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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작가 25인의 아름다운 산문
천천히 세상을 본, 그래서 오랫동안 스며들 영미 작가 25인의 산문
좋은 에세이를 읽을 때 우리는 모든 능력이 활발하게 깨어 즐거움의 햇볕을 쬐는 느낌이 든다. 또 좋은 에세이는 첫 문장부터 우리를 사로잡아 삶을 더 강렬해진 형태의 무아지경으로 빠뜨린다.
오프닝
매년 3월 15일부터 닷새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는 ‘라스 파야스(Las Fallas)’라는 불의 축제가 열립니다.
축제가 시작되면 거리는 ‘파야’라는 인형으로 가득 찬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인형들은 축제 마지막날 밤 모두 불태워집니다.
지난해의 나쁜 일들은 태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죠.
인도의 봄맞이 축제인 홀리(Holi) 역시 비슷합니다.
축제 전야제는 홀리카(Holika)라는 신화 속 마녀를 태우는 건데요.
선이 악을 몰아냈음을 축하하는 뜻이라고 하죠.
터키엔 쿠르드인들의 최대 명절인 ‘뉴로즈데이’가 있습니다.
‘새로운 날’이란 뜻, 우리로 치면 춘분에 해당하는 명절인데요.
여기엔 압박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유의 날’이란 의미도 담겨있다고 하네요.
봄은 그 자체로 축제죠.
새들은 다시 노래하고, 짐승들은 짝짓기를 하고
대지는 색색의 꽃을 축포처럼 쏘아 올리니까요
그건 겨울을 잘 건너왔다는 자연의 격려와 축복일 겁니다.
그런데 추운 거리와 광장에서, 또 저마다의 빙판 위에서
겨울을 견뎌온 우리야말로 이 축제를 즐길 만하지 않을까요?
조지 오웰의 에세이에서 한 줄을 가져와 봅니다.
“이곳에도 봄이 왔다. 그리고 우리가 봄을 즐기는 것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
환한 봄햇살은 어쩌면 그런 우리를 위한 신의 조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입니다.
"좋은 에세이를 읽을 때 우리는 모든 능력이 활발하게 깨어 즐거움의 햇볕을 쬐는 느낌이 든다. 또 좋은 에세이는 첫 문장부터 우리를 사로잡아 삶을 더 강렬해진 형태의 무아지경으로 빠뜨린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 말처럼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는 천천히 세상을 본, 그래서 오랫동안 스며들 영미 작가 25인의 산문을 나누려 합니다. 『천천히, 스미는』에 담긴 그들의 시선과 문장, 천천히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천천히, 스미는』
영미 작가 25인의 아름다운 산문
1) 책 소개
현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창작된 아름다운 영어 산문들을 채집한 이 책은 지금, 이곳의 우리가 보아도 공감이 갈 만한, 어쩌면 우리보다 더 넓고 깊게 사물과 인간을 찬찬히, 오래도록 들여다본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했다.
작가의 개인적ㆍ사회적 기억, 자연과 사물, 인간에 대한 정확한 관찰,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과해 개성 넘치는 표현을 얻은 글들은 정확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대목들로 넘친다.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남김없이. 그들은 자체로도 빛나고 도드라질 뿐 아니라, 특히 전체 글의 흐름 속에서 더욱 가치를, 멋을 발한다.
가령 버지니아 울프의 '나방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의 '녹스빌: 1915년 여름', 조지 오웰의 '마라케시', 알도 레오폴드의 글들, 그리고 토머스 드 퀸시의 '어린 시절의 고통' 등. 그중 드 퀸시의 산문은 인간의 감정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듯한 압도적인 전율을, 오웰의 산문은 인간에 대한 성실한 관찰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에이지의 글은 "소리로 이루어진 글을 쓰겠다"며 앉은 자리에서 50분 만에 완성했다는데, 그의 표현 그대로 내내 고막을 홀렸다. 여섯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 보낸, 마지막 여름의 소리를 담은 글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나니 더욱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2) 저자 : 리처드 라이트 외 24인
◆ 213-214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1963년 12월 12일. 케냐 독립일을 나흘 앞둔 그날.
이 책의 첫 페이지가 시작 됩니다. 마우마우 운동을 비롯한 케냐 독립투쟁의 역사를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낸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 『한 톨의 밀알』.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우리의 시선이 쉽게 가닿지 못한 땅, 그리고 그 위의 작품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