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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사기꾼 ‘허준재’로 변신한 이민호 스타일

구준표로 시작해서, 김탄 거쳐,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허준재로 꽃피우는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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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한류스타의 아시아투어 업무를 담당하는 모 업체의 말을 빌면, 순위에 부침이 있는 다른 스타들과 비해 몇 년째 중화권에서 이민호의 위치는 부동의 1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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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기자간담회, 출처: SBS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제작발표회에 등장한 이민호는 역시 아무나 소화하기 어려운 벨벳 소재의 블랙 수트와 오페라슈즈를 멋스럽게 매치했다.

 

아직 6회까지 방영되지 않았지만 220억 원 제작비, 팔라우와 스페인 로케 등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며, 스토리만큼이나 촬영장소나 주인공의 패션 아이템에 대한 문의가 뜨거운 것은 물론이다. 이민호는 멘사 클럽 회원에 등재될 만큼 머리 좋은 사기꾼 역할의 허준재 역을 맡았다. 이민호는 한 인터뷰에서 “비상한 두뇌로 졸부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유쾌한 캐릭터로 때로는 변호사, 때로는 의사로 가장해서 사기칠 대상-주로, 맹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모님-에게 접근하는 역할이다. 마치 여러 개의 캐릭터를 맡은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허준재의 패션 스타일은 세련되고 유쾌하다. 팔라우의 리조트와 스페인의 지로나 절벽 등 해외 촬영 분에서는 세련된 리조트룩과 크루즈룩을 넘나들며 연출했다. 남자들이 가장 쉽게 크루즈룩을 연출하는 방법은 보통 스트라이프 셔츠와 보트슈즈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고수들은 정장과 샌들을 매치한다. 정장과 샌들처럼 튀는 조합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순전히 입는 사람의 능력에 달렸다.

 

여기서 이민호의 옷차림은, 크루즈 스타일의 바이블로 꼽히며 휴양도시와 요트를 배경으로 머리좋고 유쾌한 사기꾼이 등장하는 영화 <리플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비 오는 밤, 전지현 앞에서 우산을 받쳐든 채 서 있는 그의 아이보리 수트는 맞춤 정장 브랜드 로드앤테일러, 멋스러운 징장식의 샌들은 이탈리아 슈즈브랜드 쥬세페자노티의 제품으로 밝혀졌다. 자칫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아이보리 수트 안쪽에는 좀 깊게 패인 V라인 이너셔츠를, 그리고 눈치 빠른 시청자들이라면 왼쪽 가슴에 달린 센스 있는 은색 브로치를 발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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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의 아이콘 ‘이민호’


무채색의 신인이 너무 버거운 드라마 캐릭터를 맡으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캐릭터로만 기억된다는 것이다. 임성한 드라마로 데뷔한 이태곤은 오랫동안 '구왕모(하늘이시여)'로, <제빵왕 김탁구>로 데뷔한 윤시윤은 ‘김탁구’라는 이름을 배우 자신과 분리하는데 오랫동안 시간이 걸렸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오만한 표정과 독특한 곱슬머리, 그리고 퍼(fur)패션으로 완전무장한 그 신인배우가 오랫동안 이름대신 ‘구준표’라 불리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날 그 어떤 말로도 대체가 안 되는 이민호다.

 

이영애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철수와 영희만큼!- 가장 평범한 이름을, 가장 스타일리시한 대명사내지는 형용사로 회자되게 한 그 이민호라는 말이다.

 

중화권 한류스타의 아시아투어 업무를 담당하는 모 업체의 말을 빌면, 순위에 부침이 있는 다른 스타들과 비해 몇 년째 중화권에서 이민호의 위치는 부동의 1위라고 한다. 중화권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그 열기는 뜨겁다. 필리핀의 GAP이자 지오다노로 불리우는 SPA 브랜드 BENCH/(벤치)는 ‘완판의 아이콘’ 효과에 흡족해하며 4년째 이민호와 전속모델 계약을 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휴양지 세부나 마닐라의 쇼핑몰은 물론 번화가 곳곳에는 그가 등장한 대형 광고물을 보고 ‘하도 간지가 나서 유럽 브랜드인가 검색해봤더니 필리핀 로컬 브랜드였다’ 라는 후기를 올릴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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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 완판의 아이콘이 된 연예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그것은 소화력이다. 단지, 명품만을 고집한다고, 좋은 스타일리스트를 만나서 완성되지 않는다. 부의 상징인 퍼재킷과 목도리를 한 구준표를 흉내 내서 많은 사람들이(개그맨 박휘순부터 최근 증권사기로 구속된 ‘강남부자 방송인’ L모씨까지) 흉내냈지만 그것은 럭셔리 대신 코미디의 상징이 되었다. 밝은 네이비, 오렌지, 레드까지 잘못 소화하면 밤무대 의상 같은 아이템들을 그는 럭셔리와 스타일이라는 코드로 소화해냈고, 그의 수트발은 ‘마에스트로’와 ‘갤럭시’’에 익숙한 동시대 직장인 남성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줬다. 보통사람은 결혼식에도 시도하기 버거운 올화이트 수트는 차은상(박신혜)를 바라보던 <상속자들>의 김탄과 더불어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음


이민호 스타일의 생명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음’이다. 자신의 화려한 외모로 옷이 죽어 보이지도 않게, 옷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이 버거워 보이지 않게 소화해낸다. 바지가 화려하면 상의는 심플하게, 반대로 상의가 화려하면 바지는 모노톤으로 매치해서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매회 각이 진 수트와 화려한 패턴으로 눈을 피로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서 있던 그의 셔츠핏을 빛내주었던 화려한 꽃무늬 패턴 셔츠는 산드로의 제품으로 이 또한 뜨겁게 검색 순위를 자랑했다. 극중 사채업자(김성령)에게 사기치고 외국으로 도망치는 허준재의 공항 패션은 베이직한 하늘색 셔츠에 화려한 스톤진이다. 마치 ‘하와이 남방’처럼, 적당한 양아치스러움을 표현한 것인 듯 선택한 1980년대 유행하던 스톤진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한 점이 놀랍다. (30여 년만에 남성들 사이에 다시 스톤진이 유행한다면 이 드라마 때문이다)

 

사기꾼 허준재는 집에서는 어떤 차림일까? 편안한 니트와 품이 넓은 셔츠는 시청자들이 눈을 쉴 여유를 준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의 센스는 쉬지 않는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화려한 문양의 구찌 블로퍼(뒷축 없는 로퍼)를 발견한 시청자라면 탄성을 질렀을 것이다. ‘집에서 블로퍼를 챙겨신는 남자라니!’ 자신이 소장한 옷을 입고 나온 듯 자연스러운 남성복 준지의 블랙점퍼, 자전거 탈 때 신었던 슈콤마보니의 화이트 스니커즈는 벌써부터 유행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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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한 장면


허준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심청(전지현)과 러브라인도 이어야 하며, 의붓 형과 오해도 풀어야 하며, 아버지의 재산도 찾아야 하며, 무엇보다 본업인 사기도 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야기 속에서, 유쾌한 사기꾼 허준재가 진지한 사랑을 느끼는 허준재로 변할 때 어떤 스타일로 변신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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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화정(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퐈정리 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며 패션지 with, 마이웨딩과 조선일보 화요섹션에서 스타일 전문 기자로 일했다. 뷰티, 패션, 레저, 미식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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