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뵐, 전후 독일 문단을 이끈 소설가
1972년 노벨문학상 수상
하인리히 뵐이 20대 초반에 겪은 전쟁은 곧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그는 전쟁을 겪었고 그곳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누구보다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고자 했다. 뵐은 경험을 통한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그가 히틀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었던 것처럼, 어떤 인간도 아무 의미 없는 승리를 위해 죽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출처_ 위키백과
1917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에는 히틀러 유겐트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치에 협력하지 않았고, 193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점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 이듬해 쾰른 대학에 입학해 독문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징집되어 6년간 프랑스, 소련, 헝가리 등 여러 전선에서 복무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쾰른에 정착했다.
이후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1949년 병사들의 절망적인 삶을 묘사한 『열차는 정확했다』를 시작으로, 참혹한 참전 경험과 전후 독일의 참상을 그린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1951년 ‘47 그룹 문학상’을 받으면서 문인으로서의 위치를 다졌고, 1953년에 출간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비평가와 독자들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비롯해 『9시 반의 당구』, 『어느 광대의 견해』, 『신변 보호』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1970년대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 활동을 하면서 독일 사회와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귄터 그라스와 함께 사회민주당으로서 정권교체를 위한 선거 유세에 참여하여 빌리 브란트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1967년에는 독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했고, 1971년에 독일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하인리히 뵐은 국제펜클럽 회장이 된 후 박해 받고 있는 여러 나라의 작가들을 돕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문학적으로도 항상 사회에서 소외 받고 억압당하는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다. 1972년에는 성취 지향 사회에 대한 저항을 담은 작품 『여인과 군상』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뵐의 작품 세계는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 받는 독일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게 되었다. 이후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과 사회 활동을 이어갔으며 1985년 동맥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사후 ‘쾰른 문학상’은 ‘하인리히 뵐 문학상’으로 개칭되었고, 쾰른 루트비히 박물관의 광장과 독일의 열세 개 학교에는 뵐의 이름이 붙었다.
작품 속에서 독일 사회의 불균형적인 발전, 팽배해진 물질주의로 인한 도덕성의 결여를 지적했던 뵐은 가톨릭교회의 부패를 정면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독일의 가톨릭교회가 정부의 자본주의 경제 정책에 순응하고 동조함으로써 재정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9시 반의 당구』에서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망각한 채 재무장을 논하면서 이윤 추구와 소비 조장으로 치닫는 독일 사회를 비판했다. 1974년에 발표한 작품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무고한 여성이 언론의 횡포로 사회에서 매장되어 가는 과정이 담겨있고, 『신변 보호』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해 다뤘다.
하인리히 뵐 작가의 대표작
여인과 군상
하인리히 뵐 저/사지원 역 | 지만지 | 원제 : Gruppenbild mit Dame
하인리히 뵐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 자본주의 사회를 역행하는 주인공 레니의 삶을 주변 인물들의 입을 빌려 구성한다. 사회적 약자들만이 등장하는 이 작품을 통해서 뵐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인간적인 것의 가치를 새로이 부각한다. 경제 발전을 위해 환경 파괴를 서슴지 않는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뵐은 이윤만을 추구하고 성공하기 위해서 팔꿈치로 밀어내면서 투쟁하는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 균등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 자본주의의 상업성과 시장경제 논리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적이기 때문에 허위적인 연대감과 불신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일련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행하고 있는 '인간적인 것의 미학'은 『여인과 군상』에서도 이어진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린리히 뵐 저/김연수 역 | 민음사 | 원제 : 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발표한 지 6주 만에 15만 부가 팔리고 뉴저먼시네마의 기수 폴커 슐렌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어 크게 흥행했던 소설로, 현재까지도 언론의 폐해를 다룰 때 언제나 인용되는 고전이다. 1974년 2월 24일 일요일, 한 일간지 기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범은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27세의 평범한 여인. 그녀는 제 발로 경찰을 찾아와 자신이 그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자백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가정관리사로 일하면서도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늘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사던 총명한 여인 카타리나가, 도대체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이 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화자는, 2월 20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닷새간의 그녀의 행적을 재구성하여 이를 보고한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서 하인리히 뵐은 대중의 저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언론이 어떻게 한 개인의 명예와 인생을 파괴해 가는가를 처절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열차는 정확했다
하인리히 뵐 저/사순옥 역 | 지만지
하인리히 뵐의 처녀작이다. 뵐은 20대 초반에 겪은 전쟁을 그대로 글로 옮겼다. 전쟁의 치열한 전투 현장이 아니라 그 커다란 사건에 말려든 인간의 무기력과 공포, 불안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어처구니없이 사라져가야 하는 한 인간의 억울한 운명이다. 전장으로 돌아가는 휴가병 열차 안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주인공 안드레아스는 전쟁, 그 안의 인간을 보여준다. 뵐의 전쟁문학의 목표는 인간이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전쟁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사라져야 하는 인간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평화이지 승리가 아니다. 『열차는 정확했다』의 등장인물인 동갑내기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적대감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며, 적국이니 아국이니 하는 용어도 소용이 없다. 그들은 동시대의 희생자일 뿐이다. 필요한 것은 전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9시 반의 당구
하인리히 뵐 저/사지원 역 | 지만지 | 원제 : Billard um halbzehn
전후 독일 사회 사회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내고 빠른 속도로 복구되어 갔으며 곧 경제 재건을 이룩했다. 하지만 오로지 이윤을 추구하고 소비를 조장하는 풍조가 만연했고 '경제 기적 정서'에 사로잡혀 극복되지 않은 과거를 쉽게 잊어버렸다. 이러한 50년대 독일 사회의 "공허하고 차가운 망각"에 대해 경악하며 정치적?사회적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이 바로 『9시 반의 당구』다.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가던 페멜 가족이 화해와 단합을 통해 연대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이루어 왜곡된 현실에 저항하며 버틸 힘을 얻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은 하인리히 페멜의 여든 살 생일날, 단 하루를 담고 있다. 하지만 사건은 회상의 형식을 통하여 지난 50년에 걸쳐 있다. '정신적인 친족 관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부조리에 저항하면서 서로 화합해 가는 가족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저/홍성광 역 | 열린책들 | 원제 : Und sagte kein einzigers Wort(1953)
장편소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전후의 참상과 고통에 침묵해야만 했던 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48년의 화폐 개혁 후에 서독의 대도시인 쾰른에서 벌어진 일을 부부 각자의 관점에서 그린 이 소설은 1953년 말까지 1만 7천 부 이상이 팔리며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이야기는 1952년 9월 30일 토요일 오전에 시작되어 10월 2일 정오경에 끝나는데, 작품의 제목은 예수의 수난을 다룬 흑인 영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따온 것이다. 이 작품으로 하인리히 뵐은 '독일 비평가 협회 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고 '47 그룹'에서도 작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로 가톨릭 교계로부터는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뵐이 이 소설로 서독의 여론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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