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그건 다 오해라니까!
좋은 인터뷰에 대한 추억, 썰 풀기
화보, 돈, 홍보가 더 우선시 되는 요즘 대부분의 인터뷰들 사이에서 나는 진짜 인터뷰를 찾아 읽는 재미를 즐긴다. 인터뷰의 본질은 누군가의 진심이라고 생각하면서.
인터뷰에 대한 추억
내가 인터뷰를 했던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유명가수 A군이다. 나는 A군의 CD를 전부 가지고 있을 만큼 그의 오랜 팬이었다. A군은 인터뷰 무용론자에 가깝다. 이미 톱스타고 ‘음원 강자’라 불릴 만큼 앨범도 잘 팔려 홍보가 필요 없다. 인터뷰를 한다고 하면 (당시) <SBS 힐링캠프> (현) <JTBC 뉴스룸> 같은 곳에 나갔겠지. 훨씬 영향력이 있으니까. 매체 인터뷰라니 의외였다.
A군과의 인터뷰는 7평 남짓한 아주 작은 방에서 (단 둘이) 진행됐다. 보통 인터뷰는 매니저, 홍보팀 직원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진행되는 게 관례다. 왜냐고? 인터뷰 중간 중간 “방금 한 얘기는 빼주세요”, “그 질문은 안될 것 같은데요?”라며 민감한 사안은 없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하니까.
하지만 A군은 꽤 오랜 시간을 빼 나이 어린 기자와 단둘이 대화를 나눠주었다. “이 얘긴 빼주세요”, “질문이 좀 그런데요”, “알아서 잘 써주세요” 같은 멘트는 일절 없었다. 매니저도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집으로 귀가 시키고(?) 인터뷰가 끝난 뒤 홀로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졌다. 그 당시 그런 A군을 보며 나는 입 벌린 얼음이 되었다.
"저 (A군) 팬이에요."
인터뷰 시작 전, 분위기도 풀어볼 겸 해서 속마음을 넌지시 고백했다.
"왜요?"
A군이 입가에 미소를 띄며 되물었다.
"아, 뭐... 굉장히 (이미지가) 부드러우시잖아요.”
“저 까칠하게 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웃음) 최근에 어떤 기자님을 만났는데 주위에서 저에 대해서 ‘까칠하다’, ‘별로다’ 그랬다는 거예요. 순간 화가 났는데 (웃음) 그 기자 분이 ‘저는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 모른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인 거죠. 너무 좋았어요. 인터뷰를 하면 팬이라고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색안경을 끼고 오시는 기자 분들도 많거든요.”
한참을 이어진 인터뷰 말미에 A군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많이 생각하는 거에요. 법정 스님 『무소유』 에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저는 '사랑 받는 것'도 굉장한 '오해'라고 생각해요. 대중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요? 대중이 나를 모르는데. 여러분이 알고 있는 저는 편집된 글과 방송 속에만 존재하잖아요. 진짜 날 알기 위해서는 같이 밥 한번 먹어보고, 술 한번 마셔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일 것이다.
누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낼 일도 못 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젠장,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법정 스님의 『무소유』 中
“저는 80원을 벌면 80원을 받는 게 좋아요. 40원을 받는 것도 싫고, 120원을 받는 것도 싫어요. 그걸 잊고 살았더라고요.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 그것도 행복한 건가? 의문이 들어요. 저 팔로우 20만 명 필요 없다니까요! 진짜 나를 알아주는 2명이 더 중요해요. 몇 천명, 몇 만 명의 사랑도 소중하지만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게 더 좋아요.”
나는 위인전보다는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위인전은 그 사람을 신격화하지만 인터뷰는 그 사람을 객관화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인터뷰는 대단하지 않을 수 있으나 진솔하다. 화보, 돈, 홍보가 더 우선시 되는 요즘 대부분의 인터뷰들 사이에서 나는 진짜 인터뷰를 찾아 읽는 재미를 즐긴다. 인터뷰의 본질은 누군가의 진심이라고 생각하면서.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는 저에게 늘 고문과도 같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인터뷰의 본질은 뭔가 멋진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결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고 믿습니다. 그게 비록 투박해 보일지라도.”라고 말했다. 별처럼 빛나는 수사법이나 미사여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글보다는 진짜 그 사람을 제대로 기록한 진심 어린 인터뷰가 많이 나오길 바라본다.
전도연 (김고은의 SNS에 인용된 전도연 -'무뢰한' 홍보 당시 'CJ CGV' 인터뷰 중에서)
"영화 속에서 여자로서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사람이 느껴지도록 연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예쁜 것에서 감동을 받는 건 아니잖나, 감탄사지. 관객은 결국 사람한테 감동한다고 생각한다."
맷데이먼 (유아인의 SNS에 인용된 맷 데이먼(Matt Damon) 인터뷰 중에서)
"젊은 시절 <스쿨 타이>(1992)에 함께 출연한 브랜든 프레이저와 크리스 오도넬만 저널의 주목을 받았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내 연기는 훌륭했다. 그러면 된 거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내 연기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버전의 인간이 되려 하기보다는, 그냥 나 자신이 되는 게 낫다. 이게 내 좌우명이다."
비틀즈 폴 매카트니 ('빅이슈' 6월호 인터뷰 중에서)
"당신에게는 엄청난 유산이 있다. 그 유산에 주눅들지 않느냐?"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압니다. 나는 그래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카트니라는 스타 입장에서도 그리고 '나'라는 입장에서도. 매카트니는 자기 이름을 딴 별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대중적인 스타와 나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그걸 잘 못하는데, 나는 나를 그렇게 놔누지 않습니다. 스타라는 업적에 대해서는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때로는 감격합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면서 "난 내 이름을 딴 행성도 있지"라고 하지는 않죠. 난 여전히 리버풀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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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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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인터뷰, 지승호, 전도연, 맷데이먼, 무소유, 폴 매카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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