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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작가는 발 밑을 본다

하염없이 소설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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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눈 앞의 일상에 집중하지 않고, 잠시 발 밑의 진동에 집중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최정화의 소설들은 일상의 구속력에서 조금 멀어져 발 아래 떨림에만 집중함으로써 실제 일상과는 살짝 다른 서늘한 톤의 소설들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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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첫 5개월 동안 한반도에 발생한 진도 2.0이상의 지진은 27건이라고, 기상청 지진센터는 기록하고 있다. 발바닥 아래가 수시로 흔들리는 와중에도 우리는 살아오던 대로 살아가는 중이다. 이 미세한 떨림이 내 인생을 뒤엎을 거라 느껴지진 않아서 그렇다. 혹시나 먼 훗날의 큰 강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는 건 아닌지, 약간은 걱정도 되지만 약간은 약간이다. 우리는 모두 발 아래에 떨림을 간직한 채 눈 앞의 일상에 시선을 고정한다.

 

최정화 작가의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을 읽었다. 이 작가는 우리가 앞을 볼 때 발 밑을 보는 사람일 것이다. 무릇 작가란 다른 곳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 이 작가만큼 발바닥 아래를 집요하게 보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이제 첫 소설집을 내놓았을 뿐이지만 벌써 그런 느낌이 . 홀로 쪼그려 앉아서 개개인마다의 표면 아래 존재하는 미세한 흔들림을 고요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약간’을 넘어서는 순간에 대해 상상하고 있을 그녀를 상상하게 된다.

 

최정화의 작품 속 인물과 사건들은 대부분 ‘일상’이라고 부를 만한 무대를 벗어나지 않고, 사건의 발단은 아주 작은 것에서 일어난다. 가사도우미 면접(단지 그냥 면접)을 보러 온 여자를 향해 안주인 자리에 대한 위협감을 느끼는 아내가 등장하고, 완전무결하다 여기던 남편이 사고로 앞니를 잃어 틀니를 하자 점점 그를 무시하게 되는 아내도 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산 하이데거의 책을 읽어내려 고군분투하면서 조금씩 어깨가 올라가는 여자도 있다. 이들을 아주 예민하거나 예외적인 사람들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작은 - 이를테면 틀니 같은 - 요소들이 가족관계처럼 공고하다 여겨지는 관계에 균열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 아주 뜬금없는 것 - 이를테면 (인테리어용) 하이데거의 책 - 같은 것이 한 사람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소설집은 보편적인 인생의 일부로 다가갈 것이다. 인생은 결코 고정되지 않은 채 쉽사리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물론 우리의 실제 일상에서는 그 영향이 눈에 보란 듯 드러나진 않는다. 대부분은 틀니 낀 남편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마음을 관리할 것이고, 하이데거 정도로는 태도에 확연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 미세한 변화(진동)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이미 구축된 일상이 있다. 떨림은 발 밑으로 우겨 넣고, 시선은 눈 앞에 더 크게 구속되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눈 앞의 일상에 집중하지 않고, 잠시 발 밑의 진동에 집중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최정화의 소설들은 일상의 구속력에서 조금 멀어져 발 아래 떨림에만 집중함으로써 실제 일상과는 살짝 다른 서늘한 톤의 소설들을 만들어 냈다. 특히 맨 첫 순서로 수록된 「구두」는 잘 연출된 심리스릴러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뒤축의 굽이 다 닳아서 현관 바닥의 타일과 부딪치며 울리는 짜랑짜랑한 마찰음”이 귓가에 어른거린다. 온갖 색깔의 감정이 한 데 뒤섞여 굴러가는 일상에서는 잘 티가 나지 않았을 색깔이 여기서는 선명히 드러난다. 그녀가 그려내는 이 서늘함을 우리는 버텨낼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 서늘함을 외면하기 위해 눈 앞에 집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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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최정화 저 | 창비
일상 속의 균열과 파동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작가 최정화가 등단 이래 활발한 활동으로 쌓아온 열편의 소설이 묶였다. 온전해 보이는 세계 안에 스며 있는 불안의 기미를 내성적인 사람들의 민감한 시선으로 날렵하게 포착해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자세가 야무지고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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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성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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