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샘 스미스, 종교와 사랑 사이

샘 스미스 'The Thrill Of It All'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질 좋은 멜로디로 감성 자극 이지 팝송을 들려주던 전작과 비교하면 단번에 대중을 사로잡을 필살기가 무뎌졌다. (2017.11.29.)

160808664 - 복사본.jpg

 

3년 만에 돌아온 샘 스미스의 정규 앨범은 더 개인적이고 덜 대중적인 작품이다. 지난 1집 <In The Lonely Hour>가 그래미 4개 부분 수상을 거머쥐고, 「Stay with me」, 「I「m not the only one」이 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적은 우리나라에서까지 사랑을 받은 데에는 (물론 「Stay with me」가 표절 판정을 받긴 했지만) 쉽게 들리는 선율감의 영향이 컸다. 대부분의 수록곡이 명확한 멜로디를 지녔고 최소한의 사운드로 곡을 만들어도 탄탄한 보컬이 뒤를 받쳐주니 그야말로 거대 신인의 등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앨범의 멜로디는 주춤하다. 단번에 각인되는 킬링 파트는 눈에 뜨게 줄어들었고 곡 단위 구성 또한 후반부 힘을 쏟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구조의 반복을 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두근거리는 베이스가 뼈대를 이루는 「Say it first」나 일렉트릭 기타 반주의 발라드 「Scars」가 그것이다. 질 좋은 멜로디로 감성 자극 이지 팝송을 들려주던 전작과 비교하면 단번에 대중을 사로잡을 필살기가 무뎌졌다.

 

낮은 앨범의 진입장벽을 포기하면서까지 선율을 죽인 이유는 개인사를 담은 가사에 더 무게를 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커밍아웃하기 전 발매한 전작이 짝사랑했던 기억을 쫓아 적어진 것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사랑했던 남자와의 이별, 그리고 동성애자와 종교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본인을 담았다.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종교적 접근이 담긴 「HIM」,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고 직접 적어낸(“I gave him everything”) 「Nothing left for you」, 그 외에도 대다수 곡에 가스펠 풍 사운드를 넣어 종교와 사랑 사이 갈등을 분위기로 표현해냈다.

 

데뷔작만큼 탄탄한 싱글들이 자리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만의 주특기를 간직한 곡들은 존재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예 예바(YEBBA)와 함께한 「No peace」는 확실한 기승전결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잘 섞인 짙은 호소력의 발라드곡이며, 타이틀 곡 「Too good at goodbyes」는 지난 「Stay with me「의 골격을 닮아 피아노와 뚜렷한 코러스로 맛을 살린 좋은 곡이다. 일렉트릭기타와 목소리만으로 호흡을 전하는 끝 곡 「One day at a time」 역시 비슷한 구성의 「Palace」의 부족함을 채우기 충분하다.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분투하는 정체성을 펼쳐낸 가사. 그것의 효과적 전달을 위해 선택한 담백한 구조의 반복과 가스펠 풍 사운드의 과한 재사용이 앨범을 평면적으로 만들었다. 비틀즈가 명곡 「Let it be」에서 두드러지는 드럼으로 다채로운 선율을 일군 것처럼 피아노를 사용한 「I’ve told you now」나, 느린 곡 다음 잘게 쪼갠 비트의 「Like I can」을 넣어 앨범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던 첫 앨범과 비교하면 그 빈틈은 더 크게 느껴진다. 때문에 이번 음반은 듣고 즐기기에 최적은 아니다. 메시지에 집중해 선율을 쫒아야만 진가가 느껴질,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 소포모어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Sam Smith (샘 스미스) - 2집 The Thrill Of It All

22,600원(19% + 1%)

전 세계가 사랑하는 힐링 보이스 샘 스미스 (Sam Smith) 두 번째 앨범 [The Thrill Of It All] (SPECIAL EDITION) ‘I’m Not The Only One’, ‘Stay With Me’ 프로듀서 제임스 내피어(James Napier)와 다시 뭉쳐 탄생한 훌륭한 완성..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