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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테잎, 3년 만의 귀환이 헛되지 않다

이디오테잎 〈Dystop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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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옭아매는 강력한 로킹 일렉트로니카. 시작부터 단숨에 단전을 찌르니 베일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음반.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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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시작과 동시에 본론. 진행의 흐름을 쌓을 것도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쫀쫀한 리듬감과 매력적인 전자음이 폭격처럼 쏟아진다. 수록곡 또한 4분 안팎으로 짧게 커트 되어 저마다 명확한 선율과 강한 인상을 날린다. 관객이 자세를 고쳐 앉을 새도 없이 공연을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관중을 휘어잡는 흡입력의 완성도 높은 작품성을 일궈냈다.

 

1집과 2집의 장점은 모았고 단점을 떨쳐냈다. 데뷔와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안겨준 1집 <11111101>에서 드럼 외에 드문드문 들리던 일렉트릭 기타 등 리얼 악기의 사용을 최소화해 사운드를 정제했고 그때부터의 강점이던 굵직한 선율의 힘은 유지했다. 다소 부진했던 2집 <Tours>가 음반 전체의 듣는 맛이 약하고 개별 곡의 단단함이 무뎠다면 이번 3집은 음반의 호흡과 곡 단위의 구성 모두 훌륭하다.

 

그야말로 저돌적인 전자음의 격돌이다.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첫 곡 「Among a hundred faces」를 지나 타이틀 곡 「Dystopian」에 이르면 앞뒤 잴 것 없이 거침없는 진격이 귀가를 파고든다. 일렉트릭 기타의 자리는 비어있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록의 거칠고 시원한 맛을 제대로 우렸다. 로킹함은 연이은 곡에서도 터진다. 헤비메탈의 육중함을 닮은 「Perfect moment」, 「Untold」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Plan z」는 피치를 잔뜩 올린 신경질적인 사이렌과 주선율에 사운드를 얹으며 흘러가는 확장이 끝내주는 음반의 필청곡이다.

 

압축기로 눌러 에센스만 뽑아냈다. 낮은 전자음으로 중심을 이끌고 공간을 메우는 건 드럼, 사이의 맛을 살리는 건 조금씩 다른 컬러로 덧입힌 선율이다. 정제된 구성으로 쉴 새 없이 열기를 올리고 빠른 곡 전환으로 집중도를 높이니 3년 만의 귀환이 헛되지 않다. 귀를 옭아매는 강력한 로킹 일렉트로니카. 시작부터 단숨에 단전을 찌르니 베일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음반.


박수진(muzik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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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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