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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블레,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미중년
마이클 부블레 <Nobody But Me>
묵직한 고전 팝 리스트에 재기발랄한 새 노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식,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소화력과 미끄러지듯 유랑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돋보인다.
정장뿐만 아니라 캐주얼한 차림도 어울리는 신(新) 프랭크 시나트라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새로운 제작진과 그가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메탈리카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밥 록(Bob Rock)의 손길이 닿은 6집이 열정적인 신사였다면, 7번째 앨범 <Nobody But Me>에서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미중년의 면모를 발산한다. 강렬한 열기를 대신할 상쾌한 바람은 악기 구성부터가 다르다. 후렴구의 극적인 연출을 도운 일렉트릭 기타의 빈자리를 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와 빅 밴드의 소리로 채웠다.
자발성이 높아진 만큼 순도 높은 개입을 예상했지만, 그 반대였다. 본인의 개성보다는 여러 뮤지션의 색깔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댄스 리듬의 곡 「Nobody but me」는 더 루츠(The Roots)의 블랙 소트(Black Thought)가 참여해 무게감 있는 래핑을 더했다. 팝적 성향이 짙은 타이틀이 말해주듯 음반은 이전의 록보다 밝고 가벼우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음악을 지향한다.
항상 참여해온 오리지널 곡의 자리를 양보했다는 점 역시 새롭다. 맑은 우쿨렐레 연주가 돋보이는 「Someday」는 메간 트레이너(Meghan Trainor)와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쓴 곡이다. 드럼과 브라스가 유쾌하게 녹여진 「Today is yesterday’s tomorrow」에서도 다른 팝 뮤지션의 색채가 느껴진다. 풍성한 악기 편성임에도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I’m yours」처럼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다. 여기에 랩과 노래 그 중간지점을 여유롭게 소화하는 창법이 부블레의 또 다른 매력을 끌어낸다.
명곡을 선택하는 센스와 현대적인 숨결을 불어넣는 솜씨는 언제나 그래왔듯 탁월하다. 그중에서도 「My kind of girl」은 원곡이 가진 빅 밴드의 웅장한 사운드와 여유로운 스윙감을 그대로 살려서 불렀다. 보통의 재즈 싱어들이 굵고 낮은 음색으로 무대를 장악한다면, 유연하면서도 나른한 중저음의 소유자인 그는 스윙을 표현하는데도 제격이다. 재즈뿐만 아니라 발라드에서도 빛을 발하는 보컬은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God only knows」를 리메이크한 곡에서 드러난다.
묵직한 고전 팝 리스트에 재기발랄한 새 노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식,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소화력과 미끄러지듯 유랑하는 부드러운 목소리. 마이클 부블레의 앨범은 구성 그 자체로만 본다면 이 같은 레퍼토리의 연속이다. 하지만 슈트 차림의 점잖은 신사가 때로는 젊은 감각의 일상복을 입듯 색다른 모습을 취하며 변해왔고, 여전히 변하고 있다. 재즈 보컬리스트로 시작한 그가 동시대 팝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효범(wjdgy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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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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