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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팝으로 돌아온 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Swift)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정규 5집 <1989>
이번 앨범에선 컨트리와 결별한 것이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잘 어울립니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 1989 >
내쉬빌의 공주도 가끔은 뉴욕에서 살고 싶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무결한 컨트리는 깨진지 오래이지만 정규 5집 앨범 < 1989 >는 온전히 팝이다. 북미에서만 인기 있는 컨트리 때문에 더 넓은 지역을 무대로 삼고자 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다른 장르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또한 악기를 이용해 멜로디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싱어송라이터인 그를 두근거리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열정이 넘치고, 장르 사이에서 애매모호하게 줄타기 했던 < Red >보다 잘 어울리고 편하다.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신시사이저, 베이스, 백 보컬 등 전자음이 증가한 것과 곡 길이를 3분대로 짧게 끊은 것도 팝으로의 이동을 위한 변화다.
주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숫자 1989. 그가 태어난 해에 유행했던 팝 스타일을 겨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Welcome to New York」을 제외한 다른 수록곡들이 1989년의 사운드와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앨범 준비기간 동안 피터 가브리엘과 마돈나에 빠져 그들의 독창적인 구성 스타일을 가져오고 싶다는 주장에서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당시 음악에는 피처링으로 인한 장르의 혼합과 거대한 프로모션 전략이 거의 없었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실제로 16트랙의 긴 흐름을 뮤지션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끌어가며 주체적으로 2막을 시작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작사 방식이 프로듀서 맥스 마틴과의 협업으로 단편화되었기 때문일까? 뉴욕 홍보대사로서 환영한다는 구절을 반복하는 타이틀곡 「Welcome to New York」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좋은 멜로디와 가사를 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남고, 「This love」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흐름에서 지나치게 신파적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퍼즐 조각은 제자리에 놓여있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특히 「Blank space」는 음절을 끊어 부르는데도 감정을 이어가고, 톤을 장난스럽게 바꾸면서 재잘거리는 가창 방식이 테일러 스위프트와 잘 어울린다.
「Wildest dreams」, 「Wonderland」에서처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완급조절을 잘해 듣는 사람이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보컬리스트로서 큰 장점이다. 「Out of the woods」 역시 적절한 구어적 표현과 감각적인 묘사로 통속적인 이별의 과정을 빗겨가며 좋은 트랙으로 자리한다. 자신의 연애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작사는 10대, 2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때론 워너비로서 마음을 움직인다. 어쿠스틱 기타 위에 수놓는 감성은 사라졌지만 인기비결을 그대로 옮겨와 여전히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자신에 대한 여론, 이성과의 관계를 노래로 표현하는 태도도 성숙해졌다. 전미 차트 넘버원 「Shake it off」에서는 자신의 약점인 춤사위에 대한 비난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배경을 알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면 발레, 치어리딩, 손가락 퍼포먼스든 하나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그의 어설픈 모습이 단순한 몸 개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곡을 리드 싱글로 배치해 애정을 이끌어내면서 부정적인 인식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앨범활동을 시작하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Style」, 「Out of the woods」 등에서 원 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에 대한 이야기가 흩뿌려져 있지만 관계를 곱씹으며 무엇을 느꼈는지를 설명하는데 집중한다. 「Bad blood」를 빼고는 개인적인 사연을 앨범으로 고발하는 공격성이 줄어든 대신 조금씩 멜로디가 변주되는 「I wish you would」, 「New romantics」가 청량한 매력을 뿜어낸다.
금발의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이 전부 작사, 작곡한다는 차별화로 컨트리의 커다란 지분을 차지했다. 팝으로의 이동은 지금의 이미지를 단조롭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경쟁자가 더 많아져 퇴보를 겪을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지만 그는 이미 지난 < Red > 앨범을 미국 외 지역에서 234만장 판매해 다양한 국가를 공략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5번째 앨범 < 1989 >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롱런을 향한 2막을 만들어낸다.
굿바이 컨트리, 기분 좋은 결별이다.
글/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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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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