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제리케이(Jerry K) < 현실, 적 >
뚜렷한 노선이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팝적인 면모를 쫓지도 않고, 최신유행이 되어버린 자기 과시와도 거리를 둔다. 소울 컴퍼니부터 로퀜스, 솔로까지 10년의 활동 동안 오로지 한 길만을 걸어온 제리케이다. 사회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과감히 파헤치고, 현대인이 겪는 일상에의 고충을 섬세히 가사로 옮긴다. 주류와 타협하지 않은 대가는 높지 않은 인지도로 돌아왔지만, 선택은 굳건하다.
개인의 깊은 고뇌를 담은 전작 < True Self >나 생활 곳곳의 경험을 옮겼던 < Dope Dyed >에서 신보는 다시금 선명한 제목을 통해 사회 저변으로 주제 의식을 넓힌다.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보다 폭 넓은 주제를 거침없이 논하며 보다 확실하게 본인의 아이덴티티와 사고를 전파한다. 개인의 신념을 쭉 나열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을 거리낌 없이 나열하는 '난 희망해'가 앨범의 가이드 트랙으로서 전체 흐름을 조망한다.
진실과 거리가 멀어진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쏟아내는 「다 뻥이야」,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청춘들에 강요되는 '행복'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해커스와 시크릿」, 사회에서 잉여로 소외된 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취직 전선과 노동 현실 「배부른 소리」 등 사회 전체를 해부하는 그의 메스는 시종일관 날카롭게 빛을 발한다. < 연애담 >으로 빛을 본 제리케이만의 러브송 「둘만 아는 말투」, 「대출 러브」 또한 공감의 폭을 넓힌다. 제리케이가 작곡과 편곡을 모두 맡은 「대출 러브」는 비유적 가사와 고전 게임의 사운드를 활용한 통통 튀는 구성이 잘 어우러지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켄드릭 라마, 스쿨보이 큐 등의 소속으로 유명한 힙합 레이블 TDE 소속 프로듀서 대니 디가 주조한 몽환적인 비트가 앨범 전체 분위기에 일관성을 부여하며 가사 전달력에 힘을 실어준다. SNS의 범람으로 소외되는 인간 관계를 토로한 「묵념」, 최근 사회 공감의 큰 축으로 떠오른 직장관계의 어려움을 담은 「신입 블루스」 등은 이러한 특성이 잘 녹여진 지점이다. 김박첼라가 조율을 맡고 독보적 이미지를 구축한 정차식과 함께한 「먼지 쌓인 기타」 또한 독특한 이미지 구축으로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어낸다.
사회 전체를 들여다보는 메시지와 그를 받치는 안정적인 프로듀싱은 견고함을 구축하지만, 때때로 이것이 개성보단 무난무난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흠이다. 선 싱글로 공개되었던 「좀 이기적으로 살아」에서는 언뜻 언뜻 켄드릭 라마가 연상되고, 건조한 톤의 「배부른 소리」의 전달도 깊은 메시지에 비해 한 번에 귀를 사로잡지는 못한다. 시원시원한 「다 뻥이야」나 자전적 이야기에 흥을 더한 「Triple 10」 등 트랙 자체의 멋을 더 살렸다면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회 이면의 모습들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날카로움, 여기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까지. 제리케이는 이 시대 가장 '현실적'인 MC로서 소명을 다 한다. 언제나 믿을만한 결과물을 들려주고, 언제나 일관된 태도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다양성이 사라져 가는 한국 힙합 씬에서 10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킨 뚝심이 독보적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그의 고집을 응원한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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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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