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정치를 권함
인문 권하는 사회 : 『VOSTOK 3호 사진과 권력: 빛과 그림자의 연대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인문학의 기본이다. 인문 교양 MD는 잘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으로 말한다. 브리핑은 거들 뿐. (2017.08.24)
여기 사진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동사진가라고 그를 표현할 수 있을까, VOSTOK 3호는 노순택의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눈이 시리도록 환하고 고요하던 1980년 5월 27일의 광주. ‘그 날’에서 하루 지난 광주의 거리는 소름 끼치도록 평화롭다. 누군가 지우개로 시민들을 지워낸 듯, 인적 없는 거리에서 우리는 다만 구석구석 숨어있는 계엄군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사진은 정치의 모든 순간에 존재해 온 매체다.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서 사회를 무너뜨리는 독이 되기도 했고, 저항의 주체이기도 했다. 이들은 사진의 겉면을 긁어내어 우리가 밟고 선 땅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검은 바탕을 뾰족한 심으로 살살 긁어내다 보면 서서히 형형색색의 숨겨진 그림이 나타나는 키트처럼, 이미지를 글로 긁어내어 정치한다. 그리고 묻는다, 그 낯을 본 뒤에 당신의 세계가 이전과 같을 수 있는지.
모두에게는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다. 정치는 개별적 존재가 둘이 되는 순간, 외부의 대상으로 인해 느끼는 긴장으로 시작된다. 정치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여기, 다시는 지배 당하지 않기 위한 꽤 괜찮은 모양의 정치를 권한다. 사진 잡지를 한 권 권한다.
활발한데 차분하고, 열정적이고 시큰둥하며, 이기적이며 연민하는 애매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