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 류정한과 함께 ‘지킬’ 역을 맡았던 김우형을 눈여겨본 팬들이라면 ‘채드’로 돌아온 그가 더없이 반가울 것이다.
어렸을 때, 해마다 <대학가요제>를 보면서 식구들끼리 누가 대상을 받을 것인지 맞혀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음악을 좋아해선지, 자꾸 듣다 보니 정말 귀가 열려선지 해가 갈수록 적중률이 높아졌다. 게다가 귀와 가슴에 유독 감칠맛 나게 달라붙는 노래가 있다. 아마 ‘무한궤도’나 ‘전람회’ 무대에서는 누구나 대상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내가 찍은 신인 가수나 배우가 대중에게 인정받으며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묘한 뿌듯함이 있다. 자신의 안목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고, 지켜본 시간만큼 애정이 더해진 탓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 류정한과 함께 ‘지킬’ 역을 맡았던 김우형을 눈여겨본 팬들이라면 ‘채드’로 돌아온 그가 더없이 반가울 것이다.
뮤지컬 <올슉업>
엘비스의 노래에 맞춘 신나는 무대
일단 뮤지컬 <올슉업>부터 살펴보자. ‘All Shook Up’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노래 제목으로 ‘사랑에 빠져 미치도록 기분이 좋은 상태’를 말한다. <올슉업>은 이렇듯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에 극을 더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전형대로 신나고 재밌고 유쾌하다.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에 빠져 지내던 세대가 아니더라도 ‘C'mon Everybody’ ‘It's now or never’ ‘Don't be cruel’ ‘Blue Suede Shoes’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낯익은 음악에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스토리는 ‘올슉업’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배우가 자신의 사랑을 찾아 헤매는, 케케묵은 이야기다. 그래서 사실 스토리 면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약점이다), 스토리를 강화했다는 제작사 측의 얘기가 빈말은 아니었나 보다. 치밀한 구성으로 극이 진행될수록 박장대소할 반전 릴레이가 진행되는 데다 결국에는 퍼즐 맞히듯 다들 제 짝을 찾아, 더불어 마음껏 웃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채드 역의 김우형(조정석과 더블 캐스팅)은 물론 나탈리 역의 윤공주(가수 이소은과 더블 캐스팅)도 지난해 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받은 기대주다. 이미 <사랑은 비를 타고> <드라큘라> <컨페션> 등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 실력 그대로 이번에도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또한 중견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도 빛을 발하는데, 특히 40대 중반의 이정화(실비아 역)는 20대 못지않은 날씬한 몸매와 카랑카랑한 가창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이 사람, 정성화! 개그맨과 배우로서 탄탄히 기량을 닦아 이제 엄연히 ‘뮤지컬배우’라는 타이틀이 붙는 정성화는 특유의 코믹한 감초 연기로 무대를 한층 아기자기하게 이끌어낸다. 많은 뮤지컬 작품에서 계속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김우형과 감초 연기의 정성화
뮤지컬 <올슉업>은 코믹한 스토리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신나는 음악, 배우들의 탄탄한 가창력, 그리고 재밌는 무대장치까지 더해져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 부모님이나 친구, 누구와 함께 가더라도 마음껏 웃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무대 장치들 - 동상이 살아 움직인다
김우형과 미니 인터뷰
공연이 끝나고 나서 분장실에서 김우형을 만나봤다. 185cm의 훤칠한 키, 뚜렷한 이목구비. 무대나 사진을 통해 본 것보다 훨씬 잘 생겼다(^^). 아직 무대 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는 <올슉업>만의 매력을 물어보는 질문에 모범생 ‘지킬’처럼 “엘비스 프레슬리의 익숙하고 신나는 ?래, 코믹하고 유쾌한 드라마,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 재밌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정석’대로 답한다.
자, 그럼 그의 이면 ‘하이드’는 어떤 모습인지 살짝 훔쳐보자. “참 어려움 많았죠.”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정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작품에 임할 때마다 어려움이 많은데, 이번 작품은 일단 엘비스를 가깝게 표현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음악적으로나 춤, 또 표정이나 제스처까지, 엘비스에 대한 향수를 지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되고 어려움도 많았죠.”
그러나 26살이라는 나이에 대형 뮤지컬의 주연만 연달아 맡은 김우형이다. 그 자신감이 오죽할까? 돌아가지 않고 바로 물어봤다.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뭐냐고. “아…”라며 난감해 하는 그에게 “외모인가요? 몸?” 하고 또 들이대 봤다.
마음을 정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글쎄요. 일단 뮤지컬 배우는 연기와 춤, 노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저는 춤을 잘 못 추는 배우예요.” 사실 당일 무대에서도 춤이 썩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골반을 이용한 안무가 자주 나왔는데, 요염한 느낌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장신이다 보니 민첩성에서도 떨어지는 면이 있을 것이다. 이런 필자의 마음을 느꼈는지 그는 곧 다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있다고 한다면 노래, 그리고 연기입니다(웃음).”
채드 역의 김우형
‘지킬’이라는 강한 이미지로 출발한 만큼 다음 작품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맡고 싶은지 물어봤다. “<지킬 앤 하이드>는 제가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한, 그래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배역입니다.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고요. 글쎄요, 해보고 싶은 배역이 많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햄릿’, 그리고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
역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무대 밖 김우형의 모습이 보인다. 장난스럽기도 하고, 다소 ‘왕자’답기도 하다. 하긴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르고 춤을 춰야 하는 배우인데, 이 정도 쇼맨십은 필요할 것이다. 그는 5월에 막을 열 뮤지컬 <대장금>의 민정호 역으로도 이미 낙점된 상태다. 대형 무대에서 팬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본다. 26살의 뮤지컬 주연배우.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지 않을까? 그래서 김우형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무대 위의 진지한 모습과 무대 밖 젊음의 신선함으로 어떤 배역에서나 그만의 매력을 발산하길, 그리하여 필자를 비롯한 팬들의 안목에 대한 자부심을 한층 높여주길 희망한다.
올슉업 - All Shook Up
2007년 1월 30일 ~ 4월 22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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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는 영국에서 17개, 미국에서 18개의 넘버원 싱글을 만들었다. 중복되는 곡을 제외하면 넘버원을 차지했던 곡 수는 총 30곡. 20세기의 팝 역사를 써내려갔던 진정한 "왕"의 면모가 한 장에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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