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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을 부여하는 새해
신년의 설렘을 기억하는 음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는 듣는 내내 마음을 춤추게 만드는 곡이다. (2018. 01. 23)
언스플래쉬
언제부터인가 생일, 크리스마스, 새해가 내게 주는 특별함이 점차 줄어들었다. 벌써 36번의 생일과 36번의 크리스마스와 36번의 새해를 겪어봐서일까. 어렸을 때에는 매년 1월 1일이면 결의에 차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꽤 오랫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보냈는데 말이다. 그러던 내게 몇 해 전부터 재미있는 연례행사가 생겼다. 바로 신년 음악회를 관람 또는 시청하는 것이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신년 음악회에 초청 받은 적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음악회 내내 마음이 붕 뜨기도 하고 설레는 것이 '새 해'가 밝았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그저 1년 중 하루일 뿐이라며 무미건조하게 흘려 보낸 그간의 기념일들이 갑자기 무척이나 아까워지기도 했다. 사실 삶의 어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로부터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인데 말이다. 그렇게 신년 음악회는 잠깐 잊고 있던 새해의 특별함을, 활력을 다시금 깨워주었고, 그 이후 매년 1월 1일이 되면 여러 신년 음악회를 거의 찾아보곤 한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 특히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는 듣는 내내 마음을 춤추게 만드는 곡이다. 신년 음악회의 공식 레퍼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아마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유명한 왈츠 곡이다. 스스로 몸치라 여기는 나를 춤추게 만들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이 곡은 매년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를 찾는 이유이자, 이 음악회를 떠올리면 괜히 설레고 웃음짓게 되는 이유이다. 특히 빈 필하모닉이 신년 음악회에서 왈츠를 연주하게 된 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독일 나치스가 오스트리아 빈을 장악했을 무렵 일종의 위로 공연 내지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음악회였던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에서는 무거운 분위기의 곡보다는 자국의 왈츠를 연주하며 그날 하루만큼은 전쟁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했다고 한다. 올해로 77회째 열리고 있는데, 이런 역사 덕분에 지금까지도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 90개국의 5,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으로 1월 1일을 시작하고 있다.
지친 심신을 따듯함과 행복함으로 채워주었던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꼭 감상해보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여러 미디어를 통해 신년 음악회를 중계하고 방영해주었는데, 직접 가서 볼 기회를 놓쳤다면 이 음반을 통해 신년의 설렘을 다시금 느껴보길 바란다. 특히 올해 음악회에서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를 맡았는데, 이번이 벌써 그의 5번째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지휘라고 한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빈 신년 음악회”라고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 CD와 DVD로 지나간 순간을 간직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더 특별함을 부여하는 이유는, 생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단조로워졌던 새해 맞이의 순간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던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 그리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를 앞으로도 오래 오래 설렘으로 기억하고 싶다.
Riccardo Muti 2018 빈 신년음악회 (New Year's Concert 2018) 리카르도 무티, 빈 필하모닉Johann Strauss, Johann Strauss II, Josef Strauss, Franz Von Suppe, Alphons Czibulka 작곡 외 2명 | Sony Classical / Sony Classical
90개 국가에서 방영되며 매해 약 5천 만 명의 방청자가 지켜보는 클래식 계의 가장 큰 행사로 자리 잡은 이 행사는 품격 있는 음악과 하모니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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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美버클리음악대학 영화음악작곡학 학사.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 박사. 現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전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