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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어른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정의와 자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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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손해 보지 않고 나만 다치지 않는다면 그 사회가 정의롭지 않아도 개인의 자유가 없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곧 망합니다. 오늘은 누군가가 불의에 다칩니다. 그리고 내일은 당신의 차례입니다. 모레는 바로 내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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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참 듣기 좋은 말입니다. 누구나 정의로운 사회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인류는 정의를 위해 싸웠고 때론 목숨을 바치면서 그것을 쟁취했습니다. 정의는 고귀한 것입니다. 정의가 없는 사회는 매연으로 가득한 사회와 같습니다. 산소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산소가 없으면 죽습니다. 산소가 있을 때는 그게 소중하고 중요한지 모릅니다. 물론 이론으로는 산소의 화학 방정식까지 세밀하게 압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그것을 체감하지는 않고 삽니다. 산소가 없어져야 비로소 느낍니다.


얼마 전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5,500m까지 올랐습니다. 3,000m가 넘으면서부터 숨이 가빴습니다. 걸음을 옮기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것조차 엄청난 수고였습니다. 5,000m쯤 되는 곳에 있는 마지막 하이캠프에서는 끝내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숨이 가빠 단 5분도 잘 수 없었습니다.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산소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일정을 다 마치고 도시로 돌아오니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자유와 정의는 있을 때는 잘 모릅니다. 나만 손해 보지 않고 나만 다치지 않는다면 그 사회가 정의롭지 않아도 개인의 자유가 없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곧 망합니다. 오늘은 누군가가 불의에 다칩니다. 그리고 내일은 당신의 차례입니다. 모레는 바로 내 차례입니다.

 

정의에 대해 말하고 자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사회에서 자유와 정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완전히 보장되고 누릴 수 있어서 굳이 자유와 정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와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리고 진정 내가 자유와 정의를 원한다면 나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싸울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흔히 자유와 정의 등은 사회적 가치이고 당연히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그럴 만도 하겠지요.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인간의 가치는 어른이 되었을 때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어린이도 청소년도 인격적 존재입니다. 당연히 그들에게도 자유와 정의는 보장되어야 하고 그들도 정의를 학습하며 훈련해야 합니다. 불행히도 지금 우리의 교육은 그것을 문자로만, 개념으로만 다룹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서 자유와 정의의 문제를 느껴야 하고 다뤄야 하며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지 익히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건 그저 남의 일이기 쉽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유와 정의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건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누구나 어떤 사회나 자유와 정의의 문제는 존재합니다. 다만 양상이 다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청소년 여러분이 체감하는 자유와 정의는 어른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구체적일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사회는 어른들의 사회보다 좁고 반복적이며 틀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공부만 하면 다 되는 거라는 어른들의 채근에 여러분 스스로도 자유와 정의의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반대입니다. 학교를 비롯한 교육제도는 어쩔 수 없이 폐쇄적이고 제도적이며 강압적입니다.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배양하는 곳이면서 정작 학교는 비민주적이고 심지어 정의롭지도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도만의 문제일까요? 청소년 여러분이 이미 겪고 있는 학교 폭력(이건 비단 학생들끼리의 폭력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어른인 선생님들의 폭력도 포함됩니다)과 집단 따돌림 같은 현상은 매우 구체적인 자유와 정의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외면하거나 감추거나 모르고 지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라서 어른이 되면 자유와 정의는 저절로 오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서거나 자유와 정의가 배제된 굴종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만 정의를 지키면 손해인 것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나만 손해 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자유를 빼앗기고 불의를 당하게 되었을 때 아무도 나를 지켜 주지 않습니다. 정의는 단순한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연대라는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이 따를 때에만 지켜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삽니다. 물론 사는 방식이나 태도 그리고 가치관 등은 다 다릅니다. 하지만 자유와 정의의 문제는 모두에게 똑같은 가치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인격적인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내가 정의를 지켜야 우리 모두의 정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정의가 지켜져야 내게 정의가 돌아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함께 정의를 지켜야 합니다. 결코 나만 지켜서 손해 보는 게 아닙니다.

 

‘자유로운 개인’으로 사회 공동체 속에서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두에게 그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정의를 실천해야 하고 정의가 훼손되면 비판하고 저항하고 맞서 싸워야 합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외면할 때 정의는 사라집니다. 지금 청소년 여러분이 정의에 대해 굳센 신념과 행동의 의지를 갖출 때 여러분이 살아갈 미래는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2016년 5월 수연재(樹然齋)에서
김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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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김경집 저 | 샘터
정의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며 과정과 절차가 정당한지, 누군가의 고통이나 불행을 통해 내가 행복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 강자의 힘이나 권위에 굴복하여 타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똑바로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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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김경집> 저9,0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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