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만드는 사람의 땀
5월 5주 신간
20년째 언어와 연애 중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남주 작가의 신작 『그녀 이름은』, 직접 만드는 그림 엽서 『손그림 엽서북 옐로우 에디션』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8. 05. 30)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코리 스탬퍼 저/박다솜 역 | 윌북(willbook)
하루에 8시간 이상 칸막이 책상에 앉아 종이 맛 나는 커피를 들이부으며 오직 단어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세상의 모든 언어를 신중히 채집해 체에 거르고, 분류하며, 정의 내린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째 사전을 써온 저자는 느릴 듯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역동적이다. 종잡을 수 없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제멋대로 언어를 한 권의 책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은 사전에 오른 단어 수만큼이나 사연이 많다. 회사 건물을 나서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간판을 읽거나, 자신이 찾은 것보다 더 좋은 인용문을 발견할 수 있을지 두리번거리는 저자를 따라가며 언어 노동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녀 이름은
조남주 저 | 다산책방
『82년생 김지영』 이후 2년 만에 조남주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 소설집이자,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아홉 살부터 일흔아홉 살까지 6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르포 기사를 다시 28편의 이야기로 묶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그녀, 엄마의 간호를 도맡은 그녀,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비정규직 그녀,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그녀 등 2018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그녀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내는 작업이었다. 결혼 제도를 고민하는 여성과 노동을 떠맡은 중년 이상의 여성들, 앞 세대 여성들의 어려움을 목도하면서 다른 세계를 꿈꾸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눈물 또는 웃음을 조금씩 다른 온기로 전달된다.
손그림 엽서북 옐로우 에디션
공혜진 저 | 인디고(글담)
뭔가 그려보고 싶지만 곰손이라서, 그림을 망쳐버릴 것 같아서 시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책. 일상에서 쉽게 발견하는 꽃과 식물, 익숙한 물건을 배경으로 펜을 들고 자신의 상상력을 더할 수 있다. 가벼운 선 긋기 몇 번으로 사람의 표정을 완성하거나, 평소 좋아했던 캐릭터를 그리면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엽서를 만드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핑크 에디션과 옐로우 에디션으로 색다른 표지를 선택할 수 있다.
천관율의 줌아웃
천관율 저 | 미지북스
데이터 저널리즘의 선구자이자 시사인 기자인 저자의 지난 10년을 복기한 책. 2016년 겨울의 전략과 승리의 순간, 보수의 몰락 과정, 야권이 권토중래하기까지의 여정, 촛불 이후 사회 진단 등 한국 사회가 가진 여러 가능성을 타진한다. 많은 기자가 취재 대상을 가깝고 상세하게 보여주는 반면, 저자는 반대편에서 취재 대상을 최대한 멀리서 다른 시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줌아웃이 잘된 기사는 마치 드론으로 찍은 영상과 같이 피사체의 구조와 맥락이 잘 드러난다. 느린 문제를 다루는 느린 저널리즘은 그만큼 시간을 견디는 힘이 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피터 플레밍 저/박영준 역 | 한스미디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자본주의 체제에 최적화된 인간 모델이다. 시장경제 옹호자와 자본가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입하지만, 호모 이코노미쿠스에게는 삶의 선택권이 없다. 겉으로는 아주 합리적인 인간이지만, 실상은 자본가들이 꿈꾸는 세계에서나 가능한 허황된 모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체제가 한계를 드러냈으나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스스로 파멸로 몰아간다고 주장하는 책.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본가들이 만든 불평등 구조의 아래층에서 허우적대는 경제적 인간의 허상을 꿰뚫는다.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신무경 저 | 미래의창
저자가 동아일보와 네이버 합작법인에서 1년간 몸담으며 직접 '네이버'스럽게 일한 경험을 살린 책이다. 네이버도 한때는 기존의 대기업과 유사한 조직 구조를 이뤘으나, 2010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맞으며 강도 높은 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개별 프로젝트나 셀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예산제'를 통해 프로젝트와 인원 운용에 드는 비용을 배정받아 직접 관리한다. 이러한 조직구조는 '관리' 중심에서 '일'중심으로의 변화를 나타낸다. 서비스는 혁신적으로 하되, 일처리는 보수적으로 한다. '파워풀한 혁신'보다 일을 대하는 '집착과 끈기'를 강조하는 네이버의 방식을 배울 수 있다.
노란 책
타카노 후미코 저/정은서 역 | 북스토리
테즈카 오사무 문화상 수상작. 만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걸작이라고 입소문이 나 있는 작품집으로, 소녀의 독서 체험을 그린 표제작과 토노 사호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CLOUDY WEDNESDAY」, 이상한 러브스토리 「마요네즈」, 태평한 돌보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를 그린 「2-2-6」까지 뛰어난 작품을 모았다. 책과 사랑에 빠지고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 줄어가는 페이지를 보며 책과 이별을 아쉬워한 적이 있는 독자라면 타이 미치코라는 시골 소녀가 『티보 가의 사람들』을 읽는다는 소박한 내용의 작품이 울림을 가지고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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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절대 후회하지 않느냐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조용히 덮고 넘어간 두 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_「두 번째 사람」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_「나리와 나」 이렇게 줄여서 쓰니까 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