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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맞아, 콜드플레이(COLDPLAY) 첫 내한공연
객석에서
하지만 공연의 묘미는 티켓팅 후 공연 날짜가 임박해질수록 더해지는 설렘, 현장에서 느끼는 물아일체의 환희, 공연 뒤 서로 붙잡고 벅찬 감동을 얘기하는 해소의 3박자 아니겠는가.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아직 할 얘기가 많다면 여기서 풀어내시라!
누군가에게는 2017년 가장 기대하는 이벤트였을 <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이 지난 4월 15일과 16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중순 콜드플레이의 내한소식이 처음으로 알려졌으니 꼬박 5개월간의 기다림이었다. 물론 내한공연 자체를 기다린 것으로 치자면 데뷔 앨범을 기준으로도 17년의 긴 세월. 그래서 실질적으로 다가온 5달의 기다림은 때로는 처절했고, 때로는 신나고 즐거웠으며, 마침내 황홀하기까지 했다. <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은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공연의 묘미는 티켓팅 후 공연 날짜가 임박해질수록 더해지는 설렘, 현장에서 느끼는 물아일체의 환희, 공연 뒤 서로 붙잡고 벅찬 감동을 얘기하는 해소의 3박자 아니겠는가.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아직 할 얘기가 많다면 여기서 풀어내시라!
54구역 13열 13번 : 오늘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흥분되는 날이야. 콜드플레이 공연을 서울에서 보다니!
54구역 13열 14번 : 그러게, 이번엔 진짜 왔네. 2011년이었나? 그때 일본 후지록페스티벌 찍고 한국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도 온다는 얘기가 많았잖아. 라디오에서 배철수 아저씨도 언급했던 기억이 나. 한창 세계적인 록 밴드들이 많이 내한할 때라 정말 올 것 같았는데 결국 무산됐다는 소식에 ‘도대체 콜드플레이의 몸값은 얼마인가?’ 얘기들이 많았지.
54구역 13열 13번 : 콜드플레이를 움직이자면 거대 자본이 동원돼야 하는 건 분명하지. 예술적으로 상업적으로 콜드플레이만큼 인정받는 뮤지션은 여럿 있지만, 2000년대 톱은 콜드플레이 아닐까? 아직까지도!
54구역 13열 14번 : 국내에서도 4만5천 석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채웠다는 건 상징적이지. 그것도 이틀 연속 말이야. 1996년 마이클 잭슨 이후 처음이라고. 5월에 엑소 콘서트도 있고, 과거 스티비 원더부터 H.O.T, god, 신화, 서태지, 조용필, 이승환, 엘튼 존, 메탈리카, 레이디가가, 폴 메카트니 등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했지만 관객 수로는 콜드플레이가 정점을 찍은 셈이야. 티켓 예매할 때 보니까 10분 정도 만에 좌석이 다 팔리니까 사이드 시야 제한석을 쫙 풀더라고. 이것까지 내놔도 다 팔리겠구나 생각한 거지.
54구역 13열 13번 : 실제로 콘서트 당일 주경기장 객석이 꽉 찼으니까. 게다가 그 떼창들 봐(웃음). 여느 인기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 때처럼 몇 달 전부터 셋리스트가 돌긴 했지만, 그 리스트 몰라도 팝 음악을 그냥저냥 듣는 사람이라면 이번 공연 때 20여 곡이 전혀 낯설지 않았을 거야. 그 만큼 콜드플레이의 노래 자체가 세계적으로 흥행한 거지. 어쨌든 이른바 한물 지나서가 아니라 여전히 한창일 때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의 청춘을 함께 한 밴드잖아.
54구역 13열 14번 : 일일이 사전 찾아가며 가사를 음미하던 시절이 있었지. 노래가 참 시적이면서도 절묘하게 상업적이야. 듣기 좋으면서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
54구역 13열 13번 : 그게 콜드플레이의 성공비결 아니겠어? 록 밴드를 대표하는 강렬하고 파괴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감미롭고 따뜻한 멜로디 라인, 철학적인 가사, 거기에 크리스 마틴의 몽환적인 음색까지. 오늘 무대도 록 밴드의 공연답게 신나면서도 발라더의 콘서트 마냥 서정적이고 아름답잖아.
54구역 13열 14번 : 그런 차원에서 크리스 마틴의 보컬은 절대적이야. 솔직히 크리스 마틴의 노래는... 라이브 때 가끔 음정이 너무 불안해서 듣고 있는 내가 좌불안석일 때가 많은데, 오늘은 노래를 잘 불러서 눈물 나게 고맙더라고. 그의 가창력은 객관적인 요소들을 놓고 보자면 그다지 할 얘기가 없지만, 음색, 느낌 등 주관적인 요소가 더해지면 수직상승하잖아. 그런 차원에서도 콜드플레이는 전체적으로 감각적이고 느낌 있는 밴드라고 할 수 있지.
