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직접 곡을 쓴다는 점이 무기인 신예에게 표절 논란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함이 되는지, 그 과정을 우리는 직접 목격했다. 휴식기 이후의 자기반성적인 <Home>과 작은 시도들이 돋보였던 <북두칠성>은 추락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의 연속이었다. 그는 「봄봄봄」이 내세운 컨트리 풍 사운드의 나른함과 소박한 언어들을 자제하고 현악 사운드와 기존의 포크 작법을 더한 형식으로 좀 더 무게감 있는 트랙들을 공개해왔다.
분홍빛으로 물든 커버와 꽃단장한 그의 모습에 음반의 방향성이 간파된다. 꽃이 피는 시기를 맞아 고이 접어두었던 ‘봄’이란 고당도의 코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직전의 무게감을 한껏 덜어내고 가벼운 사운드와 산뜻한 가사를 통해 대중적인 소구력을 높였다. 트렌디한 리듬으로 산뜻함을 불어넣은 「이기주의보」와 정지찬의 편곡이 빛을 발한 「상상해봤니」는 의외의 매력을 마련한다. 기교 없는 담백한 톤을 토대로 음을 짓눌러 애수를 유발하는 단단한 보컬 또한 역시 탁월하다.
그러나 <개화기>에선 작곡가로서의 특점이 보이지 않는다. 「예뻐서 그래」와 「문득」은 각각 컨트리와 포크 형식을 빌린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한철 장사」라는 시장 중심적인 전략은 싱어송라이터의 한계점을 드러낸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도깨비>에 수록된 「Heaven」 또한 영상이라는 포맷에 종속된 노래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너’와 ‘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편협한 가사엔 유치함이 더해졌다. 아직 해명하고 설명할 일들이 남은 그가 굳이 봄이라는 진부한 컨셉을 다시 찾은 이유가 의문이다. 그놈의 봄, 봄, 봄은 다시금 그의 행보에 독이 된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