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방면에 있어서는 결코 초보가 아니다
『음식해부도감』 서문
이 책을 쓰면서 한 여행은 더 많은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여러 가지 치즈들을 맛보았는데 그중 일부는 수년 동안 벙커에서 숙성된 치즈였다. (2017.11.30.)
부모님은 언제나 나와 언니를 위해 완벽한 저녁식사를 만들어주셨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평일 저녁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와 되돌아보니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데 부모님이 보여준 헌신이 정말 경이롭다. 우리는 6시가 되면 커다란 오크나무 원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었다. 저녁 메뉴는 참깨땅콩국수나 빵가루를 입힌 두부 요리일 때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던 누들푸딩(유대식 냄비 구이 요리 - 역주)이나 아빠가 가장 좋아하셨던 비어캔치킨일 때도 있었다. 그 요리가 올라올 때면 우린 항상 캔 위에 똑바로 앉아 있는 닭의 몸통을 볼 수 있었다. 아빠가 그 모양이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식사 준비에서 내가 맡은 임무는 늘 같았다. 식사를 차릴 수 있게 식탁을 준비하거나 다 먹고 치우거나 아니면 샐러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때때로 아침에 손쉽게 할 수 있는 오믈렛이나 팬케이크를 만들곤 했지만 부모님이 만드는 본격적인 요리를 배우는 데는 별 흥미가 없었다. 대학을 다닐 때는 형편이 좋지 않아 음식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값싸고 빠른 식사를 위해서 코스트코에서 커다란 박스째로 컵라면을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카드에 포인트가 남아 있을 때면 학교 식당에서 접시가 넘치도록 음식을 담아 먹곤 했다. 대학 졸업 후 브루클린에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는 항상 외식을 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길 아래 몇 집만 건너가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이스라엘에서 베트남, 그리스까지 세계 미식여행이 가능했다. 몇 년 전 자동 음식주문 앱들이 생겨나고부터는 주문완료 버튼을 누르고 20분이 지나면 현관에서 음식을 받아볼 수 있었다.
적양배추 콜슬로(양배추를 잘게 썰어 새콤하게 절인 샐러드-역주)를 곁들인 팔라펠(병아리콩 또는 누에콩을 갈아 둥글게 빚어 튀긴 요리-역주), 매콤한 두부 반미(베트남식 빵- 역주) 샌드위치 또는 속을 채운 포도잎과 레브니(요거트와 비슷한 중동 요리-역주)를 곁들인 커다란 중동식 샐러드와 같은 요리들을 말이다.
내가 음식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약 7년 전, 이 시리즈의 첫 책인 『농장해부도감(Farm Anatomy)』을 집필하기 시작한 즈음부터였다. 이때부터 나는 육류 섭취를 중단하고 제철 과일과 채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 그랜드 아미 플라자에 있는 농장가게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으며 유기농 식품 그리고 지역생산 식품을 더 많이 구입했다. 이것은 직접 요리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거나 적어도 음식 준비를 거드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나는 전자레인지를 없애버리고 값비싼 고급 일제 식칼을 장만했다. 국제 요리센터에서 비건 요리수업을 들었고 몇 가지 기술을 배웠다. 사실 엄격하게 보면 기술적으로 그 요리를 비건 요리로 치기는 좀 그랬다. 요리를 하는 도중 실수로 내 손가락 일부를 재료와 함께 갈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초보 요리사다. 하지만 미식 방면에 있어서는 결코 초보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에게 이 방면에서 더 나아가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나는 내가 그린 거의 대부분의 것을 맛보려고 시도했다. 다양한 아시안 마켓들을 가본 후 집에 돌아와서는 중국산 마 퓌레로 팬케이크를 만들고 진짜 신선한 와사비 뿌리를 갈았다. 용과와 키와노(horened melon)를 맛보았지만 두리안은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대체 왜 그리 두리안 냄새로 야단법석을 떠는 건지 궁금해서 살짝 잘라 쪼개어보긴 했다. 시도해봤지만 아주 작은 조각 하나조차 얼굴 근처에도 가까이 할 수 없었다. 대신 신경질적으로 웃음을 터뜨리고 강렬한 냄새에 헛구역질을 했다.)
이 책을 쓰면서 한 여행은 더 많은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여러 가지 치즈들을 맛보았는데 그중 일부는 수년 동안 벙커에서 숙성된 치즈였다. 거기에 우간다의 오래된 풍차 방앗간에서 양조된 맥주를 곁들였다. 아침식사로 쪄서 먹는 바나나인 마토케를 먹었고 롤렉스(차파 티라는 인도의 밀가루 빵에 돌돌 말은 달걀 요리-역주)를 즐겼다. 핀란드에서 100년도 훨씬 더 된 전통 방식의 호밀 사워도우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가문비나무로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데 사용할 나만의 혼합 도구도 조각했다. 딸기 재배농장을 방문해서 이제까지 내가 맛본 중 최고로 달콤한 딸기를 따기도 했다.(볕 좋은 날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딸기가 정말 맛있게 익는다.) 겨울에는 눈 덮인 숲속을 헤매며 새해맞이를 위한 피자에 올릴 꾀꼬리버섯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지난 추수감사절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 내가 요리사로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날이다. 나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브루클린의 내 작은 아파트에 초대해 명절을 축하했다. 집에 오시기 전 어머니는 전화선 너머로 간곡하게 말했다. “정말 확실한 거니? 칠면조가 없다고? 혹시 모르니 그냥 내가 한 마리 요리해서 가져가는 게 어떻겠니, 응?”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아주 멋진 명절이 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 자신도 온전히 확신하진 못했으면서 말이다. 나는 코코넛밀크를 베이스로 한 렌틸콩 수프, 케일과 파로(와인의 일종-역주) 샐러드, 크리미 감자, 구운 단호박, 스리라차 소스를 입힌 방울다다기양배추로 구성한 메뉴를 준비했다. 기적적이게도 가족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우와 이거 정말 진짜 맛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추수감사절 음식보다 더 좋은데”였다.
나의 공동 집필 파트너는 레이첼 워튼(Rachel Wharton)이었다. 그녀는 미식 세계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내가 아직 배우는 중인 모든 지식들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식을 공유해주었고 알지 못하는 것은 따로 조사해주었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다루고자 했지만 늘 그렇듯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흥미를 갖고 수집하고,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의 아주 작은 맛보기일 뿐이다. 이 책을 만들면서 얼마나 배가 고파졌는지 아마 상상도 못할 거다. 요리를 그리기 위해 내가 찍은 사진들이나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들을 보다 보면 바로 냉장고로 달려가서 그 음식을 재현해보려 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구미가 당겨 어쩔 수 없었다. 책을 끝냈으니 이제 책을 만드는 동안 늘어난 체중을 뺄 수 있겠구나 싶어 신이 난다. 독자들이 더 많은 요리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이 책이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더 호기심을 갖고 더 많은 미식의 모험에 도전해보길. 나 역시 계속해서 그럴 테니까.
음식해부도감줄리아 로스먼 저/김선아 역 | 더숲
무심코 지나쳤거나 잘 몰랐던 음식과 맛에 관한 별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음식 탐험’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