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로맨스 가능할까요? – 연극 <운빨 로맨스>
재앙소멸, 운명 극복 로맨틱 코미디!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를 뿐인 그녀의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을 신봉하고 운을 믿는 여자와 세상에 운 따윈 존재하지 않는 다고 믿는 남자가 만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연극 <운빨 로맨스>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잘못 만나도 완전히 잘못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다룬 작품이다.
연극은 웹툰으로 연재되어 큰 인기를 얻으며 황정음, 류준열 주연의 드라마로도 리메이크된 <운빨 로맨스>를 원작으로 한다. 각색을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 탄생한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원작 웹툰의 스토리를 그대로 옮겨왔다.
여자 주인공 점보늬는 자신에게 액운이 가득 껴있다고 여기며 용하다는 점집은 모조리 찾아가고, 소금과 부적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일주일안에 호랑이 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지 않으면 올해 안에 죽을 것 이라는 다소 황당한 신점을 받게 된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넘기고 말 어이없는 신점이지만 점보늬가 누구인가, 점에 살고 점에 죽는 여자가 아니었던가. 신점을 들은 보늬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 헤어진 전 남자친구, 연락이 끊긴 지 몇 년이 지난 남자 선배 등에게 접근하며 호랑이 띠 남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호랑이 띠 남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미친 사람 취급에 지쳐가던 그때, 운명처럼 남자 주인공 제택후와 마주하게 된다.
운명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제택후와 오직 운에 의지하며 사는 점보늬의 만남은 역시나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두 사람은 건물주와 세입자라는 불편한 관계로 만나면서 달라도 너무 다른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으르렁거린다. 그런 와중에 제택후가 호랑이 띠인 걸 알게 된 보늬의 대책 없는 유혹이 더해지며 두 사람 관계는 꼬이고 꼬이기 시작한다.
좋지 않은 인연으로 엮인 누군가가 밑도 끝도 없이 하룻밤을 함께 보내자고 간절히 조른다면, 누가 과연 그 간절함을 이해하고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 연극 <운빨 로맨스>의 성패여부는 이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보늬의 부탁을, 그리고 그녀가 점을 신봉하게 된 이유를 어떻게 개연성 있게 그려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남자주인공 택후 뿐 아니라 관객들 역시 보늬의 행동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를 뿐인 그녀의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연극은 다소 방대한 분량의 웹툰의 내용을 한 시간 반 안에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그려내지는 못한다. 다소 급작스러운 스토리와 소극장 뮤지컬의 뻔한 전개 방식은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악연에서 시작한 두 사람이 인연이 되고 운명이 되는 과정 중에서 서로가 나눈 교감을 좀 더 담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을 때, 마음이 불안하고 외로울 때 사람들은 한번쯤 미신에 기대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미신 또한 마음에 온전한 위안을 주지는 못한다. 지겹도록 들은 얘기이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얘기지만 결국 ‘운’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스스로 다잡는 ‘의지’와 ‘노력’이다. 택후와 만나게 된 보늬 역시 그 단순 명료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유쾌하고 발랄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작품 <운빨 로맨스>는 대학로 올래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