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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통신
아빠를 중고장터에 내놓으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
2014년도 어느덧 한 달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를, 그리고 나를 있게 해준 가족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려서는 자식 된 입장에서만 생각했지만 어느새 한 가정을 꾸리게 될 나이가 된 나를 보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가정 안에서 나의 위치는 바뀌어가지만 여전히 아버지, 어머니는 그 느낌 그대로 자리하고 있지요.
최근 아빠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야 늘 해왔던 일인데, 새삼 아빠들의 육아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지점은 아마도 아빠들의 서툰 육아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곤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아버지의 역할, 어머니의 역할은 그 의미가 여전하다고 해야겠습니다.
여기서 아빠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당신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안녕하세요, 소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만든 배윤영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그저 재미있었습니다. 아빠를 빌려준다니, 신선한 소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스토리가 더해질수록 이 시대의 아버지라는 존재를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아버지 하면 한 가정의 가장, 돈 벌어 오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백수 아빠라니-
주인공 태만은 어엿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업 말아먹고 10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 지수가 가정을 책임지며 늘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말이죠. 딸인 아영 역시 그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학교에서 자신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가져오라는 말에 아빠를 내놓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아빠 렌털 사업을 시작하게 되지요.
아빠를 빌려준다니, 이 어이없는 사업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승승장구하고 남의 아빠 역할을 하느라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소홀해지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동명 영화로도 개봉을 했는데요. 김상경, 문정희, 연기파 두 배우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소설의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계기로 자신의 아버지가 달라지셨다고, 혼자 겉으로만 돌던 아버지가 가족과 시간을 함께하면서 가족 모두의 삶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변화가 이 세상 모든 가족에게 작용하길 바란다구요.
아빠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은 비단 아빠라는 존재뿐 아니라 가족에서의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시대 대표 아빠, 태만을 만나보시겠어요?
소리나는 책
현관 계단에 앉아있으려니까 추워지기 시작했다. 슈쿠마는 자신이 화답하려면 쇼바가 먼저 얘기를 하게해야한다고 느꼈다. 당신 어머니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얘기야. 그녀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어느 날 밤 내가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실은 밖에서 질리언과 함께 마티니를 마셨어. 슈쿠마는 쇼바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는 코, 약간 남성적으로 생긴 턱. 그는 그날 밤을 잘 기억했다.
강의를 연달아했기 때문에 피곤한 몸으로 어머니와 식사를 했다. 그때 자신이 적절하지 않은 얘기만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쇼바가 곁에서 좀 더 적절한 얘기를 해준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2년이 되는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함께 추모하려고 2주 동안 그의 집에 와서 그와 쇼바와 함께 지냈다. 어머니는 매일 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음식을 요리 했다. 그러나 정작 상심이 너무 커서 음식을 먹지 못했다.
“정말 감동적이야.” 당시 쇼바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는 질리언과 함께 있는 쇼바를 머리에 그려보았다. 그들이 영화를 보고 나면 들르던 줄무늬 벨벳 소파가 있는 바에서 쇼바는 올리브를 추가로 주문하고 질리언 에게 담배를 한 대 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는 쇼바가 불평을 얘기하고 질리언이 시어머니의 방문을 동정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쇼바를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데려간 사람도 질리언 이었다. “당신 차례야.” 말에 슈쿠마의 생각이 중단되었다.
-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마음산책) 中에서
관련태그: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장서의 괴로움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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