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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재벌녀는 NO, 스마트한 재벌녀는 옷도 잘 입는다!
MBC 드라마 <불야성> 여주인공 이요원 스타일
최근에는 온라인매체나 SNS 등을 통해 재벌가 여인들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드라마 속 재벌녀 패션도 매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십 년 전만 해도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가 여인의 패션은 ‘나 재벌’이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 집에서는 롱스커트, 외출에는 퍼(fur)나 화려한 진주목걸이로 마무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쇼핑이나 스파 투어로 소일하는 드라마 속 재벌 회장의 부인이나 상속녀는 집안일이나 회사 업무와 거리가 먼 설정이었기 때문에 활동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잠자리 날개 같은 현실성 없는 옷을 입어도 무방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녀의 옷은 부티는 났지만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스타일리시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저런 곳은 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야?” “저런 옷은 누가 입는 거야?” 소리가 나올 만큼 일반 대중과도, 실제 재벌가의 패션과도 크게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온라인매체나 SNS 등을 통해 재벌가 여인들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드라마 속 재벌녀 패션도 매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불야성>
MBC 월화드라마 <불야성>의 서이경 역의 이요원의 패션이 대표적이다. <불야성>의 주인공 서이경은 일본 관서지역 최고의 금융회사를 일군 재일교포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려는 거대한 야망을 품은 냉정과 열정의 화신이다. 그녀의 패션은 건우(진구)와 풋사랑을 하던 과거와 사업에만 몰두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재벌녀인 현실, 이렇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진다. 과거에는 캐주얼 브랜드 아메리칸이글의 체크무늬 셔츠, 리바이스 청바지와 야상점퍼 등의 서민 패션을 고수하다 세월이 흘러 금융계 큰손이 된 현재는 레드, 골드, 올블랙, 진분홍 등의 과감한 컬러로 일명 부(富)내 나는 스타일을 연출한다. 여성미가 살아있으면서도 고급지되 결코 넘치지 않으면서 위악을 가장하는 서이경의 현재를 드러내는 복잡, 미묘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회당 5~6벌의 옷을 보여주는 서이경은 흐트러짐이라고는 한 점 없이 원피스와 혼동할 만큼 피트감이 살아나는 코트, 몸매가 매력적으로 드러나되 육감적이지 않은 니트 원피스, 검은 원피스에 짙은 옐로우 재킷을 걸쳐 입는 보색대비로 럭셔리한 대담함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화제가 된 아이템은 버버리의 블랙 벨트가 포인트인 짙은 레드 컬러 코트, 엘리스 올리비아의 심상치 않은 광택 블라우스, 타임의 여성스러움을 가미한 카키색 트렌치 코트, 소매에 화려한 장식을 더해 여성미를 살린 블루걸 네이비컬러 롱재킷 등을 들 수 있다. 한결같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고 똑 떨어지는 차가운 카리스마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아이템들이다.
MBC 월화드라마 <불야성>
액세서리에서도 절제미를 더했다. 가방은 지미추의 고급스러운 디테일의 블랙 클러치, 발렉스트라의 심플한 백 등을 곁들였다. 주얼리는 아주 심플하거나 가는 라인으로 통일해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스와로브스키의 핑크와 화이트 펄이 보일 듯 말 듯한 진주목걸이와 귀에 딱 달라붙는 귀고리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말부터 패션잡지 모델로 활동한 이요원은 일일 시트콤을 거쳐 정극으로 데뷔했다. 동안인 데다 청순함이 매력포인트라 개성 강한 메이크업이나 패션보다는 무난한 스타일을 고수했는데 그녀와 재벌녀 패션의 궁합은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빛을 발한다. 쟁쟁한 경쟁자인 언니, 오빠를 제치고 아버지로부터 대기업후계자로 인정받는 최서윤 역을 맡은 이요원은 커트 헤어 스타일에 블랙과 화이트를 교차하며 차갑고, 도도하며, 이지적인 재벌녀룩을 소화해냈다. 지루하지 않게 극의 전개에 따라 고급스러운 소재의 파스텔톤 재킷, 와인컬러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시도하며 보는 즐거움을 제공했다.
이요원의 재벌녀 룩을 완성시킨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빛나는 피부 톤과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 이요원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애브뉴준오의 유민 원장은 ‘피부는 이요원 본연의 무결점 피부를 살리고 또렷한 립메이크업으로 럭셔리함의 상위 1% 서이경을 표현했다’고 한다. 완벽한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파운데이션, 파우더, 컨실러 등 여러단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피부가 자연히 두꺼워지기 때문에 쿠션 컴펙트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무수한 쿠션 제품 중에서 그녀가 애용하는 것은 현재 뮤즈로 참여하고 있는 시세이도 싱크로 쿠션컴팩트. 두껍게 피부 내용물을 분첩에 묻혀 가볍게 두드려도 피부 결이 메워지고 탱탱하고 깨끗해진다고. 여기에 레드나 버건디 등 진한 컬러의 립스틱으로 입술라인을 또렷하게 살려서 바르면 얼굴 톤이 한층 더 빛나고 깨끗하게 보인다고 한다.
MBC 월화드라마 <불야성>
그렇다면, 실제 재벌가의 여인 중 스타일이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 등이 대표적인 재벌 패셔니스타로 꼽힌다. 이들은 한결같이 대중들보다 발 빠른 핫한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늘씬한 몸매, 빛나는 피부와 윤기 나는 머릿결로 스타일을 완성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거기다 큰 조직을 이끄는 스마트한 여성리더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핫한 패션 아이콘은 임세령 대상 전무다. 최근 자녀 공연 발표 행사에 참석할 때 등장한 그녀의 패션이 화제다. 이날 입은 플레어 스타일 롱코트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디올, 펌프스타일 구두는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발렌티노, 심플한 디자인의 가방은 발렌시아가의 가방이었으며 모두 합치면 1500여만 원으로 소형자동차 한 대 가격이라고 한 매체는 발 빠르게 전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초 이정재와의 데이트가 포착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착용한 릴리 마들레디나 오버넥셔츠와 버버리 롱코트, 그리고 에르메스 백은 해당 브랜드 매장 전화에 불이 날 만큼 문의가 쇄도했다니, 열애설보다 패션이 더 화제가 되었을 정도.
그녀의 스타일 포인트는 바로 고급스럽되 절제된 데다 여성스러움까지 두루 갖추었다는 점. 일반 여성들에게도 거부감 없는 것은 물론, 따라하고 싶은 일명 ‘워너비 모델’로 까지 꼽히게 된 것이다. 실제 재벌가 여성의 패션스타일이 널리 알려지면서 드라마 속 재벌녀 패션도 좀 더 현실적으로 변신하는 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민폐녀가 아니라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스마트한 매력이 더해진 캐릭터가 중심이 되었다. 이제 재벌가 여성의 패션은 결코 ‘별에서 온 먼 그대’가 아닌 ‘따라하고 싶은 언니 룩’으로 진화한 것이다.
#퐈정리 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며 패션지 with, 마이웨딩과 조선일보 화요섹션에서 스타일 전문 기자로 일했다. 뷰티, 패션, 레저, 미식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