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릴 적부터 나는 아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어쩔 수 없이 찌푸려지고 힘든 날이 찾아오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지켜줄게. 그 힘든 날들을 내가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어도, 네가 힘들 때 언제나 옆에서 나도 같이 힘들게.
평범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빨리 자라고 닦달해놓고 사진으로 또 보고 있네.
어릴 적부터 나는 아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좋은 아빠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이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고 즐길 수 있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하는 그런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네가 내게 왔을 때 나는 그런 아빠가 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철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너와 비슷한 걸 좋아하고 함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혹시나 네게 해가 될까 봐 위험한 건 시도도 안 하게 되고, 절대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잔소리도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보호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너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해지곤 한다.
이제 닭 한 마리로는 부족하겠지?
해질 녘 퇴근길에 한 가장이 과자며, 장난감이며 양손에 선물을 바리바리 들고 가는 걸 보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괜히 뭉클해진다. 가족들이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선물을 고르고 샀을 가장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져 흐뭇하고, 그 선물 중에 본인 것은 하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울컥해진다.
어릴 적,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는 아버지 월급날이었다. 아버지는 월급날이 되면 시장에 들러 은박지로 싼 통닭을 사오시곤 하셨다. 가끔 나를 데리고 통닭을 사러 가실 때도 있었는데, 조각난 닭이 담긴 파란색 바가지에 밥주걱으로 덜그럭거리며 반죽을 묻히고는 기름 안으로 와글와글 들어가던 닭의 자태가 아직도 선명하다.
벌써 5살이 된 1호기 아들과 이제 막 3살이 된 2호기 딸은 어렸을 때의 나처럼 치킨을 아주 좋아한다. ‘아내와 둘이 먹을 때는 한 마리만으로도 충분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니 함께 추억을 쌓을 가족이 늘었다는 게 감사하면서도 묵직한 책임감이 생긴다. 가족들이 좋아할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치킨을 포장해 집에 가는 길, 너희들도 어렸을 때의 나처럼 행복한 하루이기를 바라본다. 닭다리를 모두 양보해도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나도 한 가족의 가장이 되어 가고 있다.
가족이라는 힘
오늘도 폭풍 같은 하루였겠구나.
엄마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빠의 육아에도 깊은 고뇌와 피곤함, 심리적 압박과 수많은 인내의 한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반짝거리며 빛나는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바로 나를 살게 하는 순간들이다.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에도 현관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너의 쉼 없는 재잘거림이 ‘그래, 다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또 한 번 힘을 내게 된다.
너의 응원 한마디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솟는다.
네가 나중에 자라서 나에게 효도를 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잘 웃고, 나와 함께 놀아주고, 밥 잘 먹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양의 효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너는 내가 없어도 너의 인생을 잘 헤쳐 나가며 살고, 나 역시 그 모습을 보면서 너와 따로 살아갈 날이 오겠지. 나는 아마 내가 꿈꿨던 아빠의 모습으로 늙지 않아서 후회하고 네게 많이 미안하기도 할 거야. 지금껏 단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한 적은 없었지만, 너는 너의 ‘존재’만으로도 나의 꿈이고, 삶의 원동력이며 에너지가 된다.
함께 웃고, 함께 울어줄게
네가 힘들 때 나도 같이 힘들게.
어느새 제법 커버린 너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따라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함께 추억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거릴 수도 있게 됐다. 분명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어쩔 수 없이 찌푸려지고 힘든 날이 찾아오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네 옆에서 지켜줄게.
네가 언제나 웃을 수 있게.
그 힘든 날들을 내가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어도 네가 힘들 때 언제나 옆에서 나도 같이 힘들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너의 그늘막이 되어 줄게. 벌써 세월이 이만큼이나 흘렀구나. 나도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구나.
집으로 출근전희성 저 | 북클라우드
아이를 키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인터넷 만화가 ‘육아툰’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빠만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내어 엄마보다 아빠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80년 여름에 태어나 부천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술 학원을 다니다가 디자인학과에 진학해 게임 회사와 에이전시를 거쳐 현재 신문사에서 10년차 인포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외벌이 가장이다. 집 안 청소와 생활비 충전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이와 놀아주다가 이겨먹는 것과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잘한다. 현재 두 살 터울의 1호기 아들과 2호기 딸을 키우고 있다.
<전희성> 저13,320원(10% + 5%)
네이버 [맘·키즈] 육아 콘텐츠 1위, 딴지일보 공감 1위! 엄마보다 아빠가 더 공감하고 열광한 아빠의 리얼 육아 스토리 아이를 키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인터넷 만화가 ‘육아툰’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네이버 [맘·키즈]에서 ‘집으로 출근’이라는 제목으로 인기 연재 중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