54구역 13열 13번 : 공연 구성도 굉장히 세련되게 잘 만든 것 같아. 이제 콘서트는 가수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한 편의 퍼포먼스를 선사하잖아. 콜드플레이의 이번 무대 역시 잘 세팅된 조명과 영상, 특히 관객들에게 나눠준 자이로 밴드가 노래에 맞춰 빨강, 노랑, 파랑, 보라색으로 색을 바꾸면서 근사한 그림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 시간이나 태극기를 활용한 퍼포먼스, ‘사우스 코리아 송’ 등 한국 팬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이고.
54구역 13열 14번 : 그 자이로 밴드 집에 가지고 오면 일본 공연 때도 조명이 켜질까 궁금하더라(웃음). 중반에 경기장 뒤쪽 무대에서 공연한 것도 좋았어. 사실 주경기장이 얼마나 커. 지정석 중에서는 제일 비싼 자리로 잡았는데도 멤버들 다 면봉으로 보이는데 이렇게나마 가깝게 볼 수 있게 해주다니. 긴 기다림을 하늘도 아는지 이틀 연속 날씨도 화창하고(공연 뒤 이틀 동안 비가 내렸다).
54구역 13열 13번 : 15일은 살짝 늦게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16일은 8시 정각에 시작해서 10시 정각에 끝내대. 앙코르곡 따위 기대할 수도 없는 간단명료한 공연(웃음). 하지만 2시간 내내 무척이나 열정적이고 알찼기에 아쉽지는 않아. 그리고 대규모 공연장에서는 앞줄이 아니면 어차피 안 보일 거, 뒤쪽, 꼭대기 쪽이 더 좋던데.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잖아.
54구역 13열 14번 : 그럼, 얼마나 어렵게 구한 자리라고! 그런데 15일 공연 본 20대 후배한테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무대 사진을 찍어서 ‘멋지지 않느냐’고 보냈더니 ‘앉아서 봤네요?’ 하고 답장이 왔더라고(웃음). 펜스에 붙어서 콜드플레이의 땀방울까지 본 관객들이 부럽긴 하다.
54구역 13열 13번 : 2011년에만 왔어도 우리도 스탠딩으로 달리는 건데. 뭐, 크리스 마틴도 1시간 넘기니까 많이 힘들어하던데, 다 그런 거지. 아니면 또 온다니까 그때는 스탠딩?
54구역 13열 14번 : 스탠딩은 사양할게(웃음). 그나저나 그때도 이른바 ‘피켓팅’ 해야겠지? 티켓팅만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해. 몇몇 기사에서 1~2분 만에 4만5천 석이 매진됐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렇게 매진됐으면 깔끔하게 포기라도 하지. 처음엔 10분 넘게 먹통이어서 두 예매 사이트를 넘나들며 ‘클릭’을 무한반복 하느라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로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
54구역 13열 13번 : 그래서 우리도 15일 공연은 놓쳤잖아. 그런데 버젓이 수백 장의 암표들이 나도니까 더 혈압 오르더라고. 많이 씁쓸하기도 했어. 요즘 공연 암표가 성행이지만, 전문 암표상들은 물론이고 콜드플레이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일단 티켓 사서 웃돈 붙여 파는 모습 말이야. 몇 십만 원 챙길 수도 있겠지만, 결국 몇 만 원 더 받겠다고.
54구역 13열 14번 : 단위를 키우면 살지도 않을 거면서 아파트 분양 받아 프리미엄 붙여 되파는 심리와 같겠지. 그런데 며칠 지나도록 취소표가 안 나오니까 살짝 흔들리긴 하더라고. 검은 세계의 티켓을 사야 하나... 인기 공연이라도 일단은 취소표를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보통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는 시점이나 우편 배송일 직전, 그리고 공연 임박해서는 이래저래 취소표가 나오게 돼 있으니까. 공식 예매처에서 구입해야 티켓에 내 이름도 들어가고 말이야(웃음). 물론 최악의 경우 티켓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54구역 13열 13번 : 이번 공연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국에 오겠다!’는 크리스 마틴의 그 약속, 짧은 시간 안에 꼭 지켰으면 좋겠네.
54구역 13열 14번 : 그러게, 그리고 이제 U2만 남았나? 참, 집으로 티켓 배송되던 날 말이야. 내가 문 여는 사이 택배 아저씨가 윗층 사람하고 통화하더라고. 티켓 가져왔는데 집에 있느냐고. 와, 우리 동에 콜드플레이 공연 보러 가는 사람이 또 있다니! 왠지 친해지고 싶던데, 나만 그런가(웃음)?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