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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A 김동준 “엘비스 역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요!”
뮤지컬 <올슉업> ZE:A 김동준
무대 위에서 온전히 엘비스로, 아니 김동준으로 설 수 있는 두 시간이 그에게는 이토록 즐거운가 봅니다.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에 출연한다! 뭐, 이 정도는 이제 큰 기삿거리도 아닐 만큼 공연시장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돌 가수를 인터뷰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건 얘기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섭외에서 인터뷰 일정을 잡기까지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요즘은 뮤지컬배우들도 대부분 소속사가 있고, 각 작품마다 제작사와 홍보 대행사들이 있다 보니 예전보다 인터뷰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돌 가수의 경우 여기에 변화무쌍한 그들의 스케줄이라는 것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불가능 속에 꼭꼭 숨어 있는 가능’을 찾는 고난의 길이 시작됩니다. 이 고행을 안겨준 작품은 바로 뮤지컬 <올슉업>. 엘비스 프레슬리 역에 손호영(god), 김동준(ZE:A), 산들(B1A4), 유권(블락비)이 캐스팅됐으니, 그들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은 모두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을 겁니다. 어쨌든 ‘그’를 만나기 위해 3주 만에 찾아낸 ‘가능’은 ‘잠정의 날짜’로 바뀌었고, 그 ‘잠정’은 하루 전까지도 ‘확정’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는 그제야 흩어져 있던 질문들을 엮어 보았습니다.
동준 씨를 만나면 무엇을 물어볼까?
“그마나 많이 나아졌어요. 지금은 공연과 곡 작업 위주로 하고 있어요. 지난달에는 너무 바빴죠. 스케줄이 네 개나 겹쳤거든요. 뮤지컬 연습에 시트콤도 있었고, 중국, 일본에서도 스케줄이 있어서 데뷔하고 가장 바빴던 것 같아요. 시간이 없어서 운동 못한다는 소리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정말 운동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잘 챙겨먹었는데도 살도 좀 빠졌어요.”
기자도 사람인지라 인터뷰 일정을 잡으며 ‘아이돌 스케줄’이란 걸 실감했다며 조금 툴툴거려봅니다. 그나저나 바쁜 스케줄 때문인지 배우들처럼 무대에 자주 오르지는 않는데, 무대 위에서 몸은 좀 풀렸나요?
“첫 공연 이후 두 번째 무대가 일주일 만에 있더라고요. 오늘이 네 번째 무대인데 또 일주일 만이에요(웃음). 오히려 좋은 것 같기도 해요. 항상 ‘첫 공’ 하는 마음으로 긴장감을 놓을 수 없거든요. 모든 분들이 완벽한 상태인데 제가 누가 되면 안 되니까요. 공연이 없는 사이 무언가를 찾아서 또 다른 것을 보여드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공연 횟수에 비해 무대 위에서 굉장히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수로 무대에 서는 것과는 많이 다른가요?
“많이 다르죠. 뭐랄까,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3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니까 내내 강해야 해요. 저희는 멤버 수도 많아서 한 번에 큰 임팩트를 줘야하고 각인을 시켜야 하고요. 그런데 뮤지컬은 기승전결이 있잖아요. 그 과정이 즐겁고, 두 시간 내 라이브라서 그날그날 상황이나 배우들에 따라 달라지는 묘미도 있어요. 정말 묘한 매력이라서 연습 때부터 즐거웠고, 극장에도 자꾸 오고 싶더라고요. 올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좀 지쳐 있었는데 뮤지컬 연습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처음 엘비스 역이 들어왔을 때 어땠나요?
“당연히 한다고 했죠. 뮤지컬을 정말 하고 싶었고, 호영이 형이 한다는 얘기도 들었거든요. 형이랑 친해서 자문을 구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아무래도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로 하는 거잖아요. 어릴 때부터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 이미지를 동경했던 입장이라 제가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감사했죠. 무대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소화하기 쑥스럽지는 않았나요? 전작인 <캐츠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도 그렇지만 엘비스도 약간 허세 있고 마초적인 이미지인데, 실제 성격은 안 그럴 것 같은데요.
“연습 때는 쑥스럽고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즐기게 되고, 좀 더 도전하게 됐어요. 엘비스 역이 아니면 제가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요(웃음). 솔직히 처음에는 긴장하고 낯가림도 있는 편이라 그걸 숨기려고 아닌 척하는 모습은 엘비스와 비슷한 것 같아요.”
