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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는 가수 박창근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일단 저한테 진짜여야 하고, 싱어송라이터는 모든 걸 자기가 하기 때문에 노랫말이나 음율 등 모든 게 제가 이해되고, 저하고 맞아야, 저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요. 제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꺼내 쓰고 싶고요. 또 창작자로서 현재 이렇게 살아야 해서 잊어버리고, 잃게 되는 감성들을 끄집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고 김광석 씨의 노래로 꾸며지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또다시 대학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에서 2012년 초연된 이후 꾸준히 관객들을 찾고 있는데요. 특히 김광석 20주기를 앞두고 공연되는 이번 무대는 더욱 따뜻한 관심이 예상됩니다. 기자는 공연 첫날 바로 예그린씨어터로 달려가 그 출발선에 함께 서봤는데요. 90년대 대학가, 노래 동아리, 대학가요제, 졸업과 함께 꿈에서 멀어지는 일상 등 조금은 평범한 내용과 단순한 구성의 무대지만, 역시나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김광석의 노래와 어우러져 내내 편안하게 펼쳐집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이 무대의 핵심은 ‘김광석의 노래, 그 노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일 텐데요. 그런 차원에서 지난 3년여 간 극중 ‘이풍세’로 김광석 씨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 이 배우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견인차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바로 이 작품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가수 박창근 씨인데요. 객석에서 박창근 씨와 함께 노래 얘기 좀 나눠봤습니다.
“공연 초반부터 거의 만석이네요. 3년여 간 대학로에서 공연했더니 고정 팬들도 생긴 것 같고,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하죠.”
커튼콜까지 하면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에 달하는데, 넘버가 19곡에 악기 연주까지 직접 하시니 이건 그냥 장기 소극장 콘서트 같습니다. 체력적으로 무리는 없나요?
“사실 지난해보다 20분 이상 줄였어요. 성대는 단련이 된 것 같고, 약간 타고난 것도 있고. 아프기는 한데 소리가 안 나오지는 않거든요. 체력적으로는 좀 힘들지만, 저희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극중에서 실제로 소주를 마시거든요. 어제는 좀 과해서 힘들었어요(웃음). 그래도 저희들은 마냥 좋아서 관객 분들이 지루하지 않다면 더 하고 싶고 그래요. 이상하게 광석 선배님 노래를 해서 그런지 배우들이 배역에 다 젖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초연 때부터 참여하고 계신 만큼 누구보다 작품에 대해 잘 아실 텐데요. 특히 음악감독도 겸하고 계시잖아요.
“별 거 없어요. 저도 광석 선배님 콘서트 가서 감동받았던 그때 기억을 살려서, 포크의 정석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어요. 선배님의 음악은 화려하게 편곡됐을 때 가사나 진심의 전달이 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컬적인 편곡은 하지 말자는 기본적인 취지가 있었어요. 저는 해오던 게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데, 다 소화해주는 배우들한테 고맙죠. 기타(박두성), 베이스(이현도) 치는 친구들은 원래 연주자지만 다른 친구들은 연기하는 친구들인데 악기도 배운 거예요”
노래하시는 걸 듣다 보면 어느 부분은 김광석 씨와 정말 흡사하더라고요. 100% 본인의 창법인지, 작품을 위해 김광석 씨와 좀 더 비슷하게 구현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완벽한 모창이 아니라 ‘이렇게 소화하는 게 이분 노래를 전달하는 데 있어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노래를 하는데, 사실 걱정은 많이 되죠. 단순히 모창이 될까봐. 사실 같은 노래를 다른 유명한 선배님들이 부르면 광석 선배님이 부를 때 느낌은 살지 않는 거예요. 굉장히 가창력이 풍부하고 다들 참 잘하시는 데도요. 물론 제 취향일수도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고 해서 완벽한 모창은 아니더라도 발성하는 방법 정도는 좀 연구를 했던 것 같아요.”
원곡이 갖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은 마음이겠죠? 그런데 예전에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광석 씨 노래로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하고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알아줘서 제 생활이 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김광석 선배를 기리는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광석 선배님은 매니지먼트를 두지 않고 라이브를 통해서 먹고 사셨잖아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노래 이외의 것들이 첨가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풍세도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됐다 못 참고 나오잖아요. 비슷한 걸까요?
“네, 다 제 얘기인 것 같아요. 사실 제작진이 공연 제안할 때마다 배우도 아니라서 약간 죄스럽기도 한데 거절을 못하는 것도 풍세가 저와 너무 비슷해서 사랑스러운 거예요. 세상사는 것이 다들 잘 풀리면 좋겠지만 실제로 저 같은 사람도 있고. 예술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약간 거칠어도 김광석 선배님처럼 그런 모습들이 사랑스러운 진짜 가수의 모습이 아닐까.”
공연 때마다 김광석 씨 노래를 많이 부르시니까 더욱 유심히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왜 그가 부른 노래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는 걸까요?
“참 어렵대요, 생각할수록. 예전에 한동준 선배님이나 동물원에 계셨던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에게 잘 맞는 노래를 선별해서 유명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표현해낼 수 있는 가수는 드물죠. 우리말의 정서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거의 최고가 아닐까. 김광석이라는 사람이 노래를 할 때는 다른 사람의 노래를 할 때도 자기화하는데 참 좋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갈증을 해소해 주는 거죠. 그리고 시대가 만들어준 부분도 있어요. 저도 대학 때 노래패 활동하고 사회정의, 민주주의 이런 것을 생각했지만, 당시 그런 활동을 통해 스타가 된 분이 안치환, 김광석 선배님이세요. 더 잘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제 다시 만들어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특히 두 분은 방송 등을 통해 무언가 억지로 하기 보다는 공연장에서 감동을 주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좋았고요.”
공연 중에 ‘김광석 씨가 저런 노래도 불렀나?’ 싶은 노래들이 있어 찾아봤더니 박창근 씨 작품이더군요. 좋던데요?
“감사합니다(웃음). 4곡 정도 포함돼 있어요. 최근에 정규 4집이 나오면서 제가 수록했던 노래들이고, ‘바람의 기억’이라는 노래는 이 공연 하면서 제가 생각한 ‘바람’에 대한 느낌으로 만들어서 공연과 닮아 있는 듯해요.”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하셨지만 여전히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 철학이 있는 음악을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음악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으세요?
“일단 저한테 진짜여야 하고, 싱어송라이터는 모든 걸 자기가 하기 때문에 노랫말이나 음율 등 모든 게 제가 이해되고, 저하고 맞아야, 저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요. 제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꺼내 쓰고 싶고요. 또 창작자로서 현재 이렇게 살아야 해서 잊어버리고, 잃게 되는 감성들을 끄집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사랑, 외로움... 제 음악은 제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많이 서툴고 거친데, 그래도 그 감성을 알아주는 분이 계셔서 감사해요.”
공연을 본 뒤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김광석 씨의 음반을 꺼내 들어봤습니다. 나른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음색으로 희로애락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는 그 노래를 들으며, 김광석 씨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겠지만, 그처럼 표현할 수 있는 가수는 찾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창근 씨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무대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고, 그 안에서 김광석 씨의 노래를 당당하게 부를 수 있는 이유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광석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고민하고 자존심을 지켜왔던 그 떳떳함으로 말이죠. 김광석 씨가 살아 있었으면 어느덧 쉰을 넘겼군요. 김광석의 노래가 무척이나 어울리는 이 계절,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박창근 씨가 표현하는 김광석의 노래들을 만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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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