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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거르는 습관이 비만을 부른다

아침 식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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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건너뛰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이 30%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10%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인터넷에 스마트폰에 사람들이 신경 쓸 일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이제 밥 먹을 시간도 줄여야 하는 걸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얘, 아침 먹고 가야지?"
"시간 없어요. 입맛도 없고요."
"그러게 좀 일찍 일어나라니까."
"…"

 

 중고등학생이 있는 여느 집에서나 아침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처음엔 밥도 안 먹고 등교하는 아이가 안타깝다가도 반복되면 결국 그런가보다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중고생 4명 가운데 한 명이 아예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생활습관은 대학교, 직장으로 이어져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이 아침을 거른다고 한다.

 아침을 건너뛰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이 30%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10%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인터넷에 스마트폰에 사람들이 신경 쓸 일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이제 밥 먹을 시간도 줄여야 하는 걸까.

 

 사실 아침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패턴 때문이다. 나는 올빼미족이라 어쩔 수 없다고 아무리 강변해도 등교나 출근 시간 같은 사회 시스템은 종달새족에 맞춰 있으므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시간이 있는데도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 다이어트 때문이다. 한 끼라도 줄이면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과학자들은 이런 상식적인 생각대로 우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똑같은 칼로리라도 하루 어느 시점에 먹느냐에 따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는 그런 경향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는 덜 고픈데 다이어트 효과는 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들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여성 93명을 대상으로 12주짜리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흥미로운 실험을 한 결과를 학술지 <Obesity비만>?2013년 12월호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성인 여성 기준인 2000칼로리의 70% 수준인 1400칼로리로 제한하면서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아침, 점심, 저녁 칼로리를 다르게 한 뒤 그 효과를 봤다. 즉 BF(breakfast)그룹인 46명은 아침을 700칼로리로 든든하게 먹고, 점심에는 500칼로리, 저녁에는 겨우 200칼로리를 섭취하게 했다. 반면 D(dinner)그룹인 47명은 아침에 200칼로리로 가볍게 시작해서, 점심에 500칼로리, 저녁은 700칼로리로 든든하게 먹었다.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떠오르는, 장난처럼 보이는 실험이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즉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그룹은 12주 뒤 몸무게가 평균 8.7킬로그램이나 준 반면, 저녁을 잘 먹은 그룹은 평균 3.6킬로그램이 빠지는데 그쳤다. 칼로리를 섭취하는 시간대를 달리했을 뿐인데 체중감소 정도가 2.5배나 차이가 난 것이다. 아무리 실험이라지만 D그룹으로 참여한 여성들은 무척 속이 상했을 것이다.

 

 최근 비만 연구는 단순히 체중보다는 복부비만 정도를 알려주는 허리둘레가 오히려 건강상태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허리둘레 변화도 측정했는데, BF그룹은 평균 8.5센티미터 준 반면 D그룹은 평균 3.9센티미터 주는 데 그쳐 체중변화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두 그룹은 몸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BF그룹은 지나치면 몸에 해로운 중성지방의 혈중 농도가 33.6%나 줄어든 반면, D그룹은 오히려 14.6% 늘어났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똑같이 1400칼로리를 섭취했는데 다이어트 효과는 이렇게 차이가 날까.

 

5-1_식욕비교그래프.jpg

 

식욕 비교 그래프

 

 

 

 

음식섭취와 대사, 일주리듬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우리 몸의 생리적 활성이 24시간 주기성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변화를 따르는 ‘일주리듬circadian rhythm’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사람은 정온동물이지만 체온이 늘 일정한 건 아니어서 새벽에 가장 낮고 저녁에 가장 높다(물론 편차는 1도 이내). 혈압의 경우 아침에 급상승한다. 노인들이 겨울 아침 외출하다 쓰러지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다.

 

 그렐린ghrelin 같은 칼로리 대사 관련 호르몬도 일주리듬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 수치는 아침식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위의 실험의 경우도 아침을 충분히 먹은 BF그룹은 저녁을 잘 먹은 D그룹에 비해 하루 종일 그렐린의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공복감은 D그룹이 더 높았다. 결국 D그룹은 임상기간 내내 배고픔은 더 느끼는 고통스런 다이어트를 했으면서도 효과는 제대로 못 본 셈이다.

 

 그러나 그렐린으로는 두 그룹의 체중감소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위의 결과는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점심이나 저녁 때 과식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주지만, 이번 실험은 어쨌든 전체 섭취 칼로리를 같은 수준으로 통제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체중감소 차이의 주요 원인으로 ‘식사가 유발하는 열생성’을 꼽았다. 즉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데(이를 열생성thermogenesis이라고 부른다), 아침을 먹은 직후 열생성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직후보다 더 왕성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즉 열생성 정도도 일주리듬을 따른다는 말이다. 또 지방세포가 혈중포도당을 흡수해 지방으로 만든 뒤 저장하는 작업을 저녁에 더 왕성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녁식사나 야식은 지방으로 몸에 쌓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아침 먹기 운동 펼칠 때

 

 결국 체중 변화는 단순히 섭취한 칼로리만 관여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의 일주리듬, 즉 생활패턴과도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다수는 잠이 부족한 편인데, 특히 최근 수 년 사이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범람으로 취침 시간이 점점 더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보니 생체리듬이 교란돼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 시간대가 늦어지고(따라서 모처럼 마음먹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워도 막상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에 자명종 소리에 억지로 깬 뒤에도 수 시간 동안 멜라토닌의 수치가 안 떨어져 멍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아침엔 입맛도 없다.

 

 ‘야식 먹는 대신 아침을 안 먹으면 마찬가지 아닌가.’ 여전히 영양학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열역학적 패러다임, 즉 전체 섭취 칼로리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으로는 오늘날 비만이 만연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최근 연구의 결론이다. 흔히 우리 몸을 엔진에, 섭취하는 음식을 연료에 비유하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가 오랜 세월 진화를 거쳐 자연의 운행에 맞춰 온 일주리듬에 따르도록 전반적인 생활패턴을 변화시키는 게,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양대 질환 가운데 하나인 비만(나머지 하나는 우울증이라고 한다)을 막는 올바른 길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청소년 시절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기?→ 아침 거르기?→ 점심, 저녁 과식, 여기에 야식까지?→ 자정 한참 넘겨 자기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기 →?...’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선가부터 끊어야 한다. 최근 연구결과도 있고 하니 아침을 챙겨 먹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아침을 거르지 않으면 엄마의 마음도 한결 가뿐하게 해드리는 효도도 하는 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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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강석기 저 | MID 엠아이디
첫 책 『과학 한잔 하실래요?』로 출간하자마자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 두 번째 책 『사이언스 소믈리에』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우수과학도서로 유래 없이 2년 연속 선정된 저자의 세 번째 과학에세이. 더 깊어진 과학적 전문성과 더 넓어진 학문적 지평으로 2013-2014년 과학계의 첨단 이슈를 샅샅이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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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석기

서울대학교 화학과 및 동대학원(이학석사)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와 《더사이언스》에서 과학전문기자로 일했다. 현재 과학칼럼니스트와 과학책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과학 한잔 하실래요?』(MID, 2012)가 있고 옮긴 책으로 『현대 과학의 이정표』(Gbrain, 2010, 공역)가 있다. 2012년 출간한 저서 『과학 한잔 하실래요?』는 출간 즉시 교육과학 기술부 우수과학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도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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