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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엑세스 티비, 매력을 어필하는 개러지 록
퍼블릭 액세스 티비(Public AcCess T.V.) 〈Never Enough〉
밴드가 근사하게 만들어 놓은 자신들의 사운드 정체가 담겨 있고,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트랙들의 연속이 실려 있는 멋진 데뷔작
찬찬히 뜯어다 보자. <Never Enough>는 상당히 예스럽다. 네 명의 시선은 삼사십년을 거슬러 올라간 저 편에 닿아있다. 뉴욕에서 온 이 4인조 밴드는 개러지 록의 직선성과 원초성, 파워 팝의 복고주의와 팝 멜로디, 뉴욕 펑크의 미니멀리즘과 약간의 변칙과 같은 펑크의 성분들을 주된 재료로 사용해 자신들의 사운드를 빚어나간다. 조금 더 세세하게 들어가 보자. 퍼블릭 액세스 TV가 트랙 위에 배열해 놓은 개개의 조각들에는 레트로 컬러가 짙게 입혀져 있다. 「In the blood」의 기타에 입힌 리버브 톤은 미국 뉴웨이브 신에서 자주 만났던 장치고 「Evil disco」과 「Summertime」의 기타 리프에 더해진 고전적인 로큰롤 식 터치는 파워 팝 계열의 아이콘들에게서 많이 접했던 요소다. 또 오래된 리듬 앤드 블루스를 활용한 「Careful」과 더 카스 풍의 기타가 들리는 「Remember」는 어떠한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자취가 트랙리스트 곳곳에서 잡힌다.
그러나 여기에는 옛 느낌만이 자리해있지 않다. 추출한 철 지난 스타일 위로 은근하게 팝적인 멜로디를 더하면서 퍼블릭 액세스 TV는 자신들의 첫 음반 <Never Enough>를 오늘날에 어울리는 복고적인 로큰롤 음반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들의 사운드에서도 얼핏 들리는 스트록스와 위저가 오래전의 언어였던 개러지 록과 파워 팝을 현대적으로 다시 디자인해냈던 것처럼. 앨범이 가진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밴드는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은 과거의 문법을 멋지게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이를 현재의 기준에서 어렵지 않게 수용될 수 있게끔 훌륭하게 매만졌다. 그 결과로, 뉴웨이브 시대의 톤을 덧씌운 「In the blood」, 「I don’t wanna live in California」, 「Sudden emotion」과 당대의 리프 메이킹 방식을 이식한 「Evil disco」, 「Summertime」, 「Remember」와 같은 곡은 자신들의 사운드 원천이 어느 시대에서 출발했는지를 쉽사리 노출하지 않는다. 통사의 이쪽과 저쪽을 가지고 이룬 조화가 실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앨범에는 듣기에 좋은, 즐기기에 좋은 곡들이 가득하다. 단순한 골조의 펑크 사운드와 잘 들리는 멜로디, 넘치는 에너지의 혼합은 지치지 않는 38분간의 트랙리스트를 만들어낸다. 첫 곡 「In our blood」에서 출발해 마지막 곡 「Sell you on a lie」에 이르는 동안 활력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In our blood」이 지닌 댄서블한 리듬과 로킹한 사운드, 「Evil disco」의 고전적인 로큰롤 리프에 서린 은근한 그루브, 「End of an era」, 「In love and alone」이 머금은 활기찬 분위기, 「I don’t wanna live in California」, 「Remember」, 「Sudden emotion」을 비롯한 대다수 트랙이 가진 캐치한 코러스 선율이 내뿜는 위력은 상당하다. 듣자마자 단숨에 자신들의 매력을 어필하는 직관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퍼블릭 액세스 TV는 좋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 괜찮은 노래들이 적잖이 포진돼있다는 점 또한 <Never Enough>가 자랑할 수 있는 특징이다.
이 데뷔 앨범은 정말 멋지다. 여기에는 밴드가 근사하게 만들어 놓은 자신들의 사운드 정체가 담겨 있고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트랙들의 연속이 실려 있다. 3분 가량의 러닝 타임을 여러 번 끌고 가는 동안에도 이렇다 할 결점을 드러내지 않으며 레트로를 지향하는 성향에서 나올 수 있는 맹목적인 답습 또한 보이지 않는다. 우수한 결과물이 계속해 나오고 있는 최근의 개러지 록 신 가운데서도 <Never Enough>는 단연 돋보인다. 성공적인 출발이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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