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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비밀, 정부의 비밀 따위가 아닌,「남편의 비밀」

『허즈번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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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남편의 비밀」이다. 「세상의 비밀」,「정부의 비밀」,「부자가 되는 비밀」따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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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을 베스트셀러로 올려놓은 힘은 호기심이다. 우연히 발견된 남편의 옛 편지. 편지 봉투에는 아내와 딸의 이름 그리고 심상치 않은 문구가 적혀 있다.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무슨 편진지 기억나지 않는다던 남편은 아내가 잘 때 몰래 다락에 올라간다. 폐소공포증 때문에 다락에 얼씬도 못하던 그가, 후들후들 떨며 다락에, 편지를 숨기기 위해. 마침내 아내는 편지를 열어보고, 무너진다.

 

우리의 관심은 편지를 향할 수 밖에 없다. 편지 속에 있는 것이 바로「남편의 비밀」이니까. 「세상의 비밀」,「정부의 비밀」,「부자가 되는 비밀」 따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이 소설의 더 큰 매력은 ‘비밀’이 아닌 ‘비밀 이후’에 있다. 꼭꼭 숨겨서 궁금증을 키웠다가 마지막에나 터뜨릴 것만 같은 편지 내용을 작가는 중간에 툭 공개해버린다. 자극적인 비밀로 낚시질이나 하는 그런 작가가 아니라는 듯.

 

사실 이 ‘편지 가족’은 소설의 1/3분량만 담당한다. 나머지 1/3씩을 담당하는 두 가족이 또 있다. 작가는 이 세 가족을 번갈아 등장시키는데, 처음에는 편지와 무관한 나머지 두 가족이 왜 등장하는지 알기 힘들다. 하지만 소설이 진행되면서 각각의 사연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편지의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는 거의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마지막 순간 모든 이야기가 마침내 겹쳐지며, 아주 극적인 결말로 빚어지는데, 이 소설의 실력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그러니 편지의 내용을 일찍 알게 되더라도 김 빠질 일 없다.

 

가족을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가족소설이다. 하지만 가족 외부의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마침내 공고해지는, 오래된 패턴과는 궤를 달리 한다. 가족 내부에서 ‘비밀’로 생기는 균열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흔한 ‘가족주의’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가족의 해체나 재구성을 말하는 것도 아니니, 최근의 유행과도 거리가 있는 셈이다. ‘가족의 공고함’과 ‘가족의 버거움’사이에 서 있는 소설. 뻔하지 않다는 얘기다.

 

가족에 관한 문제라 그런지,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질문이 뒤쫓아 온다. 질문들은 모두 ‘용서’라는 키워드와 관련이 있다. 나라면 용서할 것인가 혹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란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질문이니, 소설의 결론에 대해 댓글을 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마음속으로 달고 있는 그 댓글이, 가족에 대한 당신의 입장을 깨닫게 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이 책을 괜찮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아주 재미있는 책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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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리안 모리아티 저/김소정 역 | 마시멜로
세 딸아이의 엄마이자 완벽한 남편을 둔 행복한 가정주부 세실리아는 문득 옛날 친구와 여행 갔을 때 주워온 베를린 장벽 조각을 찾으러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봉인된 낡은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남편 존 폴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다. 편지 봉투에는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부부로 살아온 15년 동안 서로가 모르는 비밀은 전혀 없다고 여겨왔던 세실리아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있다가 출장 간 남편과의 전화 통화에서 편지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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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성광

다행히도, 책 읽는 게 점점 더 좋습니다.

허즈번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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