지 이문세의 가창을 풍요롭게 담았고, 유려한 코드 진행을 따라 소리의 스케일을 키우며 역동적인 연출을 끌어냈다. 단연 앨범의 하이라이트이자 공연에서 더욱 빛을 발할 노래다.
노련한 화합의 앨범이다. ‘구 이문세’와 ‘신 이문세’가 대등하게 빛난다. 귀를 열고 트렌드를 살피며 자신의 색을 녹이고자 한 베테랑과 실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펼친 협공이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이 있을지언정,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 지점에서 이문세는 히트 공식만 반복하다가 끝내 과거의 영광에 함몰된 이들과 구분된다. 여기에 35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생생한 가창이 음반의 가치를 높였다.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귀환이다.
관련태그: 이문세, Between Us, new direction, 멀리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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