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이라고 놀라지 말아요! – 뮤지컬 <머더 포 투>
온 몸으로 웃긴다
밝은 조명 아래 반짝거리며 빛나는 배우들의 땀은 그들의 뛰어난 연기 열정을 대변해준다.
진짜가 나타났다!
2인극은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배우는 화려하고 웅장한 공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공간을 오롯이 채워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관객은 어설프고 엉성한 연기와 스토리를 마주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을 안고 간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때론 그런 부담감과 노파심을 정확히 저격하는 작품과 마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3월 14일 초연한 뮤지컬 <머 더 포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흥미롭고 독특한 연출의 조화가 이 모든 걱정과 불안을 말끔히 없애버린다.
<머 더 포투>는 코미디와 추리가 결합된 미스터리 뮤지컬을 표방한다. 당대 최고의 추리 소설가 스티븐 퀸이 자신의 80세 생일 파티 날 살해당하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순경 마커스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작품은 시작된다. 스티븐 퀸의 부인 달링부터 조카 스테파니, 이웃 머레이 바바라 부부, 영화배우 샤론, 정신과 의사 그래프, 소년 합창단원들까지 파티에 초대된 모든 이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수 많은 용의자들 중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과정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거부 할 수 없는(?) 매력을 뽐내며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 실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만나는 사람은 이렇게 세 사람이다. 그러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13명이 넘는다. 이 말은 곧, 단 두 명의 배우가 무려 13개의 배역을 소화해 낸다는 얘기다. 특히 일명 ‘용의자들’ 역할을 맡은 배우는 80대 노부인부터 관능적인 여배우, 예민하고 까칠한 퇴역군인에서 반항기 가득한 어린 아이까지 성별과 나이를 뛰어 넘는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게 물 흐르듯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물로 변신한다.
사실 <머 더 포투>의 스토리라인은 단순하다. 의문의 살인사건과 범인 추리 과정, 그게 전부다. 어찌 보면 다소 빈약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입체적인 캐릭터의 향연, 배우들의 연기, 무대 공연만의 생동감 등 스토리 외의 다른 요소들로 틈새를 매 꾸어 나간다. 다소 엉뚱하고 허무맹랑한 상황을 재치 있게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진심 어린 웃음과 박수를 보낸다. 억지로 쥐어짜낸 부담스러움이 아닌, 배우의 진솔한 연기와 그 눈부신 열정에서 비롯된 순수한 감동이다. 밝은 조명 아래 반짝거리는 배우들의 땀은 그 어떤 소품보다 빛나고 화려하다.
<머 더 포투>는 2011년 미국에서 초연한 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으며 ‘조셉 제퍼슨 상’을 수상했고, 이후 일본에서도 공연되었다. 오사카와 도쿄에서 이루어진 일본 공연 역시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였고, 올해 드디어 한국에서 초연되었다.
다소 생소하고 독특한 구성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감탄 하다 보면, 90분의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이라면 <머 더 포투>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어느 새 시즌2 일정을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명문화공장 라이프웨이홀에서 5월 28일까지 공연.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