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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정확히 뭔가요?

술이 청소년의 뇌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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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술이나 담배를 사용하나요? 사용하지 않는다면 뇌발달이 완성되는 25세 정도까지 계속 사용하지 마세요. 사용한다면 되도록 끊으세요. 혹시 사용량이 점점 늘거나, 술담배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면 부모님과 상의해서 바로 의사를 찾으세요. (2018.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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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앞에서 두 편의 글을 통해 뇌과학의 기초를 공부했습니다. 이 지식들을 바탕으로 ‘중독’이란 현상을 이해해봅시다. 앞의 글들을 읽지 않으셨다면 지금이라도 읽으면 좋겠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중독’이란 개념을 많이 사용합니다. 노래가 마음에 들어 자꾸 귓가를 맴돌면 “그 노래, 은근 중독성 있다”고 하고, 음식이 맛있을 때도 예컨대 “마약김밥” 같은 표현을 쓰지요. 중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예전에는 물질(술, 담배, 마약)만 중독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독이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도박, 섹스, 게임, 스마트폰 사용 등 ‘행동’이 중독을 일으킨다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둘째, 중독은 늘고 있습니다. 물질중독 면에서는 술, 담배는 조금 줄지만 약물중독이 늘고 있지요. 더 문제는 행동중독입니다. 세상이 디지털화, 상업화되면서 갈수록 자극적인 컨텐츠를 팔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부추겨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므로 행동중독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술이 청소년의 뇌에 미치는 영향


우선 전통적으로 중독의 대표주자(?) 격인 술과 담배에 대해 알아봅시다. 술이 왜 나쁜지에 관해서는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겁니다. 담배도 마찬가지지요. 새삼스럽게 술은 간이나 위에 나쁘고, 담배는 폐나 기관지에 나쁘다는 말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 아는 얘기잖아요. 그보다는 담배와 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 특히 청소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봅시다.

 

청소년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리해볼까요? 뉴런들이 마구 자라고 연결(시냅스)이 늘어나면서, 한쪽에서는 불필요한 뉴런들이 없어지는 가지치기가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기능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능을 익히기 힘들어지는 수초화가 일어난다고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청소년의 뇌는 어디나 ‘공사 중’입니다. 짓고 허물고, 다리를 놓고, 길을 만들고 넓히고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 공사가 잘못되면 이미 지어진 건물에 충격이 가해진 것보다 훨씬 큰 문제가 생기지요. 마찬가지로 뉴런들이 자라고, 연결되고, 정리되는 와중에 알코올이나 니코틴, 약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뇌에 엄청난 충격이 됩니다. 뇌가 가장 빨리 발달하는 2세 미만 유아에게 술이나 담배를 주지 않지요. 그렇다면 뇌가 두 번째로 빨리 발달하는 청소년기에 술이나 담배를 하는 건 어떨까요? 세 가지 영향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은 유전자의 지배를 받습니다. 청소년의 뇌에서 뉴런들이 자라고, 없어지는 과정 역시 뉴런의 성장과 가지치기를 지배하는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면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알코올은 이 과정에 끼어들어 가지치기 유전자를 켜버립니다. 청소년도 술을 마시고 깨는 것을 보면 성인과 똑같습니다. 사실 간기능이나 대사가 훨씬 왕성해서 더 빨리 깨지요. 그러나 겉으로는 똑같아 보일지 몰라도 뇌는 성인보다 훨씬 큰 손상을 받습니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부위가 쉽게 손상되어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마디로 머리가 나빠진다는 거지요.

 

두 번째로 술을 마시면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여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습니다. 성인도 마찬가지지만 청소년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전 글에 썼듯 충동은 강한데 충동 조절 능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역시 유전자 얘깁니다. 알코올은 DRD4라는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의 스위치를 올립니다. 이 유전자는 ‘위험 감수 유전자’라는 별명이 있어요. 사람은 위험한 행동을 통해 쾌감을 추구하는 성향이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위험한 행동을 별로 하지 않던 사람도 알코올에 의해 DRD4 유전자가 켜지면 위험을 감수하고 짜릿한 흥분을 맛보고 싶어집니다. 청소년의 뇌는 환경의 영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감수하는 것 자체가 다시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요. 예, 기능은 물론 구조까지 바뀝니다.

 

마지막으로 술과 담배는 중독을 일으킵니다. 중독이 정확히 뭔가요? 1) 어떤 물질에 의존성이 생겨 자꾸 사용하게 되고, 2) 사용할수록 내성이 생겨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하며, 3) 끊으려고 하면 심한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중독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중독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의지가 약해서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중독이란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독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전 글에서 설명했던 도파민과 보상중추입니다. 술과 담배 등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들은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보상중추에 ‘중요한 것’으로 인식됩니다. 아예 도파민의 농도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물질도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을 마약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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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청소년의 뇌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음식을 먹거나 섹스를 하는 것도 보상중추에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면서요? 그런데 왜 그런 일에는 중독이 되지 않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도파민이 분비되어 갈망이 생기면 그런 행동을 합니다. 그러면 쾌락중추가 자극되어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죠. 그러면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여 갈망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어떤 물질에 중독이 되면 쾌락중추에서 만족을 느껴도 도파민 분비가 줄지를 않아요. 계속 갈망이 일어납니다. 결국 그 물질을 추구하는 것이 가족이나 친구보다 중요해지고, 먹거나 자는 것보다도 중요해집니다. 또한 그 물질을 떠오르게 하는 작은 신호만 있어도 뇌에서 도파민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옵니다. 중독이 자꾸 재발하는 이유입니다. 마약 중독자는 오래도록 치료를 받은 후에도 설탕이나 밀가루 등 하얀 가루만 보면 재발한다고 하지요. 술 마시거나 담배 피우는 장면을 매체에서 금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청소년의 뇌가 항상 공사 중이라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예요. 청소년은 성인보다 중독되기가 훨씬 쉽습니다. 흡연량을 조사해보면 청소년이 성인보다 담배를 덜 피웁니다. 그런데 니코틴 중독률은 훨씬 높지요. 성인 알코올 중독자를 조사해보면 15-19세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사람이 가장 많아서 40%를 차지합니다. 마약, 도박, 게임, 포르노 등 모든 중독이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기름진 음식, 고도로 가공된 탄수화물, 그리고 설탕도 뇌에서 중독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역시 청소년기에 이런 음식을 적극적으로 피하지 않으면 평생 갈망하고 탐닉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가 되면 술과 담배를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전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죠. 물론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속을 해도 하려는 사람을 막지는 못하지요. 개인이 올바른 정보를 알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술이나 담배를 사용하나요? 사용하지 않는다면 뇌발달이 완성되는 25세 정도까지 계속 사용하지 마세요. 사용한다면 되도록 끊으세요. 혹시 사용량이 점점 늘거나, 술담배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면 부모님과 상의해서 바로 의사를 찾으세요. 중독은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일단 중독 상태가 되면 문제가 너무나 커집니다. 자신이 중독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빨리 알아차리고 빠져 나와야 합니다. 의사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와 바꾸기에는 너무 중요한 기관입니다. 뇌가 곧 우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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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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