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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심장을 저격하는 블랙 뮤직

엔이알디(N*E*R*D) - 『No One Ever Really 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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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퍼렐의 자발적 레트로 선택은 1960년대 소울과 펑크(Funk)로부터 내려오는 저항의 흐름에 2000년대 초 대중음악 전성기 역시 동참함을 뜻한다. (2018. 01. 31)

엔이알디.jpg

 

 

테러와의 전쟁 시기 대중음악 그 자체였던 넵튠스. 시간이 흘러 도래한 ‘트럼프 월드’는 퍼렐 윌리엄스는 물론 7년 동안 잠잠했던 채드 휴고와 셰이 헤일리까지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서게 만들었다. 하이브리드 밴드 엔이알디의 복귀작 <No One Ever Really Dies> 는 자유로운 리듬과 커리어 사상 가장 정치적, 사회적으로 공격적인 메시지가 공존한다. 그룹 이름을 당당히 앨범 타이틀로 내걸었고 뮤직비디오에선 ‘나치 레드넥들 엿이나 먹으라!(Nazi Rednecks Fxxk Off)’라 외치는 성숙한 삼총사의 분노가 진지하다.

원래도 간헐적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내왔으나 이번 앨범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과잉 진압으로 공권력의 총탄에 쓰러진 블랙 커뮤니티를 대변하고 (「Don’t don’t do it!」) 멕시코에 장벽을 세우려는 트럼프를 조롱하며 (「Deep down body thrust」) LGBT 커뮤니티와 여성 진영을 지지한다(「Lemon」 「Secret life of tigers」). 리아나, 켄드릭 라마, 아웃캐스트의 안드레 3000, M.I.A 등 컨셔스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온 아티스트들과 함께 연대하는 엔이알디는 20여 년 경력을 통해 베테랑의 사회적 책임감을 배웠다. 진중한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스웩(Swag)의 향연이다.

 

부시 정권 이후 다시 찾아온 투쟁의 시기에 사운드 역시 그 시절 밀레니엄의 하이브리드-펑크(Funk) 미니멀리즘을 선보인다. 통통 튀는 신스 샘플 이후 비트 위에 리아나의 자신만만한 랩이 펼쳐지는 「Lemon」과 두꺼운 베이스 바운스를 타는 「Rollinem 7’s」같은 트랙은 과거 넵튠스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고, 나른한 기타 톤으로 밴드와의 교집합을 담아낸 「Voila」, 「Don’t don’t do it!」이나 사이키델릭 - 재지한 풍의 「Lightning fire magic prayer」는 ‘융합의 엔이알디’ 타이틀의 재확인이다. 특히 건조한 드럼 비트와 긴장을 불어넣는 신스 멜로디로 만든 선동가 「1000」, 차분하고 단순한 리프와 급진적인 멜로디 - 메시지를 교배한 「Secret life of tigers」에서 넵튠스와 엔이알디 스타일의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2018년 문화계의 시침은 21세기의 태동기를 가리키고 있다. 독선적인 백인 대통령의 시대에 블랙 뮤직이 차트를 지배하고, 쾌락과 파티를 주로 삼았던 저항의 메시지는 보다 날카롭고 직선적으로 오만의 심장을 겨냥한다. 2000년대 히어로 엔이알디의 귀환이 남다른 이유는 이와 같은 사회적 흐름에 있다.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퍼렐의 자발적 레트로 선택은 1960년대 소울과 펑크(Funk)로부터 내려오는 저항의 흐름에 2000년대 초 대중음악 전성기 역시 동참함을 뜻한다. 불통의 권력과 편견의 벽을 부수려는 기나긴 투쟁은 절대 죽지 않는다(No one ever really dies).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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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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