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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대답이… ‘사랑혁명’이라고?
이전의 혁명들과는 다르게 조용하고도 심원하다
‘사랑혁명’은 국가·혁명·진보를 위한 인간의 희생을 말하지 않고, 생의 내재성과 우리의 감정 자체에서 실증적 유토피아의 원동력을 찾아.
앞에서 서양 철학사의 다섯 시기를 굵직굵직하게 살펴봤어. 자 그럼, 오늘날의 삶에 의미를 더해줄 새로운 원리, 21세기에 걸맞은 우리 시대의 철학은 무엇일까? 이걸 고민하지 않으면 옛것을 되짚어본 의미가 없지……!
내가 여러 해 전부터 줄곧 얘기하는 것은 ‘사랑혁명’이야.
‘사랑혁명’도 ‘혁명’이지만 이전의 혁명들과는 다르게 조용하고도 심원하지.
‘사랑혁명’은 국가ㆍ혁명ㆍ진보를 위한 인간의 희생을 말하지 않고, 생의 내재성과 우리의 감정 자체에서 실증적 유토피아의 원동력을 찾아. 이게 구체적으로 실현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큰 흐름은 이렇다는 거지. 멋지지 않아?
철학사의 다섯 시기를 개괄하면서 봤듯이 이제 철학자들은 해체주의가 기여한 바를 온전히 인식하고 첫 번째 인문주의의 본래의 오점도 다 아는 상태에서 오늘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새로운 원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철학자에게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서 자못 다른 대답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는 선생이 생각하는 답이 무언지 듣고 싶군요.
일단 새로운 의미의 원리를 촉구하는 이 시대의 특징은 뭡니까? 어째서 이전 세대가 우리에게 물려준 원칙들로는 역부족인가요? 선생 생각에, 우리 시대를 위한 철학은 어떤 것입니까?
다섯 번째 대답이… ‘사랑혁명’이라고?
앞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전통적인 가치와 이상(종교ㆍ애국ㆍ혁명 등)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힘을 크게 잃었어. 그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중매결혼에서 연애결혼으로의 변화, 내가 ‘사랑혁명’이라고 부르는 변화였는데, 그게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놨지 뭐야.
이 조용하지만 심원한 혁명은 배우자, 친구, 자녀, 부모를 향한 사랑을 통해서 지금까지 앞서 주축을 이뤘던 철학들이 무시했던 삶의 측면들을 한없이 귀한 것으로 드높였어.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말이지, 사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집단에 대한 생각까지 뿌리부터 뒤집어놨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우리 자식 세대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정치적 생각의 중심으로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지.
내가 철학사 얘기를 시작할 때 맨 처음에 한 얘기가 있어. 철학은 두 축을 중심으로 흘러왔다고. 그 하나가 ‘좋은 삶’을 인간 바깥 또는 위에서 찾다가 점점 인간 내면에서 찾게 되는 경향, 또 하나는 지금까지 잊히고 소외되고 억압되던 실존의 차원들을 점차 더 많이 해방시키고 통합해 나가는 과정이지. ‘사랑혁명’은 이 두 차원에서 모두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길의 정점에 있는 거야.
두 번째 인문주의의 특징
보편적 인간, 이성적 인간, 집단의 일원으로서 인간(첫 번째 인문주의)을 넘어 자신이 스스로 배우자를 선택한다는 작은 변화 하나로 깨어난 ‘개인의 삶’은 개인과 그 가족을 향한 ‘사랑’을 토대로 ‘인간 자신일 수 있는’ 두 번째 인문주의를 이끌어내.
첫 번째 인문주의, 곧 계몽과 인권의 인문주의는 이리하여 훨씬 더 광범위한 두 번째 인문주의로 대체되기에 이르지. 박애와 공감의 새로운 인문주의야. 이 인문주의는 국가ㆍ혁명ㆍ진보를 위해 인간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따위 얘기 하지 않아. 인간의 이상향, 유토피아를 그릴 때에도 철학의 이전 시대들처럼 신의 세계나 종교, 또는 국가/사회 같은 거대공동체나 이상에 근거하지 않아. 삶 자체에 깃든 ‘내재성’과 타인을 생각하는 ‘인간의 감정 자체’에서 우리가 경험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유토피아의 원동력을 찾지. 쉽게 말해, 우리 다음 세대가 저마다 ‘자기실현’의 수단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포부에 찬 기획이 그 원동력이지!
공동체와 인간이 함께 번성하는 시대를 향하여
하지만 이게 끝이라면 우리는 공동체의 가치를 속절없이 잃어버리고 개인에만 갇히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지. 다행히도 그게 끝은 아니야. 두 번째 인문주의는 결코 ‘가족이기주의’가 아냐. ‘가족사랑’이 ‘이웃사랑’의 뿌리가 된다는 것은 20세기의 주요 격변 이후 등장한 인도주의에서도 지켜볼 수 있지. 물론 지금의 사회는 때로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결전지로 보이기도 해. 사회와 역사의 진로는 일직선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류가 삶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작업’ 즉 철학은 그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인문주의의 끝에는 ‘철학의 여섯 번째 대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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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 알랭 르노, 질 리포베츠키 등과 더불어 루이 알튀세르, 장 보드리야르,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같은 프랑스 68혁명 세대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소장학자다. 파리4대학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랭스대학에서 정치학으로 국가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캉대학, 파리7대학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알랭 르노와 함께 쓴 책 『68 사상La pensee '68』(1985)으로 처음 작가로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으며, 이후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교육부 국가자문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는 장 피에르 라파랭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철학자로서 뤽 페리는 그간 주로 종교와 분리된 인문주의를 주창해 왔다. 그의 저서는 지금까지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다Vaincre les peurs』, 『인간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homme?』(장 디디에 뱅상과 공저, 한국어판 제목은 『철학적 인간, 생물학적 인간』)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프랑스 인권문학상을 수상한 『인간-신 또는 삶의 의미L'Homme-Dieu ou le sens de la vie』, 메데치상(에세이 부문)과 장 자크 루소 상을 받은 『새로운 생태학적 질서Le Nouvel Ordre ecologique』, 도덕?정치과학 아카데미 에르네스트-토렐 상을 수상한 『현대인의 지혜La sagesse des modernes』(앙드레 콩트-스퐁빌과 공저), 『사랑 혁명La Revolution de l'amour』 등 의미 있는 저작 활동을 활발하게 계속해 오고 있다. 특히 지은이가 외딴 휴가지에서 무료함을 못 견딘 지인들에게 서양철학의 흐름을 이야기로 풀어 들려주는 『철학으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Apprendre a vivre』는 프랑스는 물론 영어권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뤽 페리>,<클로드 카플리에> 공저/<이세진> 역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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