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르고 부족하기만 했던, 청춘들의 이야기 - 연극 『B Class』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그 속에서 온 몸으로 고통과 상처를 감내하고 이겨내는 청춘들의 모습 그 자체만은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2018. 05. 31)
상처로 얼룩진 그때의 이야기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탄생하고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뿐 아니라 웹툰, 웹소설, 일반 문학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을 맴돈다. 사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낸다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공연계는 더더욱 그러한 분위기가 진해지고 있다. 중요한 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 이미 뻔한 그 내용들을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루어 내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울림을 전달하는 가이다.
연극 <B Class> 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적인 작품이다. 흔한 소재를 어떻게 다르게 그려내고, 어떻게 또 다른 개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한 뒤 그 고민에 ‘기술력’을 더했다. 엄격한 사립학교,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밟아야 하는 무한 경쟁구도를 일찌감치 깨달은 어린 청춘들, 날선 채로 대립하다가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하나가 되며 해결되는 갈등구조 등.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은 결코 신선하거나 새롭다고 할 수 없다. 허나 그 흔하고 뻔한 이야기에 갖가지 요소들을 덧붙여 조화롭게 버무려냈다.
선택 받은 천재들만 다닐 수 있는 사립 예술학교 봉선학원. 이곳은 A Class와 B Class의 구분이 엄격하게 나누어진 곳이다. 오직 능력과 조건만으로 두 클래스가 구분 지어지며 아이들은 A Class에 머무르기 위해, 혹은 A Class에 속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 생활한다. 그러던 와중 A Class에서 B Class로 떨어지게 된 작곡 전공 김택상, 가창 전공 이수현, 피아노 전공 이환, 무용전공 나카시마 치아키 네 사람은 함께 졸업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반드시 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심리적 압박 속에서 서로 다른 성향의 네 사람은 좀처럼 하나가 되지 못한다.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고, 상처 주고 싸우며 대립한다.
연극 <B Class> 는 가장 찬란한 시절을 가장 잔인하게 보내는 네 명의 청춘들과, 그 청춘들이 겪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통해 한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지우고 싶은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용서 받고 이겨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인공이자 극의 화자로 등장하는 택상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어지는 전개상, 어쩔 수 없이 택상의 감정이 가장 많이 드러나게 된다. 원인 제공자이자 갈등의 축을 만드는 택상의 시선에서 매듭 짓는 결말은 다소 관념적이고,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 속에서 온 몸으로 고통과 상처를 감내하고 이겨내는 청춘들의 모습 그 자체만은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B Class> 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공연계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는 작품 말고도 ‘여자 배우’들만 나와 갈등을 겪고, 또 해결해나가며 우리들의 삶에 위로를 주는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그 부분에 있어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상처받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연극 <B Class> 는 오는 7월 15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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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