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예나 지금이나 개리의 매력은 솔직함이다. 슬픔과 사회의 어둠을 노래하던 2002년 당시와 비교하면 2015년은 상전벽해지만 괜히 무게 잡거나 특정 아이덴티티를 강조하지 않는다. 데뷔 당시의 마음을 되새기며 만들었다는 첫 솔로 앨범은 예능인과 음악인 둘 모두를 숨 가쁘게 소화하는 개리의 진솔한 소회가 담겨있다.
「어차피 잘 될 놈」의 회상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는 40대를 앞둔 베테랑 뮤지션의 자기 회고록이다. 낯설었던 시작의 떨림을 자연스레 읊어나가면서 창작의 고민을 다룬 「랩해」와 작금의 음악 시장을 비판하는 것이 「조까라 마이싱」을 연상케 하는 「둥둥」 등으로 고백의 폭은 넓어진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에 존박의 깊은 목소리와 함께 삶의 감정을 노래하는 「뚝방의 꿈」은 완벽한 리쌍 스타일의 단단한 자기 다짐이다.
대중이 개리를 소비하는 방식에도 소홀하지 않다. < MR. GAE >로부터 체득한 19금 이미지의 「엉덩이」, 「사람 냄새」로 확립된 히트 공식 「바람이나 좀 쐐」 등의 친숙한 이미지, 힙합 유행과 허니패밀리 박명호가 어색하게 동거하는 「Mushi mushi」는 비교적 최근 형성된 개리의 스타일을 충실히 보여준다. 10곡 트랙리스트에 비춰 종합 선물세트 같은 구성이지만 프로듀서 그루비룸의 일관성 있는 빈티지한 비트로 크게 이질감이 들진 않는다. 리얼 세션 위주의 「Shipapa」부터 PB R&B 스타일의 트랩 「어차피 잘 될 놈」까지 폭넓으면서도 튀지 않고 잘 정렬되어 있다.
'지금 내 삶은 오래전부터 그려놨던 미래'라는 가사처럼 많은 것을 이룬 개리다. < 2002 >는 브라운관의 스타와 음원 차트 강자, 건실한 아티스트 모두를 아우르면서도 어디 하나 소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뮤지션의 끈을 탄탄히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바람직한 성공담이다.
2015/09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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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정규 앨범 '2002' 개리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인 [2002]는 2014년 개리의 첫 솔로 미니앨범 ‘MR, GAE’ 발매 이후 약 1년 8개월 간의 긴 작업 기간 끝에 완성된 앨범이며,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각기 다른 매력들의 곡들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