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정택용의 책과 마주치다
상상 속 종로1가는 없었다. 지도상의 종로1가엔 종루(鐘樓)도 없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만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종로일가」
새를 팔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새를 사는 사람이 없었다
새는 떠나고 나는 남았다
물가에 발을 담그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 먼저 든다
종치는 소리가 들리면
새가 종에 부딪혔나 보다
하는 생각이 지워진다
할아버지,
하고 아이가 부르는데 날 부르는가 해서 돌아보았다
- 황인찬 시집 『희지의 세계』에 수록
희지의 세계황인찬 저 | 민음사
이번 시집 『희지의 세계』를 통해 시인은, 한국문학사와의 대결에 돌입한다. 그것은 ‘매뉴얼화’된 전통과의 다툼이며, 전통에 편입하려는 본인과의 사투이기도 하다. 주체가 퇴조한 동시대 젊은 시인의 움직임 중에서 황인찬의 시는 돋보이는 사유와 감각을 보여 준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배운 뒤 불성실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관뒀다. 사진이 가장 쉽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덤볐다가 여태껏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인 사진집으로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와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찍은 《외박》이 있다.
<황인찬> 저10,800원(10% + 5%)
동시대 젊은 시인을 대표하는 탁월한 감각, 깊은 사유 한국문학사와 대결하는 아름답고 슬픈 박력 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너무 좋았다 -「오수」에서 여기 시를 쓰는 자신의 영혼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젊은이가 있다. 동시에 시라는 아이를 너무나 좋아해 버린 시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