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이렇게 빨리 어른이 될 줄은 몰랐다. 불과 1년 전 < 소녀 감성 >을 노래하던 여자아이가 "아마도 우린 여기까진가 봐"라는 무시무시한 가사를 내뱉다니. 그가 밝힌 대로 이번 앨범은 우효 자신이 20대에 맞이한 감정들을 서술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야 한다.”라는 명제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다.
골조는 전과 같다. 여전히 신스 소리와 통기타로 모든 곡이 채워지고, 포크 스타일의 곡 구조가 남아있다. 보컬의 유난스러운 리버브 처리 또한 마찬가지다. 「UTO」 정도가 그나마 리듬감이 부여된 곡이고, 그 외에는 단순히 박자 형성으로써 악기를 사용한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청각 화하는 방법도 자주 쓰인다. 데뷔작의 「Piano dust」는 이번 앨범의 「Seaside」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혼란에서 외로움으로. 재료는 가만히 있는데, 그것으로 만들어내는 표정이 새로워졌다.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이 모순된 지점에서 아쉬움이 발생한다.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이제는 너무나 보편적인 조합의 키워드를 그에게서도 느껴버렸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호한 태도와 현실적 묘사. 좋은 말로 하면 공감의 코드를 구한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개성이 흐릿해진 것이다. 다른 이의 옷을 입었다고는 하나, 너무 평범하다.
무난한 외형의 속을 채우는 건 독특한 목소리다. 인디 음악의 홍수 속에서 보컬리스트의 음색은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제법 효율적인 기준이다. 우효의 목소리는 일렉트로닉 위주의 최근 흐름에 잘 어울린다. 다만 그것이 이 신작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는 아니기에 지금 시점에서 강조할 수는 없다. 10대 시절의 귀여운 말투도 깜찍한 수식어도 사라졌다. 하지만 과도기의 어른아이만이 품을 수 있는 단정한 불안도 꽤 매력적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발음함으로써 소녀는 이만큼 자랐다.
2015/11 홍은솔(kyrie1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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