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홍대 까페] 나쓰메 소세키를 마시다. 앤트러사이트
합정 홍대 맛집
화려하게 정신 없이 붐비는 홍대에서 조금 벗어나면 주택과 공장이 있는 다른 느낌의 합정이 있다.
화려하게 정신 없이 붐비는 홍대에서 조금 벗어나면 주택과 공장이 있는 다른 느낌의 합정이 있다. 드문드문 있는 까페들은 제각기 개성을 가지고 마치 교실 뒤편에 혼자 있는 아웃사이더처럼 카리스마를 가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기 색이 진한 앤트러사이트는 정말 까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까페 같지 않은 모습으로 서있다.
원래 신발 공장이었던 곳을 커피 공장으로 바꾼 이 곳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피향이 온몸을 감싼다. 운이 좋으면 1910년식 프로바트 로스터기가 열심히 돌아가며 로스팅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공장 전체에 커피향이 가득히 퍼져 커피콩주머니에 푹 빠져있는 기분이 든다.
흔히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도 좋겠지만 이곳의 핸드 드립은 무척 매력적이다. 자동으로 갈아주는 기계가 아니라, 주문 후 원두를 통에서 꺼내어 분량씩 갈아준 후 길게 늘어선 붉은 색 드리퍼 중 하나에 담아준다. 그리고 나서 원두 위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드립포드가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원두 아래로 커피가 한 두 방울씩 떨어져 내린다. 마치 벨 연주 같은 손놀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커피가 다 완성된다.
커피 공장답게 커피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싱글 오리진으로 즐겨보는 것도 좋겠지만 앤트러사이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하우스 블랜드를 추천한다. 이름 또한 공기와 꿈, 나쓰메 소세키, 버터 팻 트리오 등 지적허영까지 충족시켜주는 이름이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너무 강하지 않은 로스팅에 섬세한 향과 산미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해학이 담긴 것 같았다. 또한 공기와 꿈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기와 꿈』처럼 철학적이며 진한 풍미와 향의 어우러짐이 낭만적이었다.
2층에 올라가면 많은 자리들이 있는데 그 중 철로 된 대문을 탁자로 놓아둔 곳이 무척 인상적이다. 문이 누워있으니 왠지 세상이 기묘하게 틀어져있는 기분이 든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하니 여유를 즐기려면 평일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달걀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19,800원(10% + 1%)
13,320원(1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