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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희생자, 괴물들의 세계사
『군인』
타인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 사람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피 비린내 나는 전장들과 살벌한 병영 안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종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1. 오프닝
음력 사월 보름부터 칠월 보름까지 석 달.
불가에서는 하안거 기간입니다.
석가가 살았던 인도의 우기는 덥고 습하기 때문에 탁발도 쉽지 않았겠죠.
그래서 한곳에 머물러 수행을 했던 게 유랜데요.
‘안거’, 편안히 있음.
늘 발이 부어있던, 그래서 그만 주저앉고 싶던 청춘의 어떤 시기에
혹은 평안을 구하였으나 마음이 사납게 나부길 때
이것만큼 필요한 게 또 있었을까요.
가톨릭에는 ‘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피소정념(避騷靜念)’ 혹은 ‘피세정수(避世靜修)’의 준말이라고 하는데요.
소란한 세상을 떠나서 묵상과 침묵기도를 통해 내면을 살피는 수련입니다.
피정. 한자로는 ‘피하여 고요해짐(避靜)’이구요,
영어로는 ‘후퇴하다, 철수하다. 물러나다(retreat)’란 뜻인데요.
전선과도 같은 일상에서 잠시 철수하는 것,
세상을 피해 조용히 내면을 마주하는 것.
올여름의 피서는 그런 것이었으면 합니다.
언어로부터의 피정, 시계로부터의 피정.
침묵 속의 안거, 자신 속의 안거.
굳이 ‘멀리’가 아니어도 좋겠죠,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독일어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볼프슈나이더의 작품을 다룹니다. 바로 최근에 출간된 『군인』이란 책인데요, 이 책은 군인이란 어떤 존재인지, 군인은 어떤 무기로 어떻게 싸우는지, 그들의 삶과 죽음의 과정은 또 어떠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나간 책입니다. 오늘은 이 책을 통해 군인과 전쟁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웅과 희생자, 괴물들의 세계사
1) 책 소개
군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군인은 어떤 무기로,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그들로 하여금 죽음의 공포에 맞서 전장으로 나아가게 한 힘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은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 인류가 서로 싸우지 않고 공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간결한 산문의 힘으로 '독일어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대표적인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는 이 책 『군인』에서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위대한 패배자』, 『만들어진 승리자들』의 저자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슈나이더는 이 책에서 시대와 대륙, 문화를 뛰어넘어 지난 3천 년을 아우르는 군인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며 군인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고찰한다.
지난 3천 년간 군인은 영웅이자 희생자였으며, 괴물이었다.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군인들은 지구 상의 그 누구보다도 많은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긴 사람들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징집되어 무너져 가는 나치 정권을 위해 싸워야 했던 저자 슈나이더가 전후에 군인에 대해 느낀 감정 또한 바로 이러한 혼란스러움이었다.
슈나이더는 이때부터 군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책은 그 오랜 천착의 결과물이다. 타인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 사람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피 비린내 나는 전장들과 살벌한 병영 안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종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2) 저자 : 볼프 슈나이더
『위대한 패배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볼프 슈나이더는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이다. 1947년 뮌헨의 「노이에 차이퉁」 기자로 일하기 시작하여, AP 통신사를 거쳐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워싱턴 특파원, 『슈테른』의 편집장과 사장, 「벨트」의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1979년부터는 함부르크 언론인 학교의 초대 교장으로 취임하여 1995년까지 독일의 언론인을 양성했다. 2011년에 헨리 나넨 언론상을 수상하였으며, 2014년에 독일 공화국 1등십자공로훈장을 수훈했다. 문화사와 언어 분야에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저술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위대한 패배자』, 『만들어진 승리자들』, 『인간 이력서』, 『거짓에 관한 진실』 등이 있다.
◆ 133-134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 저/권남희 역 | 예담 | 원서 : 紙の月
다음 '책, 임자를 만나다'시간에서는 일상을 재조명하는 농밀한 심리묘사의 대가 가쿠다 미쓰요의 작품 <종이달>을 다룹니다. 우연한 일탈을 계기로 깊은 범죄에 빠져든 평범한 주부의 내면을 추적한 서스펜스 작품이죠. 이 작품은 잘짜여진 스토리는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다루는 모습도 굉장히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인데요, '책, 임자를 만나다'시간에서 본격적으로 가쿠다 미쓰요의 문학세계, 그리고 이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이야기도 곁들여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군인볼프 슈나이더 저/박종대 역 | 열린책들
고통과 승리, 탐욕과 경건함, 비열함과 위대함 사이를 오가는 군인들은 우리에게 숭배와 증오, 경탄과 공포라는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혼란스러운 존재였다. 슈나이더는 이때부터 군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책은 그 오랜 천착의 결과물이다. 타인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 사람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피 비린내 나는 전장들과 살벌한 병영 안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종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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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