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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마이너리티들의 영원한 히어로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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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많은 평론가와 작가, 독자들이 ‘그는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다르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를 차별화시킨 그 독특한 상상력은 곧 우리의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의 소설이 상쾌하고, 통쾌하고, 유쾌한 것은, 그 상상력이 전혀 새로운 것, 그저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평범한 우리들에게서 빌려간 것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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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에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직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 일약 주목받는 작가가 된다. 박민규는 30편의 단편을 신춘문예에 지원했지만 예심을 통과했던 것은 「카스테라」뿐이었는데, 등단 후 예전에 신춘문예에 떨어진 작품들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고 감회를 밝혔다.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에서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미국 만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활약상을 통해 미국의 패권주의를 폭로했고, 같은 해 출간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최약체 구단 중 하나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소재로 삼아 주변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경쟁사회에 대한 유쾌한 풍자를 보여주었다. 2005년도에 첫 단편집인 『카스테라』를 출간했고, 2007년 노년의 공허를 특유의 박민규식 농담으로 풀어낸 「누런 강 배 한 척」으로 제8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12월부터 6개월간 인터넷 서점 YES24에 연재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경쟁에서 뒤떨어진 여성들, 나아가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일종의 연서이다. 또한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한 문제제기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이,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아온 역사, 결국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그는 이 작품을 내놓으면서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자살을 기도하던 남자와 몰래 아기를 낳고 죽이려던 미혼모를 등장시켜 생명의 가치를 이야기한 「아침의 문」으로 제34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무규칙 이종격투기의 문장가’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초기작을 거쳐 『핑퐁』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이르기까지 감각적이고 유쾌한 문장과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문장의 중간에서 단락을 변경하는 등의 형식적인 파격과 함께 재치 넘치는 표현, 기발한 착상, 그리고 사회의 주류에서 소외된 ‘루저’들에 대한 치밀한 관심과 그러한 소외를 야기한 현대 사회를 향한 비판의식은 박민규 소설의 원동력이다.

 

단편소설 「근처」로 2009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심사위원들로부터 '작가 박민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의미 있는 변화의 표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된 단편 「아침의 문」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다.

 

 

박민규 작가의 대표작

 

지구영웅전설

박민규 저 | 문학동네 

'상상력의 한계'가 어딘지 궁금하게 만드는 이 독특한 소설은, SF냄새를 물씬 풍기는 제목과는 달리 마치 지난 시대의 복고풍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것도 '블랙코미디'를. 도색잡지를 보다 들킨 '나'. 엄마를 불러오기는 죽기 보다 싫다(혹은 창피하다). '나'는 '슈퍼맨을 흉내내다 죽은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나, 그때 거짓말처럼 진짜 슈퍼맨이 나타나 그를 구하고 '나'는 그의 본부가 있는 미국으로 날아간다. 이같은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은 그러나, 당의정을 입힌 쓴 약처럼 그 속에 날카로움을 숨기고 있다. 웃기고 서글프고 끝내는 어떤 그리움을 품게 만드는 독특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저 | 한겨레출판 

'삼미 슈퍼스타즈'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이내믹'해지던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탄생한 구단이었다. '슈퍼맨'을 마스코트로 삼았던 삼미는 그러나 1983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1985년 매각되기까지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하는' 만년 꼴찌 팀이었다. 돌아보면, 80년대 우리 모두는 피해자였으며 또한 꼴찌였다. 소설이 비유하는 바, 삼미의 '슈퍼스타'들은 바로 우리들이었다. 타석에 10번 들어서면 안타를 2번 칠까말까 한, '1할 2푼 5리의 승률'을 지닌 '슈퍼스타' 말이다.

 

 

 

 

 

 

카스테라

박민규 저 | 문학동네

작가의 첫 단편집. 전생에 훌리건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운 냉장고 이야기, 링고 스타와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 등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넘실대는 단편 열 편이 실려 있다.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글들로, 그야말로 유쾌한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 자본주의 비판, B급 영화의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가 녹아있는 작품집으로 대왕오징어, 거대한 개복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팝스타 링고 스타 등 박민규의 소설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 등장인물들이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저 | 예담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의 서울을 배경을 무대로 하고 있다.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거부 받을 정도로 못생긴 아가씨와 잘생기고 번듯하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는 두 명의 청년은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다. 이들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기존의 전복적 세계관이나 키치적 유머 대신에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함께 침잠해 들어간다. 부조리와 편견 가득한 사회의 장벽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무참히 사회의 바깥으로 추방당한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서 박민규는 80년대의 변두리 골목으로 나선 것이다.

 

 

 

아침의 문

박민규 등저 | 문학사상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하면서, 죽음과 탄생이라는 두 개의 메타포를 통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에 대하여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주제의 과격성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서사기법을 통해 오히려 극적인 긴장과 균형을 동시에 성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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