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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소년을 설명하고, 다시 기억함에 최적의 길잡이이자 아주 친절한 베스트앨범

재주소년 < 어바웃 재주소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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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소년을 떠올리고 싶을 때마다, 찾고 싶을 때마다, 그리고 역사를 알고 싶을 때마다 이 앨범의 재생 단추를 누르세요.

재주소년 < 어바웃 재주소년 >

 

해체 후 3년 만에 돌아온 재주소년이 이런 앨범을 낼 줄이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 꿈으로 >(2014) 란 신보를 통해 또 하나의 디스코그래피를 채워냈지만, 그것이 < 재주소년 >(2003) 이나 < Peace >(2005) 만큼의 감동을 재현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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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1, 2집에 대해 회상해야 하는 건, 단순히 이것이 듀오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2003년 당시 서교 음악 시장에서 '물건'이 나타났던 이유에 대해 가장 명확히 설명하는 앨범이기에 떠올려봐야 한다. 제주도에서 머문 시절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놀랄 만큼 순수하고 투명했던 가사와 멜로디를 들려준 두 청년의 음악. 팀 명대로 재주(才操)의 "재"와 제주(濟州)의 "주"를 동시에 사로잡았던 시기였다.

 

앨범은 그때의 장점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마치 라디오에서 하나의 코너를 마련하듯 진행된 17개의 트랙은 누군가 옆에서 재미난 동화책을 읽어주듯, 천천히 1995년부터 2014년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음악을 들려준다. 공연 실황까지 더하여 아날로그 감성이 절로 묻어나는 구성은 과거를 끄집어냄에 있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2003년을 다시 마주하는 느낌이다.

 

이들은 이 음반을 '스페셜'이란 단어로 정의해버렸지만, 재주소년을 설명하고, 다시 기억함에 최적의 길잡이이자 아주 친절한 베스트앨범이다. 그냥 히트곡인 「비오는 아침」, 「귤」, 「이분단 셋째줄」을 연달아 틀어주는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짧지 않은 내레이션이 사적인 이야기와 팀의 연대기를 짜임새 있게 다루어 듣는 재미를 준다.

 

곡과 내레이션의 비율을 1:1로 맞추어 놨기에 몇 번 들으면 지칠 수도 있으나, 이 앨범은 한순간에만 듣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재주소년을 떠올리고 싶을 때마다, 찾고 싶을 때마다, 그리고 역사를 알고 싶을 때마다 재생 단추를 누르면 되는 앨범이다.

 

비록 < 어바웃 재주소년 >이 신곡만으로 채워지진 않았으나, 아직도 이런 기획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듀오에게 걸 희망은 충분하다. 물론 박경환, 유상봉은 이제 10년 전 소년이 아니기에 과거의 감성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둘만이 풀어낼 또 다른 이야기들은 다시 생겨나지 않았을까. 그 주제가 확정됐을 때, 재주소년은 다시 비상할 것이다.

 

 

 

 

 

 

2015/01 이종민(1stplan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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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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