뮤지컬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이뤄지는 작업이잖아요. 멤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익숙하겠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합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낯을 가렸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친해지다 보니까 신세계더라고요. 저보다는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었겠죠(웃음). 무대연기에 대해 배워가고, 앙상블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그분들 하시는 것 보니까 제가 그동안 열정이 조금은 식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하루하루가 전쟁터라고 하잖아요. 여기는 전쟁터 안에서 피난처 같았어요. 연습실, 극장 안에서는 모두 가족 같아서 회식이 있으면 스케줄 끝나고 늦게라도 오고 그랬거든요. 저는 믿고 따르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제가 참 복 받았다는 생각도 했고요.”
제국의아이들 멤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 리더(문준영) 형밖에 못 봤는데,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저를 7년 전부터 봐서인지 이런 모습이 신기하대요. 항상 무대 옆에서 보다 이렇게 객석에서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묘했다고 하더라고요.”
엘비스도 가수고, 데뷔 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라서 동질감도 느낄 것 같아요.
“동질감 많이 느꼈죠. 이곳저곳 다니면서 노래하고, 어차피 감성을 팔고, 그러면서 서로 공감하는 일이잖아요. 저희도 길거리 공연 많이 했거든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우리가 한국판 엘비스 프레슬리인가 싶기도 했어요(웃음).”
손호영, 산들, 유권 씨와 함께 엘비스 역을 연기하고 있는데, 각각 특징이 있겠죠?
“일단 호영이 형은 굉장히 농익은 엘비스죠. 특유의 능글맞음과 형님에게서만 묻어나는, 그래서 ‘아, 정말 엘비스다’ 싶어요. 산들이 같은 경우는 아주 친숙한, ‘동네에 이런 친구가 있으면 저런 상황이 벌어지겠구나’ 생각돼요. 노래도 정말 잘하고 귀엽고요. 유권이는 까칠한 엘비스예요. 톤이 워낙 저음인데 항상 느긋해서 매력적이더라고요. 하라나도 뭔가 새로운 걸 보여드리려고 저희끼리 항상 얘기하고, 모니터링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희끼리 선의의 경쟁도 하는데, 서로 달라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시트콤도 하셨고, 앞으로도 연기에 생각이 있는 거죠?
“요즘 들어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배워보고 싶다, ‘연기에 대해 조금 더 알았다면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연기는 새로운 도전이고 시작이죠. 그런데 꼭 해야 하는 도전 같아요. 제 삶을 위해서도 배워야 할 것 같고요. 사람들이 큰 산을 보고 넘어지지는 않잖아요. 작은 조약돌 때문에 넘어지는 것이고. 그 조약돌들을 잘 넘다보면 큰 산도 넘게 될 텐데, 그러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거쳐 가야 하는 게 연기 같아요.”
2010년에 데뷔해서 벌써 2014년의 한 해가 저물고 있네요. 올 한 해를 돌아본다면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1월 1일부터 중국 소림사에 가서 무술을 배우고, 바로 정글 가고. 그러다 앨범 활동 하고, 뮤지컬 <궁>도 일본에서 공연했었고, 작곡을 시작해서 우리 앨범에도 실릴 거고요. 또 지금은 이렇게 <올슉업>을 하고 있네요. 참 바빴어요. 지루할 틈 없이 자나갔던 한 해 같아요.”
새 해가 되면 소망들을 얘기하잖아요. 2015년 소망을 미리 들어볼까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올해보다 더. <올슉업>의 핵심도 사랑과 행복이거든요. 가사 하나하나가 어느 순간 다가오더라고요. 대사에 ‘행복해지고 싶다’ ‘도망치는 것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요. 2015년에는 어떤 상황이 와도 도망치지 않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뭐든 맞부딪힐 나이잖아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아이돌’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30대인 기자와는 또 다른 세상에서, 어떤 면에서는 기자보다 더 많은 경험들을 했겠구나 싶었습니다.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 깊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답변 중에 새어나오는 무언가에서 ‘화려하고 멋진 아이돌 가수 저편의 것’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온전히 엘비스로, 아니 김동준으로 설 수 있는 두 시간이 그에게는 이토록 즐거운가 봅니다. 뮤지컬 <올슉업>은 내년 2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됩니다. 조금은 촌스럽고 개연성도 떨어지는 스토리지만 때로는 단순함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기도 하죠. 무엇보다 밝은 에너지를 품은 배우들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그리고 그 엘비스를 연기하는 그들이 그 무대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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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