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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웃다가, 훌쩍거리다가, 각성하기까지

하염없이 소설 읽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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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어서 읽는 건 소설이나 에세이를 제대로 읽는 방법이 아니다. 서점에서 일하느라 ‘문학 작품’ 읽기가 일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 직업이나 이유 같은 건 잊게 되기도 한다. 그런 독서를 ‘하염 없이 읽다’라고 한다.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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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의 가족소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를 읽었다. 다섯 식구가 사는 모습을 짧은 에피소드에 담아서 출퇴근길에 읽기 좋았다. 지하철 안에서 피식피식 웃다 놀라기도 하고, 혼자 훈훈해 하거나 눈시울 붉히기도 했다.

 

등장하는 가족 구성원은 아빠와 엄마, 세 아이다. (작가의 실제 가족이다. 이 소설은 에세이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아빠는 밖에서 일하고 엄마는 집에서 일(가사노동)한다. 엄마는 이제 뭐든지 척척 해내는데 아빠는 집에선 좀 허술하고 우당탕탕이다. 아빠가 잘 해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하는 소동과 아내의 눈치를 보는 소심한 모습에서 웃음은 피어난다. 그리고 엄마가 시크한 듯 세심하게 남편을 배려하거나 참거나 가족에 헌신하는 모습에서 감동이 배어 나온다. 아이들이 엉뚱한 듯 대견한 듯 나름대로 자라나는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이쪽 저쪽으로 더 보태준다. 대략 이런 구도 속에서 각 에피소드가 저마다 매력있다.


책의 매력에 잔뜩 빠져있다가 조금씩 현실로 돌아오면서는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빠와 엄마의 역할 구분에 관한 생각이다. 작가는 1972년생이고, 전통적인 가부장 아버지는 전혀 아니다. 아내가 집에서 일하긴 하지만, 작가는 그걸 당연시 하지도 않는다.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아내의 꿈 혹은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생각이나 마음과 달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설 속 아빠의 역할-장소와 엄마의 역할-장소는 확연히 구분된다. 가족 내에서의 능력치도 엄마가 월등하게 높다.

 

이것을 꼭 개개인의 인식과 실천의 괴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여성/남성 역할 구분에 갇히지 않은 사람들이 가정을 꾸렸다 하더라도, 필요한 소득과 수행해야 할 가사 노동을 염두에 두고 이것 저것 생각 하다 보면, 한 사람이 돈 벌고 한 사람이 가사 노동 하는 체제를 택하게 만드는 압력이 상당하게 존재한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과 가사-보육에 대한 불충분한 제도적 지원 등이 개입하면 대체적으로 아빠/엄마의 역할은 거의 무슨 공식처럼 답이 나오곤 한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지만, 아빠와 엄마의 역할은 부분적으로 변하고 크게는 유지되고 있다.

 

이런 시선으로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 유쾌한 부분조차도 또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아빠의 우당탕탕 뒤에는 가족의 일상을 거의 아내에게 일임한 데 따른 미안함과 조금이나마 함께 거들기 위한 의지가 있을 것 같고, 엄마의 시크한 배려 뒤에는 남편의 미안함을 덜어 주려는 마음이 있을 것 같다. 서로의 방향으로 마음을 쏟고 있는 관계를 떠올리니 마음이 한층 애틋해진다. 동시에 경각심도 느끼게 된다. 가부장 아버지의 종언이 가부장제의 종언은 아니라는 사실, 인식의 전환이 생활의 전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큰 강을 건너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새삼 각성을 하게 된다. 서로의 방향으로 마음을 쏟으면서 아직 큰 강이 앞에 있다는 경각심을 유지할 것, 나는 이 소설로부터 이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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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성광

다행히도, 책 읽는 게 점점 더 좋습니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저11,250원(10% + 5%)

웃음과 눈물의 귀재, 진짜 이야기꾼이 들려준다 이기호의 특별한 가족 소설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하는 여러 유쾌함들 중에서도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 중의 하나”나 “이기호의 소설에서는 많이 웃은 만큼 결국 더 아파지기 때문에 희극조차 이미 비극의 한 부분이다”(문학평론가 신형철)라는 평에서도 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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