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은 나의 몫! 어쩌면 답정녀
왜 이렇게 몸이 아픈 걸까?
건강 챙기는 것도 다이어트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언젠가 관심이 사그라들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은 마시라. 알다시피 직장인은 세상에서 제일 병이 많은 개체다.
언스플래쉬
“척추뼈가 휘었네요. 무리하지 마시구요. 40분 앉아있었으면 10분은 걸어주세요. 컴퓨터는 가급적 멀리해주시고,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마세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환자분은 양성종양이구요. 3cm 정도 절개했는데요, 실밥은 안에서 녹을 겁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상처가 안으로 꺼지거나 밖으로 나오니까 주의해주세요.”
“형태학적으로 문제가 있네요. 본인도 알고 계시죠? 오른쪽 무릎뼈가 안쪽으로 말려있으시네요. 아직은 젊어서 괜찮아요.”
흔히 말하는 아홉 수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몸이 아픈 걸까? 얼마 남지 않은 2017년을 돌아보면 계속 아팠다. 아플 때 생각나는 것은 병원보다 N포털인지라 병 날 때마다 접속하지만, 검색 결과만 보면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의견들뿐이다. 그런데 죽을병에 걸린 것과 같은 심정으로 병원에 가면 위와 같이 쿨한 말을 듣게 된다.
첫 번째 대사는 허리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 두 번째는 혈관종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 마지막은 무릎 통증으로 정형외과에 갔을 때 들은 말이다. 특히나 혈관종 수술은 여러모로 잊지 못할 것 같다. 수술 전에는 새끼 손가락만 한 병에 피를 4병이나 뽑았다. 수술 날에는 손발톱에 매니큐어가 있으면 안 되는데, 좀 의아하긴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이 무시무시할까 봐 이유를 묻지도 못했다. 스트레스에 되려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의사 선생님은 수술이 잘 끝났다고 기뻐하시며, 잘 아물 거라고 말씀해주었다. 한달 내내 진료 받으면서도 괜찮다는 말만 들었지만, 되려 나 혼자 전전긍긍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불편했다. 허리통증이나 무릎 통증에 다리를 절다가 찾아간 병원의 소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분하게 말한다. 결론은 괜찮을 거라고.
의사들 눈에는 ‘별일 아닙니다. 유난 떨지 마세요.’ 가 담겨 있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앉아 있는 직업인데) 앉지 말라거나 컴퓨터로부터 멀어지라고,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말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라고 말했다. 아마 환자의 물리적인 상황 말고는 개인정보라 더 많은 조언을 해줄 수가 없는가 보다. 매뉴얼대로 처치하는 것도 의사의 몫일 테니 탓하고 싶진 않다. 대형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많이 봤을 테니, 정말로 괜찮은 상태일 것이다. 상태가 나쁘다고 말하면서 돈 쓰게 만드는 의사선생님을 만나지 않아 행운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괜찮다는 의사 선생님들을 붙잡고 ‘선생님, 별일 아니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겁이 많아서 너무너무 걱정이 되는데요. 진짜 그게 다인가요? 신년에 재미로 본 운세에서는, 올해는 아플 거라고, 올해만 지나면 덜 아플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아픈 걸까요? 그럼 이제 안 아플까요?’ 라고 주절거리고 싶었던 지도 모르겠다. 지친 몸에 온갖 병이 난 것 같아, 병원간 김에 위로를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각종 촬영으로 뼈나 장기를 많이 봐서 그런지, 어느 때 보다 건강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 별다른 수가 없기에 화장실 가는 척 복도를 거닐며 허리 건강을 염려하고, 퇴근도 꼬박꼬박한다. 안 먹던 영양제나 각종 즙도 챙겨 먹고, 이국종 교수의 영상을 찾아보며 한국 의학계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영양제 관해서 궁금할 땐 <채널예스> 여에스더 인터뷰를 보면 좋다) 그리고 아플 땐 보험만 한 게 없으니, 돈 없으면 아프지도 못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렇듯이 아프면 나만 손해라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쓴 글인데, 읽는 이들이 동정심을 느낄지도 모르겠다(어깨를 토닥여 주셔도 됩니다!). 건강 챙기는 것도 다이어트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언젠가 관심이 사그라들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은 마시라. 알다시피 직장인은 세상에서 제일 병이 많은 개체이다. S양은 안압이 올라가는가 하면, Y양은 척추 측만, K양은 전정기관 이상 등등. 사시사철 눈이 건조하고, 감기는 기본이고, 야근으로 인한 뼈 질환에, 스트레스와 각종 질환으로 시달린다. 환절기라 그런지 아픈 사람들이 또 늘고 있다. 많은 직장인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남은 두 달을 보내기를, 좀 더 나은 의사를 찾는다면 나와 공유해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좋아하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