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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탄생 60주년, 아직도 ‘몰아주기’?

내년에는 더욱 풍성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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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유색인종에 대한 배타적 표심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힙합/랩 장르에 대한 외면까지 벗어나지는 못했다. (2018. 02. 09)

탄생 60주년을 기해 드디어 품을 열어주는가 싶던 그래미가 예상치도 못한 ‘몰아주기’로 기존 노선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전례 없이 많은 흑인 뮤지션들이 본상 후보에 포진되며 뛰어난 작품성에도 매번 수상에 고배를 마시던 켄드릭 라마, 제이 지, 브루노 마스의 3파전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는데, 브루노 마스가 본상 3개 부문 영예를 떠안으며 모든 영광을 누렸다. 어느 정도 유색인종에 대한 배타적 표심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힙합/랩 장르에 대한 외면까지 벗어나지는 못했다. 더욱이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최대 노미네이트 됐던 제이 지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으니 그 간극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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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케샤 「Praying「, 컨트리 뮤지션들의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 추모 공연, 크리스 스테이플턴과 에밀루 해리스, 개리 클락 주니어와 장 밥티스트

 


작년 세상을 뜬 탐 페티, 척 베리, 팻츠 도미노를 위한 추모 공연과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을 통해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의 여파를 어루만지는 등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졌으나 직접적 울림을 준 건 케샤였다. 신디 로퍼, 안드라 데이, 줄리아 마이클스, 카밀라 카베요 등의 뮤지션과 함께 무대에 오른 그는 성폭행 공방 이후 5년 만에 발매한 「Praying」을 열창하며 억압되어온 여성의 인권을 달래줬다. 이는 시상식장에 심심찮게 보이던 흰색 장미와 하얀색 옷들이 상징하는 차별과 근절에 대한 열망의 청각화나 다름없었다. 흰색 장미의 꽃말은 희망과 새로운 시작이다. 내년에는 더욱 풍성하게 채워질 장미향을 기대하며 제60회 그래미 시상식 4개 부분의 본상 수상자들을 풀어본다.

 


Best New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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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sia Cara

 

의외일지도 모른다. 알레시아 카라는 2015년 데뷔작 <Know-It-All> 이후 정규 앨범이나 오리지널 싱글을 발매하지 않았고 차트에 이름을 올린 곡은 모두 다른 이의 곡에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진 결과였다. 훌륭한 아티스트임은 틀림없지만 다른 후보군과 비교해 개인의 영향력이 다소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나머지 주요 부문의 결과를 생각해보면 힙합(과 이디엠)에 대한 인정을 알레시아 카라로 ‘퉁쳐버리는’ 듯한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정연경)


 

Song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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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what I like」 by Bruno Mars

 

뭐,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선 신나는 타이틀곡 「24k magic」이 인기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That’s what I like」가 가장 히트했으니. 게다가 브루노 마스는 말이 필요 없는 21세기 최고의 댄스 가수 아닌가. 달달한 선율과 특유의 리듬감, 시원한 가창력이 빛난 곡이었다. 알앤비 부문 상 역시 받을 만했다. 애초에 이번 후보군은 어느 노래가 수상했어도 크게 이상할 것까지는 없었다. 문제는 전체적 맥락이다. 이렇게까지 브루노 마스 한 사람에게 상을 몰아 줄 거였으면 여기서는 조금 융통성을 발휘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혹시나가 역시나’라니. 물론 그래미에게 세간의 관심에 화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반대로 어떤 다른 의무감이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힙합은 매년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고, 라틴 팝은 올여름 전 세계를 휩쓸었음에도 여전히 그래미의 굳게 닫힌 문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누가 봐도 부족한 건 그래미다. 심사위원 NARAS(미국 레코딩 예술 및 기술 협회)는 어느 가수의 손에 트로피가 쥐어지느냐가 앞으로의 음악 산업에 미칠 영향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누구보다 잘 알고 이러는 걸까.(조해람)


 

Record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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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K magic」 by Bruno Mars

 

사실 누가 받아도 크게 이견을 던지지 못할 후보군이었다. 차일디시 감비노의 「Redbone」은 국내에서 인기를 끌 정도로 작품성이 좋았던 곡이고, 같은 선상에서 전 세계 열풍을 몰고 온 「Despacito」가 수상한다면 스페인어 노래 중 첫 그래미 본상이니 의미가 남달랐을 거다. 계속해서 고배를 마시던 켄드릭 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제이 지가 본상을 타면 작년 비욘세의 설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제 와 밝히지만 가장 확률이 적다고 생각한 건 브루노 마스였다. 이미 작년에 마크 론슨과 함께 같은 부문 영예를 나누기도 했고 빌보드 차트만 봐도 「That’s what I like」는 1위, 「24k magic」은 4위니까 본상을 가져간다면 <올해의 노래> 부문이 아닐까 했다.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나는 그래미. Song에 이어 Record 부문에서까지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2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설마 또 몰아줄까?’, ‘우리 제이지 어떡해, 우리 켄드릭 어떡해...’ 공정함의 잣대가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있는 그래미는 아닐는지. (박수진)

 


Album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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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K Magic> by Bruno Mars

 

브루노 마스는 결국 완승했다.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인 마법의 앨범은 그렇게 그래미의 몰표를 받았다. 사회적 이슈, 처절한 자기 고백이 담긴 작품들을 제치고 내린 선택이었다. 브루노 마스를 향한 몰아주기는 보수적 태도를 놓지 않으면서도 ‘그래미는 너무 하얗다’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는 나름의 선택이었다.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애초에 그래미는 흑백을 떠나 진보적 성향을 지닌 음악에 본상을 줄 생각이 없음을 공표한 게 아닐까. 그저 스쳐 가는 불안감이라 믿어본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의 블랙 뮤직을 지금 여기에 데려온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이번 앨범으로 고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고 싶다!”는 브루노 마스의 소망 역시 좋은 의미를 남긴다. 차별과 고독으로 물든 지금을 위로한 건 그의 반짝이는 파티였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겠다. 단지 그의 영향력이 <올해의 앨범>까지 휩쓸 정도였냐는 의문만이 지워지지 않을 뿐. 뉴욕의 불빛처럼 화려하게 빛나던 시상식은 알쏭달쏭한 공허함을 남겼다.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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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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