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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우주가 열리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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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은 순간, 세상의 중심이 바뀌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감정이었다. 설레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왠지 발뒤꿈치가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주저앉았다.

두 번째 어른을 준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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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처음으로 아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 날. 불현듯 ‘아직 좋은 남편도 되지 못했는데,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의 첫 만남은 이 세상의 모든 연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기적 같은 만남은 아니었어도 인연이었던 것은 틀림없는 만남이었고, 연애 기간 동안에는 행복에 들뜨다가도 감정에 복받쳐 싸우기도 하고, 서로 자존심 싸움에 몇 날 며칠을 연락 없이 지내기도 하는 아주 평범하고 소란스러운 연애를 했다.


연애 기간이 길어서였는지, 우리는 결혼 후에도 부부보다는 연인에 가까웠다. 결혼식을 올리고 딱 1년이 지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사방팔방에서 2세 계획을 묻기 시작했다. 철이 없었는지 그때까지 우리는 아이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의견을 나눈 적이 없었다. 그저 언젠가 우리에게도 아이가 생기겠지, 마냥 그런 생각만 하고 지냈다.

 

2세에 대한 압박을 처음 받은 날, 우리는 항상 그랬듯이 소파에 앉고 누워서 농담을 나누듯 ‘우리가 부모가 된다면 어떨까?’를 이야기했다. 무게 없는 말들이 숱하게 오가다 불현듯 ‘아직 좋은 남편도 되지 못했는데,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말하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은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어른들의 말이 뼈저리게 와 닿는 날이었다. 어렴풋하게 너를 만날 준비를 했던 첫 날, 나는 왠지 한 번 더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내겐 너무 낯선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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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길. 길 위의 모든 것들이 어찌나 위험해 보이던지.

 

“진짜?”


오매불망 기다리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서 큰 소리로 되묻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 산부인과를 처음 찾았던 날. 타인의 심장 소리가 마치 내 것처럼 선명하게 들렸고, 코끝이 찡해졌지만 괜스레 하늘을 보며 감정을 감췄다. 소리로 확인하는 존재의 가치는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왠지 더 강렬했다.


너의 존재를 확인하고 돌아가는 길에 여러 가지 의미로 세상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길 위의 모든 것들이 위험한 듯 느껴졌고, 이제 더 이상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감정이었다. ‘지나왔던 내 생에 이토록 중요한 것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과 ‘내 남은 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만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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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아내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너를 만나는 날이 다가오면 올수록 우리는 조금 달라졌다. 좋아하는 배우가 찍은 폭력성이 짙은 영화는 피했고, 볼 때마다 눈에 밟히던 유명메이커의 유아용 신발(사실 신발보다는 양말에 가까웠다)을 드디어 구입했으며,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유모차가 전시된 베이비페어도 찾아갔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이 세상의 모든 부모와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에서 떼쓰며 바닥에 드러누운 아이를 보면 인상이 찌푸려지기보다 안타까움에 마음속으로 부모를 응원하게 되고, 식당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부모를 보며 이해를 하게 됐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는 쉬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너란 존재 하나가 나를 참 많이 바꿨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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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나오는 아빠들처럼 멋지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잘리지가 않던….

 

‘11시간’이라는 길고 길었던 진통과 출산을 버티게 해준 무통주사에 경배와 감사를 하며,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 네가 세상에 태어났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감동의 눈물도 좀 흘리고 아내에게 고생했다며 훈훈한 장면도 연출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잘리지 않아 허둥지둥하기만 했다. 그렇게 소년 인생이 마침표를 찍었다. 철없는 남자의 결승선 통과인 동시에 육아라는 인생 최대의 고생길 오프닝의 커팅 세리머니를 한 것이다.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집으로 출근전희성 저 | 북클라우드
아이를 키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인터넷 만화가 ‘육아툰’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빠만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내어 엄마보다 아빠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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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전희성

1980년 여름에 태어나 부천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술 학원을 다니다가 디자인학과에 진학해 게임 회사와 에이전시를 거쳐 현재 신문사에서 10년차 인포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외벌이 가장이다. 집 안 청소와 생활비 충전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이와 놀아주다가 이겨먹는 것과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잘한다. 현재 두 살 터울의 1호기 아들과 2호기 딸을 키우고 있다.

집으로 출근

<전희성> 저13,320원(10% + 5%)

네이버 [맘·키즈] 육아 콘텐츠 1위, 딴지일보 공감 1위! 엄마보다 아빠가 더 공감하고 열광한 아빠의 리얼 육아 스토리 아이를 키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인터넷 만화가 ‘육아툰’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네이버 [맘·키즈]에서 ‘집으로 출근’이라는 제목으로 인기 연재 중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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