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시간여행자’가 되어 돌아가고 싶은 그 때 그 시절, 써니힐
써니힐(SunnyHill) < 1st Album Part.B ‘Sunny Blues’ >
그들이 인기를 이끌지 못하더라도 소소하고 조용하게 지지를 받는 이유
써니힐(SunnyHill) < 1st Album Part.B ‘Sunny Blues’ >
방향을 틀은 건 「Goodbye to romance」부터였다. 「Midnight circus」, 「베짱이 찬가」, 「백마는 오고 있는가」, 3연타로 창작력을 뿜어냈던 때를 그리워하는 이에게는 이후의 행보가 다소 심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써니힐은 몇 년 전 실패를 경험한 뒤로, 기획사 로엔이 마음먹고 재기시킨 팀이다. 한참 상향곡선을 걸을 때도 전적으로 스텝들의 연출력에 기대고 있었는데, 그 이상의 구성을 짜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욱이 멤버들의 연령이 올라가면서 소비층이 애매해져 버린 상황, 이후로는 직장인 이야기나 어쿠스틱 팝에 집중하고 있다.
전작 「Monday blues」가 노골적으로 회사 생활을 겨냥해 불편한 느낌이었다면, 「교복을 벗고」는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을 추억한다. 마치 폭풍 같은 20대를 보낸 이들이 그 때가 좋았지라며 회상하는 것처럼, 굉장히 사근사근하고 여성스럽다.
아직도 써니힐에게는 한 때 아이유 음반에서 느껴졌던 동화적인 분위기가 남아있다. 로엔 제작팀이 리얼 세션을 꾸준히 고집해온 만큼, 「King & Queen」처럼 악기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그들은 더욱 특별해진다. 이 기조를 따르기 위해 「Better woman」, 「현재 연애 중」에도 인디의 색채를 가져왔다.
리드보컬 주비의 음색이 점점 빛나는 것과 반대로, 나머지 멤버들은 화성을 하는 역할로만 머문다. 2AM처럼 멤버별 정체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윗스로우로 향하고 있는 느낌, 보컬의 매력을 골고루 강화한다면 더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다. 「그대 찬양」 같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만 지향한 경우나, 곡의 흐름을 방해하는 가사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써니힐의 앨범은 제작자의 열정, 여러 가지 컨셉을 소화하는 멤버들의 성실함이 조화를 이룬다. 이를 꾸준하게 유지한다는 것도 특기다. 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베짱이 찬가」를 외쳤고, 하림, 데이브레이크와의 작업을 했던 것과도 연결해보면, 그동안의 행보 모두 정규 1집의 A면과 B면 안에 포함된다. 가장 현실적인 상황을 담고 있음에도, 따스한 음악을 하는 팀, 인기를 이끌지 못하더라도 소소하고 조용하게 지지를 받는 이유다.
2015/02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관련태그: 써니힐, 1st Album Part.B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10,400원(20% + 1%)
10,400원(20%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